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조사국 보고서 통해 '유가 상승은 수요요인, 경제성장에 덜 부정적' 주장
- 재정부 vs 한은, 보고서로 자기입장 옹호, 보고서 가정 한계, '제논 물대기식' 주장 되지 말아야
[뉴스핌 Newspim=변명섭 김혜수 이기석 기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하는 정부간 대립이 보고서의 논리 싸움으로 한층 치열해 지고 있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통화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교역조건 악화의 충격을 흡수하고 경제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IMF 보고서를 발췌해서 내놨다.
이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즉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은 교역조건 악화를 흡수해 단기적이나마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환율하락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재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셈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저물가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에 덜 부정적'이며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면 괜찮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IMF보고서를 통해 '환율 상승이 긍정적'이라는 자기입장을 대변하고, 한국은행은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성장률을 떨구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재정부의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경기에는 긍정적이지만 국제유가 상승기에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은의 반대 논리를 방어하고, 한은 입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기가 하락할 수 있으니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부 논리를 차단하는 의도가 깔려 있어, 양측의 치열한 논리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판가름 날 지 주목된다.
그렇지만 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모두 자체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즉 양쪽 보고서는 '여타 다른 조건이 일정할 경우'라는 경제학의 부분균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재정부가 인용한 IMF보고서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환율 상승의 교역조건 악화 충격 완화를 초점에 뒀고, 한은 보고서는 저물가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정부는 환율 상승이 교역조건 악화충격을 완화시키면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IMF 보고서의 지적, 한은은 저물가에서 고물가 상황으로 바뀌고, 경기침체와 국제유가의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성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이 인식해야 한다.
정책당국간에 자기 논리를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계가 있는 보고서를 인용해 특정한 가정을 전제로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며 혹여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24일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교역조건과 경제성장’에 관한 IMF 보고서를 발췌해, 최근 고유가 등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있는 우리경제에 있어 지난해 4/4분기 이후 환율 상승은 교역조건의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보고서는 또 교역조건 악화시 경제회복을 가져다주는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안정성과 제도개선이 성장세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무역개방성의 경우는 단기적으로 취약하나 중장기적으로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술도입, 규모의 경제 등으로 긍정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교역조건 충격은 이론적으로 지출효과, 자원이동효과 등을 통해 성장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치고 실증적으로도 성장에 큰 역할을 미치며 특히 환율의 신축성, 제도의 안정성이 높을수록 교역조건 악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환율 상승, 통화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어들게 하면서 경제회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효과가 축소된다고 평가했다.
중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제도 운영상의 안정성 등을 바탕으로 한 정부 안정성이 중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역조건 이후 향후 5년간 성장률이 1% 이상인 국가는 실질실효환율이 상대적으로 큰 폭(-2.4%) 절하됐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적, 무역개방성은 높은 편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5년간 성장률이 1% 이하인 저성장 국가는 실질실효환율 변동이 -0.07%로 거의 없었고 대내적인 물가관리 미흡으로 인플레이션이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교역조건 충격발생 이후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환율변동이 신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 정부안정성 및 법질서 제도개선과 무역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에 앞서 이날 한국은행은 조사국의 황상필 차장과 김민수 조사역이 쓴 '유가상승 충격의 요인분해와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최근의 유가 급등은 선진국의 경기호조, 신흥시장국의 고성장 등과 같은 수요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공급요인이 아닌 수요요인으로 인한 유가급등은 세계경제성장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이 수반될 때는 전반적인 제품가격 하락을 통해 물가상승 부담이 오히려 완화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영향으로 유가가 10%상승 시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GDP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는 선에서 그쳤다. 지난 1970-1999년의 0.4%포인트 하락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들은 "유가 급등은 공급요인, 수요요인 이 밖에도 투기적요인, 달러화의 가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석유파동기에는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면서 "최근의 유가상승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경제 성장세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급이나 투기적 요인으로 인한 급등은 외생적인 충격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수요증가로 인한 유가 급등은 경제성장이 가능하는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현재의 유가 급등은 선진국의 경기호조, 신흥시장국의 고성장 등과 같은 수요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결론이다. 또한 생산성 향상이 수반된다면 물가상승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1차오일쇼크에는 수요요인으로 인한 유가급등이 26.1%정도 됐지만 2차오일쇼크에는 29.7% 그리고 최근의 급등은 수요요인이 70.4%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수요요인에 의한 유가급등은 세계교역량이 늘어나며 세계경제성장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수요요인으로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생산성이 향상될 때는 제품가격 하락을 통해 물가상승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공급제약에 따른 유가상승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는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 제고,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 물가안정에 대한 신뢰성 확보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이런 현상을 반영 유가상승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에 비해 크기 줄어들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과거 1970-1999년대에는 GDP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지만 2000년대부터 작년까지는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970-1999년대에는 1.5%포인트 상승했지만 2000년대부터 작년까지는 0.2%포인트 상승하는 선에서 그쳤다.
다만 향후 세계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공급요인의 유가충격이 예상 외로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과 물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