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자본적립 부담 해소, 거래관행 개선
- 우량 기업 한도 줄이고, 중기 자금중개 확대 효과도
[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권이 기업과 맺은 대출 한도약정에 대해 약정 한도가 남아 있더라도 무조건 대출을 해주지 않아도 되는 '취소가능한 한도약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BIS협약(바젤Ⅱ)에서는 기업들이 대출 한도약정 후 쓰지 않은 한도 즉 미사용한도를 리스크로 판단해 자기자본 적립 부담히 급격히 늘어난다.
은행별로는 대형은행의 경우 쓰지 않은 한도가 70~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자본적립 및 기회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취소가능한 약정이 새로 도입되면 기업들엔 선택범주가 늘어나는 동시에 적정한 한도를 보유하게끔 거래관행도 개선될 전망이다.
◆ 쓰지도 않는 불필요한 한도, 은행 경영에 부담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한도약정을 무조건 취소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조건 취소가능한 한도약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두군데의 법무법인에 법률의뢰해 놓은 상태이고 법적검토를 거쳐 금융감독당국에 공식 질의할 방침이다.
현재는 은행이 기업과 대출한도를 약정하면 그 한도 범위내에서는 언제든지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쓸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기업이 당초 약정한 한도를 다 쓰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둬야 한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별로는 쓰지 않은 한도가 많게는 70~100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 만큼을 은행들은 항상 준비해둬야 하는 셈이어서 결국 사회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엔 이 미사용한도에 대해 은행들이 기회비용을 부담할 지언정 직접적으로 경영에 부담을 주진 않았다. 그러나 바젤Ⅱ 도입에 따라 미사용한도에도 자본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자본적립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실제 바젤Ⅱ 표준방법에선 1년미만인 경우 20%의 신용환산율을 적용하고, 1년이상이면 50%를 적용해 자본을 쌓는다. 기본내부등급법에선 '사전통지없이 무조건 취소가능한 대출약정'은 현행대로 0%를 적용하는 반면 '무조건 취소할 수 없는 약정'에 대해선 70%를 적용함으로써 급격히 늘어난다.
그렇다고 이같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들에 미사용한도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 역시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게 은행 여신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당좌대출이나 종합통장대출 등 일부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 구매자금대출을 비롯한 외환여신 등으로까지 원칙적으론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미사용한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언제든지 약정 한도 내에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 이외에 자금에 여유가 있고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에 대해선 굳이 쓰지도 않을 한도를 과도하게 보유하기 보다는 취소가능한 약정을 맺을 수 있도록 이원화하자는 주장이다.
즉, 은행에 큰 무리가 없는 경우 한도를 사용가능하지만 만약 사정이 생겼을 경우 이 한도약정에 따라 대출을 해주지 않아도 되게끔 제한적으로 한도약정대출을 운용하는 것이다.
A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은행 한도를 많이 확보하는게 관행"이라며 "자금 사정이 좋은 기업들도 일단 한도 약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 '취소가능한도'도입해 대기업 한도 줄이고, 中企 자금중개 확대
특히나 우량한 대기업들이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조단위로 한도를 갖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약정을 도입하면 이같은 한도는 줄이고 실제로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한도와 여신을 제공하는 등으로 효율적인 자금배분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은 이같은 방안을 금융감독당국에 질의했으나 부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은행들의 경우 국제기준에 따라 취소가능한 약정을 맺을 수 있어 그만큼 자본적립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 등 로컬 현지법인은 국제기준을 따를 수 없는 상황이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당시 사전통지의무 없이 약정을 취소가능케 하는 경우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국제기준이나 바젤Ⅱ기반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우량한 기업들의 경우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과도한 한도를 보유하는 것 보다는 취소가능한 약정을 통해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은행과 기업 모두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2월중으로 여신약관 등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감독당국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