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태도 보수화, 창구조달 집중강화 부심하기도
[뉴스핌=원정희 기자] 설 연휴기간 신용경색 장기화 조짐이 다시 돌출하면서 달러는 물론 비달러 통화 외자조달 길이 막히는 바람에 은행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원화조달 역시 최근 현상은 일시적인 예금유입일 뿐이어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올 해 대량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차입금의 상환 및 은행채 만기 물량에 대한 대처 등 올 한해 조달전략을 어떻게 펼쳐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 한해 은행권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자금은 약 140억달러로 추정했다. 특히 오는 6월, 9월, 11월에 만기상환이 집중돼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시기 매월 상환예정액은 각각 2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그나마 올해들어 증시가 불안정해지며 예금이 늘어나고 있어 원화조달 부문의 숨통은 트였다. 그러나 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CD·은행채만 해도 100조원에 달해 원화조달에 언제 또 빨간불이 켜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외화조달 쪽은 여전히 막막하다. 은행들은 비달러시장에도 노크를 하고 있지만 기대를 걸었던 사무라이본드 발행 조차 녹록치 않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대출을 자제하면서 창구(예금)조달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은행들선 외화CP(기업어음)발행을 시도하고, 자산유동화를 통한 조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은행 창구조달 안간힘…"예금 유입 안심할 때 아니다"
올해들어 증시가 급락을 되풀이하자 증시로 빠져나간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은행권의 원화조달엔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기은경제연구소는 지난 10일 '금융브리프 2월호'에서 "최근 주가급락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예금유입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호전됐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될 경우 다시 예금 이탈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최근 은행으로 유입된 자금은 언제든지 다시 이탈할 수 있는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자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이 올해 들어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는 등 대출자산 확대전략은 여전하다. 상반기 중 만기가 예정된 CD와 은행채 규모만해도 100조원에 달한다.
1월중 예정된 6조8000억원의 은행채 물량은 예금유입과 금리하락으로 큰 어려움 없이 소화됐으나 올해 4, 5월에도 각각 6조원과 7조7000억원의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이영숙 연구위원은 "집단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되는 올해 4월 예금이탈이 다시 나타나면 이때 CD 및 은행채 만기물량 부담이 가중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대출 자제, 창구조달 역량 강화
따라서 은행들은 여전히 원화조달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부산은행의 창구조달 집중계획이 눈에 띈다. 부산은행 박태민 부행장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3000억원으로 대폭 낮추는 대신 창구조달에 역량을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유가증권을 포함한 유동자산을 매각해 대출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성 조달을 작년 1조8000억원에서 대폭 낮추는 만큼 올 한해 여신증가율 목표도 11.5%로 낮춰 잡았다.
우리은행도 올 상반기 수신쪽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영업정 평가기준(KPI)도 여신총량을 늘리는 경우 배점은 0점이지만 개인부문 수신을 늘리면 120점을 주도록 KPI를 조정해 운영하고 있다.
신한지주 재무담당 김명철 상무도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작년 LG카드 편입으로 127만계좌의 결제계좌 유치로 구좌당 약 40만원, 총 4000억원의 예금 유발효과가 있었다"며 "올해는 보다 공격적으로 결제계좌를 유치하는 등으로 저코스트예금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일단은 대출증가 속도를 조절하면서 창구조달 쪽에 힘쓰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통화 및 조달방식 다양화 모색하지만 "딱히 방법없다"
외화조달 쪽은 여전히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이 더욱 요동치는 바람에 외화조달은 더욱 안좋은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은행들은 달러시장이 죽자 올해들어서 사무라이본드, 말레이시아 링깃화, 멕시코 페소화 등 비달러 조달전략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1월 하순께 국민은행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사무라이본드 발행 조차 녹록치 않은 상황을 접하고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사무라이본드의 경우 오는 3월 결산시즌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고, 유로시장도 좋지 않은데다 링깃화 등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조달할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저 국내 기관이 한꺼번에 몰리면 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비달러시장 조달 역시 쉽지 않음 상황임을 전했다.
다만 국책은행들의 경우 그동안 사무라이본드를 활용해왔던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설연휴 이후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도 "오는 2/4분기쯤에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포함해 마켓을 지정하진 않고 있지만 5~6억달러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차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 단기자금 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약 10억 달러 정도의 규모로 외화 CP(기업어음) 발행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하나은행도 통화다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당분간 사모형태의 발행을 집중 검토할 계획이다.
이 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만기돌아오는 차입금의 70% 이상이 1년짜리가 대부분이어서 상당부분 연장할 것"이라며 "나머진 1~2년으로 올해 돌아오는 금액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사무라이본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프라이빗(사모)쪽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주사 이인호 사장은 "채권의존엔 한계가 있다"며 "조달방법에서 다양한 방식을 강구하고 주택저당증권(MBS)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MBS 등 자산유동화를 통한 조달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작년부터 통화 다변화 전략을 세웠지만 사무라이본드가 최근 어려움을 겪자 사모사채, 구조화채권 등 다양한 형태의 조달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딱히 방법이 없다"면서도 "산은이 최근 '리보+1.4%'로 조달했는데 시중은행들은 더 높아질 것 같지만 현재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조달코스트가 높아도 과감하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