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진국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이 전반적인 경기 전망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부상하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필요시 금리인하 의지까지 드러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7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최근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할인율을 기존 6.25%에서 5.75%로 전격 50bp 인하하고 대출기간도 현행 하루짜리를 30일까지 갱신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일시적인 것이다.
연준 관계자들은 또한 이 같은 정책적 대응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록 주요 금융업계의 지도부들과의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이번 대응으로 연준은 사실상 시장의 상황을 정상화할 수 있는 허용된 범위의 모든 수단을 대부분 활용한 셈이다. 만약 이런 조치에도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연방기금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필요하다면 이 같은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9월과 10월 FOMC에서 각각 한 차례 25bp 금리인하 가능성을, 나아가 연말까지는 4.25%까지 현행 금리보다 1%포인트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중이다.
◆ "경기하방 리스크 크게 증가했다" 인정
FOMC는 이날 미국 금융시장 개장 전 제출한 성명서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다(The downside risks to growth have increased appreciably)"고 밝히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act as needed to mitigate the adverse effects on the economy arising from the disruptions in financial markets)"고 밝혔다.
원래 재할인 창구는 연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든 경로다. 하지만 이는 어려움에 빠진 은행의 최종 대출창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대출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이날 연준의 개입에 열렬히 환호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시장이 열리자 마자 300포인트 넘게 폭등했고, 마감 시점에는 상승 폭을 약간 줄여 233.30포인트, 1.82% 오른 1만 3079.08로 마감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비해 다소 미온적이었다. 연준 관계자들은 다우지수 보다는 상업어음, 금리스왑 그리고 재무증권 등 채권시장의 변화를 좀 더 중요한 금융여건 변화의 바로미터로 보고 있으며, 일단 자신들의 조치가 먹히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는 중이다.
사실 그 동안 연준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는 했지만, 긴급 금리인하에는 주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불과 열흘 전 공식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여전히 자신들의 일차적인 우려는 "인플레 압력이 예상대로 둔화되지 않을 가능성"에 있다고 천명했던 상황이라 대중들의 신뢰에 금이 갈수도 있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은 재할인창구를 활용한 다소 창의적이고 유연한 정책 변화를 시도했고, 이제는 그 시도가 얼마나 먹힐지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단계에 도달했다.
◆ 16일 긴급회의 통해 결정, 금요일 성명서 발표 후 컨퍼런스콜
연준 정책결정자들은 지난 16일 밤(현지시간) 한 시간 정도의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그 기한도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그리고 나서 연준은 1998년 LTCM 붕괴 당시에 활용했던 위기 대응 방식처럼 연준 관계자와 은행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앙은행의 대응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뉴욕 연준의 요청으로 CHIP(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s Co.)이 1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컨퍼런스콜을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JP모간체이스의 제임스 디몬(James Dimon), 시티그룹의 찰스 프린스(Charles Prince),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Kenneth Lewis), 골드만삭스그룹의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등이 참여해 연준 관계자들로부터 위기 대응 방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 같은 대응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연준 당국자들은 개별은행들이 그 동안 금기시 되던 재할인 창구를 활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도록 부담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티모시 기트너(Timothy Geither) 뉴욕 연준 총재와 도널드 콘(Donald Kohn) 연준리 부의장이 주도했으며, 이들은 재할인창구의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어려움의 신호가 아니라 건강하다는 신호로 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기트너 총재는 "광범위한 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데 좀 더 편하게 느끼게 함으로써 자금 및 신용시장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빚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 재할인창구의 효과와 한계
이번 조치는 목요일 115억 달러 규모의 여신 창구를 닫을 것이라고 밝힌 최대 모기지대출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과 같은 금융기관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 재할인 창구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점보(Jumbo) 모기지대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점보론은 우량 대출이면서 현재 패니매(Fannie Mae) 등 정부지원 모기지인수업체들의 매입한도인 41만 7000달러를 넘는 모기지대출를 일컫는다.
은행을 자회사나 관계사로 두고 있는 투자증권사나 파이낸스업체들 역시 이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지난 수 개월 동안 연준 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의 문제점들이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와 이런 위험 모기지를 인수한 투자자들에게 제한될 것으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신용 경색이 헤지펀드와 은행 그리고 여타 전세계 투자자들로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자 다급해졌다.
이번 달 7일 FOMC 성명서에서는 "비록 경기하방 리스크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여전히 인플레가 일차적이란 시각을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단 며칠 후 급격한 신용경색 우려 사태가 전개되자 유럽중앙은행(ECB)와 연준은 급격한 유동성 공급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주 상황이 좀 더 긴박하게 전개되자 드디어 재할인율 창구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결정한 것이다.
컨퍼런스콜에 참석했던 골드만삭스의 블랭크페인 회장은 연준의 이번 대응이 유동성을 공급할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금융시스템에 좀 더 안정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런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회의가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연준 관계자들은 금융기관들이 재할인율 창구를 활용하더라도 전혀 부정적인 기색을 보이지 않을 것임은 강조했다고 전했다.
물론 재할인 창구에 접근할 수 있는 은행들은 이번 위기 사태의 핵심에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연준 관계자들은 은행들까지 어려움에 처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면서 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모기지대출업체, 상업어음 발행기관, 헤지펀드 그리고 주택저당증권이나 채권담보증권 등 특화된 대출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대답해왔다.
따라서 재할인 창구를 이용한 시장으로의 유동성 공급과 시스템 안정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또한 넘어야할 장애도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준은 이제 써야할 대부분의 카드를 활용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마지막 남은 연방기금금리 인하 카드를 뒤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란 점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