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달러 환율하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청와대(당시 김용덕 경제비서관, 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앞장서서 고집스럽게 금융기관의 단기외화차입을 규제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 단기외채규제, 환율하락 못막고 외인 국내채권투자만 급증
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원달러 환율은 910원대로 하락해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해 있고 외국인의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는 3분기중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중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는 13조192억원이 순증했다. 지난 2분기의 8121억원 보다 16배, 지난해 3분기의 2조3332억원 보다는 5.5배나 많은 것이다.
외국인은 왜 이처럼 많은 국내채권을 샀을까?
◆ 규제 안받은 역외 외국인, 재정거래로 수익 '만끽'
그 이유는 한마디로 정부의 단기외채 차입이 돈을 벌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화차입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지자 스왑베이시스(통화스왑과 이자율스왑간 금리차)는 1년물의 경우 한때 -200bp까지 벌어졌다.
외화차입 규제를 받는 국내금융기관(외국계은행 국내지점 포함)은 달러를 들여와 원화는 사는 재정거래를 못하지만 역외 외국인들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문에 이같은 재정거래를 마음껏 즐겼다.
그 결과가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급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역외 외국인의 경우 변동금리부로 달러를 빌려서 국내 원화채권을 투자할 경우 1년후 200bp이상의 확정금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니 이 기회를 놓칠리가 만무하다.
◆ 한은 뒤늦은 스왑시장개입, 외인은 '꿩먹고 알먹고'
한국은행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스왑시장 개입이라는 사상초유의 조치를 취하면서 스왑베이시스 축소에 나섰다. 그러나 이 조치 역시 외국인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 외국인에게 스왑베이시스가 줄어든데 따른 캐피털 게인까지 얹어줬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한 셈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섣부른 규제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이는 또다시 불피요한 규제를 만들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외화차입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 환율을 올리겠다는 명분으로 이런 규제를 했다가 환율을 올리지도 못하고 국부만 유출시킨 꼴이 된 것이다.
◆ 채권시장에는 수급 숨통을 트는 재료로 작용할 듯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급증이 단기적으로 수급의 숨통을 트는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제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외국인의 국내채권투자 급증이 미칠 수급에 우호적인 영향을 재평가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월이후 국채발행규모가 줄어들고 은행채 발행도 일시적으로 수그러들 수 있는 타이밍에 외국인의 채권매수 급증이 발표되자 수급이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매도플레어가 환매수하고 저가매수심리가 다소 늘었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던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