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된 핫라인은 프랑스-소련(1966년), 영국-소련(1967년), 1972년에는 미국-중국, 인도- 파키스탄, 서독-동독 사이에 차례로 설치되었다. 남북한 사이에도 1971년 서울과 평양에 핫라인이 가설되어 한반도 평화정착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핫라인은 적대적 또는 긴장관계에 있는 국가간에 전쟁 등 비상 사태가 촉발되기 전에 정상간에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통로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정치 군사적 전문영역에 있던 핫라인은 이제 각 분야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변형되어 있다. 예를들어 부정부패신고, 도주 및 도피자 신고, 자살방지, 가족 및 청소년 폭력 예방등 사회안전망 구축의 비상체널로 활용되고 있다. 낯 뜨거운 몸매를 일컫는 말로도 사용된다.
핫라인이 어떤 분야에 사용되든지 ‘긴급한 상황을 직접 대화‘로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전쟁방지, 위험 및 위기사태 해결, 범죄 및 부조리 해소의 유용한 방책으로 삼는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출마의 변‘때부터 ’경제살리기‘를 위해 전문경영인(CEO) 대통령을 자임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핫라인을 설치했다. 기업인과의 직접 소통의 길을 터 어떤 식이든 성장동력 확충을 철저히 뒷받침하겠다는 국정최고책임자의 정책의지를 실증적으로 보인 조치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은 아주 드물다. 집무실에서는 비서실이, 이동중에는 수행비서가 중간에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재계와의 핫라인은 이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과시간만이 아니라 침실 머리맡까지 24시간 동안 가동한다고 한다. 대선과정에서 천명했던 ‘비지니스 프랜드리(business friendly)'를 실행에 옮겨 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풀어주겠다고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대통령 후보자이던 지난해 5월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셰이크 무하마드 국왕이 외국계 기업인과 직접 통화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아 채용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대선 직후 이 대통령은 기업인과 간담회에서 “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할지 방법을 제시해 달라. 필요하다면 저에게 직접 연락해 달라”며 재계와의 직접 대화체널 구축의지를 밝혀왔다.
이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핫라인 설치는 이런 약속의 즉각적인 이행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약속이행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인 ‘경제살리기’에 CEO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고 싶다.
사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CEO 출신이다. 누구보다 기업과 CEO의 어려움과 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기업인과의 대화체널도 잘 구축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핫라인을 설치한 취지는 보다 많은 기업인의 의견을 직접 듣고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앞장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보였다고 볼 수 있다.
핫라인은 그 특성상 제한된 범위내에서 공개되기 마련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핫라인 전화번호도 일부 기업인에게 한정해 공개될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신분이고, 제한된 기업인이 이용대상이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핫라인이 일반적인 전화처럼 빈번한 통화가 이뤄진다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한 달에 한 건이 통화되더라도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외자를 유치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길은 핫라인으로 한정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핫라인은 그야말로 돌고 돌아 풀리지 않을 경우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신문고’로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이 CEO를 자임하고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나선 이상 중앙부처의 장차관과 고위공무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료들도 눈을 뜨고 귀를 열어 민심을 살펴야 한다. 그러나 핫라인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살리기에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CEO의 마음이 닫혀 있다면 대화의 채널의 아무리 활짝 열려 있다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