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경기침체를 말하기에는 이른 것도 사실이다. 최근 실시한 블룸버그 조사 결과에서도 보이듯 아직 '다수'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연착률 전망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 기사는 15일 오전11시05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전망은 갈수록 '희망'에 가깝게 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불길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화요일 밤 뉴욕시장에서는 12월 소매판매 결과가 주목된다.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전월대비 보합 내지 약보합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늘 예상외 탄력성을 보여준 미국인들이 이번에 어떤 결과를 보일지에 따라 당분간 경기침체 논쟁의 무게추가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이번에 미국 경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물가압력의 상승까지 더한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좀 더 우려된다.
11월 근원 인플레 압력이 2.2%로 연준의 물가안정 판단범위를 상회한 가운데, 이번 주 나올 물가지표도 이런 물가 불안을 떠올리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와 있다.
70년대 미국 경제의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스태그플레이션 관측은, 나아가 60년대 케니디식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끌어내는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연준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부시 행정부는 물론 미국 주요 대선주자들이 경기부양책 카드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 논란은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지금 경기침체 진입을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모두 '온건한(moderate)'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모두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처럼 손쉽게 하반기 경기회복을 주장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며, 이 같은 위기의 파급효과가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잘 제어될 수 있는 것인지가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시계도 거의 '제로' 수준에 도달했다. 심지어 연준 관계자도 "중앙은행의 정보판단이 딱히 더 좋다고 할 수도 없다"거나 "연준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서는 줄었다"는 식의 얘기도 나오고 있다.
◆ 미국 경기 침체 위험 증가 VS 완충 요인
단기 추세를 예상하려면 최근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해 3/4분기, 주택경기 조정의 한 복판에서, 심각한 신용위기와 국제유가의 급등 속에서도 무려 5%에 가까운, 4년래 최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주택부문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무려 6.2%에 달했다.
물론 이는 과거일 뿐이고, 또한 4/4분기 경기 활력을 미리 가져다 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4/4분기 초입에 소비경제가 여전히 양호한 특징을 보이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12월 제조업 경기가 본격 침체되고 정부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소식은 추세를 달리 보게 하고 있다.
그 동안 소비경제는 고용시장의 개선과 소득 증가세로 뒷받침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 고용이 더 위축된다면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우려 속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미루게 되고, 여기다 주택가격 하락과 에너지 및 식품가격 앙등이 겹치면 제아무리 회복탄력성 강한 미국 경제도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
주택매매 감소세도 아직은 그칠 줄 모르고, 재고증가 속에 주택착공도 계소 줄어들고 있다. 대출기준 강화 속에 신용시장의 위축은 경제를 더욱 옥죄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달러 약세 속에 미국 수출경기가 개선되고 있다. 소득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은 소비지출이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세금환급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브리핑닷컴(Briefing.com)은 지난 주 제출한 보고서에서 "경기침체 위험 강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지난 해 4/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2%, 올해 1/4분기에는 1% 정도로 완만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07년 1/4분기부터 '08년 1/4분기까지 순서대로, 단위: 연율 %)
- 실질 GDP성장률 0.6... 3.8... 4.9... 2.0... 1.0
- GDP 디플레이터 4.2... 2.6... 1.0... 3.5... 2.5
- 소비지출 3.7... 1.4... 2.8... 3.0... 1.5
- 설비투자 2.1... 11.0... 9.3... 4.0... 2.0
- 실업률 4.5... 4.5... 4.7... 4.8(실제)... 4.9
- 연방기금금리(평균) 5.3... 5.3... 5.1... 4.5(실제)... 4.1
- 10년 국채 수익률(평균) 4.7... 4.9... 4.7... 4.3(실제)... 4.1
※출처: Briefing.com, 별도 표시 없는 경우 '07년 4Q 및 '08년 1Q 수치는 예상치
◆ 경기침체의 정의와 현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민간 싱크탱크이면서 '경기침체'의 시작과 끝을 공식 선언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곳이다.
이곳에서는 경기침체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선언하려면 침체가 개시된 이후 최소한 6개월을 기다려야만 가능하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NBER은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일련의 월간 지표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고용지표, 개인소득, 기업매출과 산업생산 등이 포함된다. 이들 측정 지표들은 컨퍼런스보드(Confernece Board)의 경기동행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단 11월 지표 결과들은 보자면 산업생산만 주기상의 고점에서 하락했을 뿐이며, 따라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하기는 이르다.
이들 지표들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한 부문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 위축이 아닌 주택이나 제조업부문의 위축만으로는 경기침체를 얘기할 수 없다.
물론 경기침체를 확증하는데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되는 몇 가지 지표들도 있다.
월간 일자리 수 감소나 ISM제조업지수가 연속으로 45선을 하회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경기선행지수는 경기침체를 예고할 수는 있지만, 1995년 경기 연착륙의 경우처럼 잘못된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경기동행지수는 확실히 정확하기는 해도 NBER이나 마찬가지로 후행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 발표된 12월 ISM제조업지수가 48레벨 아래로 떨어지며 경기위축을 시사한 것이나, 12월 민간부문 일자리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공식적인 경기침체라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브리핑닷컴은 비록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약 1% 혹은 경우에 따라서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경기침체가 아닌 '경기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 하락 및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꾸준하게 지출하고 있고, 세계경제 확장 지속과 달러 약세로 인한 순수출의 성장 기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적시재고관리로 인해 재고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들 역시 "좀 더 악재가 돌출될 경우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연준과 마찬가지로 '예의 주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