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채권시장은 시장심리가 패닉에 빠져들여 금리가 폭등했다. 마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나 카드대란 때를 연상시켰다.
겉으로 드러난 큰 사건은 없는데 왜 금리는 폭등했을까?
그건 펀더멘털이나 쇼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채권시장 내부 요인으로 인한 것이다.
(이 기사는 29일 오전 6시41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금리급등 원인은 스왑뱅크 본드스왑 베이시스 포지션의 손절매도
은행권이 달러나 원화 모두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왑시장과 엮인 포지션에 대한 손절매(loss cut)에 나섰기 때문이다.
스왑을 거래하는 곳은 외국계은행과 국내은행 증권사 등이다. 국내은행의 경우 산업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은 스왑거래가 많은 편이다.
이들 은행과 증권사의 스왑데스크는 기본적으로 본드스왑 베이시스 거래를 한다. IRS(이자율스왑)와 채권금리간의 금리차를 이용한 일종의 재정거래를 하는 셈이다. IRS레이트가 채권금리 보다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IRS를 페이하고 채권이나 선물을 매수하면 20-30bp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원화 및 달러자금 부족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 북클로징이 다가오면서 외국계은행에서 이런 포지션을 청산하는 거래가 나왔고 본드스왑베이시스(채권금리와 IRS레이트간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평가손이 커지자 손절매(로스컷)이 터져나오면서 국채선물이 급락하고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반면 IRS레이트는 급락했다.
3년만기의 경우 국고채수익률은 5.93%로 전일비 0.24%포인트 급등한 반면, IRS레이트는 5.27%로 0.14%포인트가 하락했다. 하룻새에 본드스왑베이시스가 38bp 벌어진 것이다. 이로인해 IRS를 페이하고 채권을 산 스왑데스크는 큰 손실을 입었다.
◆ 금리는 얼마나 더 오를까? 손절매도 대기물량 많아 가늠 어렵다
그러면 채권금리는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문제는 손절매도 대기물량이 많다는 것이다.
스왑거래를 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은 본드스왑 베이시스 포지션을 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어제는 주로 외국계은행에서 로스컷 물량이 나왔고 국내은행들은 별로 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은행과 증권사의 로스컷 물량이 가세할 경우 채권금리가 더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가 재작년과 작년에 많이 발행된 파워스프레드 구조화채권도 본드스왑 베이시스 확대의 영향권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경우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또 스왑데스크 뿐 아니라 투신사 등 채권펀드가 채권금리 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을 견디지 못하고 로스컷에 나설 경우 시장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절매가 손절매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채권시장 안정대책 나올까? 한은은 "원인 파악후 대책마련 여부 결정"
채권금리가 폭등하자 한국은행 등 당국은 원인파악에 나서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시장안정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었다.
먼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나서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금리 폭등의 진원지가 스왑과 엮여있는 포지션에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한후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스왑과 엮여 있는 포지션이 손절매가 나오면서 금리가 폭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한은이 쓸 수 있는 방법은 금리안정 의지를 밝히고 돈을 푼다든지, 국고채 직매입을 해준다든지 등이다.
한은이 개입할 경우 채권금리의 급등을 어느정도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차라리 시장 내부의 문제는 시장 스스로 해결하도록 놔두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스왑베이시스 거래를 한 것은 시장참가자의 선택인데 한은이 개입할 경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측면은 있지만 이들의 손실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고 이는 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한은관계자는"채권시장이 자생력을 갖느냐에 따라 시장안정대책이 나올 수도 있고 내놓지 않고 지켜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