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위법 근절",금융위원장 "본연 역할" 강조
-일각의 불법 여신에 "서민금융활성화 노력 미흡"
저축은행업계가 '정도찾기'에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불법과 탈법영업으로 부실을 키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구태가 일부 저축은행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게 금융감독당국의 시각이다. 꿋꿋하게 정도영업을 추구하는 우량 저축은행마저 '저축은행=부실금융기관'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에서 말끔하게 벗어나지 못해 괴롭기만 하다.
일부 몰지각한 대주주의 전횡으로 빚어졌던 부정적 이미지가 저축은행 전체의 그릇된 행태처럼 비춰지고 있는 셈이다. 다시말해 업계가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자정노력이 여전히 미흡하고 자율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저축은행업계가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잇따른 부실화로 굳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없는게 분명하다.업계의 실상을 자세히 짚어보고 건전하고 신뢰받는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시도해 본다. /편집자
지난 21일 저축은행장들이 금융감독최고책임자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한달전 취임한 김 원장은 취임 초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던 만큼 이날 저축은행업계는 큰 선물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비은행금융기관들은 위법을 꿈도 꾸지 마라”며 호되게 꾸지람했다.
김 원장의 태도가 한달 새 이처럼 돌변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정부당국의 시선 역시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자발적 노력은 미진한데 자율감독시스템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자 금융감독당국이 심각한 문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법행위 지적 “불똥 튈라”초긴장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 21일 비은행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축은행을 검사하면 제3자 명의의 출자자 대출이나 동일인 대출한도초과 등의 위법및 편법행위가 적발되고 있다”며 저축은행업계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원장은 이어 “위법과 탈법영업행위는 반드시 근절할 것이고 (자신의) 재임중에는 이런 영업행태는 꿈에도 생각하지 마라”며 질책성 발언수위를 높혔다.
그동안 김 원장의 언행을 지켜봤던 저축은행장과 금감원 관계자는 “근래 보기 드문 강경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미 김 원장은 취임초에도 자율 감독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날 김 원장의 태도는 그 때보다 비판의 수위가 훨씬 높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를 놓고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최근 분당저축은행 등 퇴출된 저축은행들이 동일인초과대출이나 대주주의 문제로 인한 것을 보고받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축은행의 부실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위법과 편법영업으로 인한 저축은행의 부실화와 도산, 퇴출 때마다 지적됐던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가 일부 저축은행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국의 한 관계자는 “퇴출대상이 몇 개인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 제기됐던 부실화의 심각성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저축은행=부실금융기관'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금융감독기관이 갖고 있는 불신의 시각, 이에 따른 규제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우량금융기관인 대형저축은행들 마저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도영업을 추구하고 재무구조가 건전항 우량금융기관인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부실화 된 저축은행이 저지른 위법과 탈법행위의 대부분은 대주주의 전횡과 개입에 의한 것 이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혔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같은 회원사라는 이유로 부실저축은행이란 부정적 이미지에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대형사는 자체전산시스템과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독립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그밖의 저축은행은 중앙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서민금융, 중앙회의 역할부족
정부가 ‘뉴스타트2008’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서민경제 회복에 서민금융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저축은행들의 역할부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세계저축은행협회 아태지역총회 개최 축사를 하면서도 “저축은행이 저소득층과 금융소외계층에 좀 더 많은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중기, 서민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많이 해서 그런 지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서민금융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은 더 이상 할게 없을 정도로 완비됐다”며 “이제는 업계가 이 제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가 무작정 서민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긴 현실적으로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서민금융에 상업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체계의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은행 및 서민금융기관들이 소액신용대출을 상업적 원리에 따라 제공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소액신용대출은 CSS(표준평가시스템)와 같은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춰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노하우가 있고 비용부담이 가능한 몇몇 대형사 이외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저축은행업계의 이익단체인 중앙회가 이 역할을 대신하는게 바람직한 방도이다.
현재 상호저축은행중앙회가 서민금융담당 팀을 만들어 일부 저축은행의 CSS구축을 돕고 있고, 신용정보를 활용해 리스크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고 정부의 뉴스타트프로젝트에 부합하는 효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쯤되면 당국보다 먼저 해법을 찾아 건의하고 업계를 독려해서 리드해야할 조타수이자 캡틴이 종적을 감춘 상황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