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엔화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은행들은 한국은행측에 운전자금용 외화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을 가능케 해달라고 건의했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엔 이 조치가 은행들의 달러부족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은행들은 이들 대출의 만기연장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원엔환율이 오르자 최근엔 투기 목적으로 대출 받으려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수출업체 등 실수요자에 대한 외화가 제 때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 한은 운전자금용 대출 연장 달러 부족 부추긴 꼴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은행들이 해외차입이 어려워지자 정부측에 달러 부족에 따른 지원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4월들어서도 좀처럼 외화차입에 숨통이 트이지 않고 있는데다 지난달 운전자금 용도의 엔화대출자들에 대해 1년간 한시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도록 한은이 규제를 완화한 것도 달러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당시 원/100엔환율이 1000원대까지 급등하자 엔화대출자들이 만기연장을 호소하고 또 자칫 은행으로서도 부실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한은에 건의한 것이었다.
당시엔 당장의 엔화대출자들의 민원과 부실 가능성 때문에 이같은 묘수를 썼지만 결국 달러 부족 현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자금담당자들은 이같은 조치에 반대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원래 만기가 돼 돌아온 운전자금에 대해 상환을 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연장해 줌으로써 각 은행별로 많게는 10억달러, 적게는 5억달러 정도 운전자금 수요가 새로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A은행 한 자금담당자도 "신규 외화대출은 거의 중단이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환차손을 적게는 15~20%를 입었는데 가령 100억원 대출을 받았으면 12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기한연장을 안해줄 수도 없다"며 "연장해주기에 급급하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의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외화대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작 달러가 필요한 수출업체나 해외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의 신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투기성 외화대출 수요까지 가세, 실수요자에 타격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의 엔화대출을 중심으로 한 외화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9억7200만달러에 불과했던 엔화대출이 이달 17일 현재 11억7300만달러로 늘어났다. 신한은행도 14억1900만달러에서 15억800만달러로 늘어났다. 기업은행도 28억2300만달러에서 23일 현재 32억6700만달러로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10억5300만달러에서 3월말 현재 10억65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B은행 한 자금부장은 "원엔환율이 오를만큼 올랐다고 보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투기성 수요들이 올해들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달러 금리도 2.25%로 떨어지면서 국내 금리(5.0%)보다 훨씬 낮은 점을 이용, 달러역시 투기성 수요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최근 늘어난 것들은 주로 시설자금 대출이 많은데 병원짓고, 공장 짓는데 왜 굳이 엔화와 달러를 쓰겠느냐"고 말해 대부분이 금리차를 이용한 투기성 대출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C은행 자금담당자도 "투기성 수요들이 외화를 선점하면서 실제로 외화가 필요한 수출업체의 설비자금이나 해외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해 이들 업체가 자금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경제적으로도 필요한 자금이 적절히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고객 한명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은행들이 경쟁을 하다보니 어떤 목적의 자금인줄 알면서도 해줄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은행들은 토로한다.
결국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외화자금을 운용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임시방편의 외화운용이 결국 실수요 중소기업들한테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