홍콩취재를 마치고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동한 지난 5월 14일 기자가 처음 접한 베트남 소식은 '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었다.
베트남에선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다이와증권이 이날 갑자기 한장짜리 리포트를 통해 '베트남의 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언급한 것.
15일 찾아간 한국투신운용 베트남 사무소는 이 때문에 오전부터 한국으로 베트남 상황에 대한 정보타전과 함께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후 모건스탠리는 베트남 동화 가치의 대폭락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했고, S&P 및 피치 등의 신용평가기관 등은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베트남 경제의 위기감이 전세계적로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
◆ 지금 베트남은?
베트남은 지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 성장둔화 가능성의 3가지 악재가 부각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 불과 수 개월 전만해도 세계 최대의 투자찬스가 있다던 베트남이 갑자기 투자기피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해 12% 수준이던 소비자물가는 5월 현재 25%를 넘어 아시아시장에서 미얀마(30% 이상)에 이어 랭킹 2위를 기록중이고 무역적자는 144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124억 달러)를 5개월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현대증권 김한석 베트남 사무소장은 "작년에 처음 나왔을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모든 것이 폭등하며 돈을 벌만한 찬스보다는 비용만 급증하는 구조가 됐다. 1군지역의 오피스 임대료는 강남의 2배 수준이며 일부 지역은 강남의 3배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최근 2년여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해외진출시 항상 뒤늦은 출발로 '마지막 불꽃놀이'만 잠시 즐기다 말았던 전례를 살펴볼 때 국내증권사의 발빠른 베트남 진출은 획기적인 이슈였다.
과거에 비해 한발 빠른 진출이었고 이 때문에 국내사들은 선점효과또한 노렸었다. 다만 시장이 급격히 꺾인 상황에서 베트남의 시장규모에 비해 투자가 과했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가 없게 됐다. 국내증권사 중 한 곳은 베트남에만 1조원을 넘게 투자해 현재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수 개월간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현지에선 어떠한 사업 진행도 하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사태의 원인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오류를 지목한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조차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인정하는 분위기.
현지에서 만난 베트남 호치민증권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 증시 등 경제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시장이 워낙 폭락해서 이젠 주식을 살 만한 가격대에 왔다고 판단하긴 하나 아직도 우려스런 마음을 배제할 순 없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외국계자본의 잇따른 이탈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오버된 반응'이란 입장이다.
송범진 한국증권 베트남사무소장은 "잠시 주춤하는 상황이지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순매수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외국인들"이라고 전했다.
문구상 골든브릿지증권 법인장도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지 아직까진 그렇지 않다. 지금 유입된 자금이 나가면 베트남은 쓰러진다. 정부의 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살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 정부의 냉온탕 정책
베트남의 경제위기는 정부의 경험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2~3년새 갑작스런 외부 자금 증가로 물가가 뛰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능력이 한참 떨어졌던 것.
경제위기에 대해 현지 상황을 고려해 소프트랜딩을 유도해야할 정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극단적인 정책을 계속 구사했고 결국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
불과 지난 4월초까지만 해도 베트남은 한국식 경제모델을 추구했다. 성장 중심의 정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에선 성장과 인플레, 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책.
뒤늦게 성장정책을 미루고 인플레를 잡기 위해 전형적인 규제정책으로 돌아섰다. 은행의 주식담도대출 등의 규제, 시멘트와 철강가격 통제, 2조 원에 달하는 국채를 시중은행에 강매한 것 등이 대표적인 실책이다.
김승환 한국운용 베트남사무소장은 "하지만 이 또한 단기처방에 불과했다. 시멘트와 철강, 유가를 못올리게 해놔 4월까진 물가 기울기가 꺾였지만 결국 시한이 풀리고 자금이 바닥나면 7월경 다시 물가는 폭등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 제2의 중국이라던 베트남 아닌가.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규모가 15배 차이다. 중국은 훨씬 크다. 중국은 작은 문제가 생겨도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베트남은 시장규모가 작다보니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고 내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역수지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의 대규모 무역수지적자는 경기과열 요인이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올해 말 정유시설 가동에 대비한 원유비축과 쌀가격 급등에 따른 수출제한 등의 조치, 관세인상을 예상한 서두른 자동차수입 등이다. 결국 베트남당국의 근시안적인 조치들이 악순환의 연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란 점에서 우려점이 덜한 부분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견해다. 최근 급등하는 환율 또한 하반기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