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헤지 목적이었지만 지금의 선물거래는 가격 변동의 위험을 감당하면서 이익을 취하려는 투기자(Speculator)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 됐다.
국내의 해외선물 거래도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당초 사료나 전선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옥수수 전기동 등 원재료를 수입하면서 이를 헤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해외선물이 기업들의 헤지 목적에서 개인들의 투기 거래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선물거래소가 탄생하면서부터다.
선물거래소가 국채선물을 상장하면서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해외선물에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때는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해외선물 거래를 오프라인으로 해야했다. 투자자가 국내 선물회사에 전화로 주문을 내면 국내 선물회사는 이를 해외 선물회사로 전달하고, 해외 선물회사는 다시 거래소에 공개호가 방식으로 주문을 내는 형태였다.
주문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시세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었으니 시장이 활성화될 리 만무했다.
이같은 시장 환경에 돌파구를 만들어준 것은 정보통신(IT)였다. 한맥선물이 2003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도입하면서 시세를 비롯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주문도 간편해져서 시장은 급속히 컸다.
오성곤 한맥선물 상무는 “당시에도 공개호가거래방식이 주였고 전산에 의해 거래하는 장은 별도로 있었지만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한맥선물의 뒤를 이어 우리선물(옛 LG선물) 외환선물 동양선물 등이 해외선물 HTS를 만들며 시장 확대에 발을 맞췄다.
이러한 펀더멘털이 갖춰지면서 2004년부터 국내 해외선물투자는 매해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 2005년 133만 계약 정도 거래됐던 해외선물은 2006년에는 159만 계약으로 늘어나 20% 성장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거래량만 353만 계약, 성장률이 122.5%로 일년새 6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통화선물의 경우 작년 한해 해외펀드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헤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 화려해진 투자 품목·전산화 시스템 덕에 "쑥쑥"
해외선물 시장이 해를 거듭할 수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상품의 다양성과 거래의 전산화의 역할이 컸다.
주가지수선물나 통화선물로 국한됐던 초기의 해외선물 시장이 옥수수, 밀, 대두 등 농산물이나 금, 원유 등 원자재, 에너지로 투자 품목을 확대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품목도 그 만큼 늘어났다.
특히 지난 2006년과 2007년 그리고 올해까지 밀가루, 설탕 등 농산물 가격과 금, 에너지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욱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가격의 변동성이 큰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해외선물은 통화 주가지수 금리 농산물 귀금속 에너지 등 투자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성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유럽까지 뻗어가는 해외선물,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
해외선물 시장이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춰줄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사정과 지표 등만 알면 손쉽게 해외선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국내 해외선물 투자가 그동안 미국 중심에서 유럽으로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외선물의 경우, 미국 지표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가격을 움직이는 경우가 적다. 세계경제에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상원 KR선물 팀장은 "해외선물의 경우 국내와 달리 거의 미국 지표에 가장 강력히 영향을 받는다"면서 "국내 상품의 경우 국내 변수 말고도 해외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해외선물의 경우 대부분 그 나라의 시장만 알면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시장에서 유럽시장으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해외투자의 매력을 더했다.
지금까지 해외투자하면 미국의 CME나 CBOT, NYMEX등이 거의 전부였지만 영국의 런던 상품거래소까지 거래할 수 있게돼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더욱 넓어졌다.
유럽시장은 미국보다 시차로 2시간 정도가 빨라 거래도 그 만큼 일찍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챙겼다.
이상원 팀장은 "앞으로 해외선물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면서 "해외펀드 투자 증가로 인한 통화선물 투자는 물론이고 농산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직접 투자도 점차 늘어나고, 시장도 다양화되면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병진 우리선물 브로커 역시 "기관들의 헤지와 금융기관의 채권 및 F/X 헤지 수요는 물론 개인, 기관들의 투자 대상으로 해외선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에서 유럽으로 시장이 확대된 데다 24시간 쉬지 않고 전세계가 참여하는 만큼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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