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주로 동남아시장. 자본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한 미개척지를 선점해 제대로 장사를 해보겠다는 의도다.
정부에서도 밀어주는 분위기. 과거 외환위기 이후 넘쳐나는 달러를 이제는 해외로 투자할 필요가 있고 그 시기도 무르익지 않았냐는 스탠스다.
물론 신흥시장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 동남아국가들이 자본시장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하루 아침에 법이나 제도가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나간다. 국내시장서 밥그릇 싸움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뉴스핌은 창간 4주년 기념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추진 배경과 전략, 현지 풍속도 등을 3회에 걸쳐 그려보고자 한다. 향후 증권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를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중간점검의 기회가 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① 증권사 해외시장 재진출... '예전과 다르다'
◆ 180도 바뀐 해외시장 전략
과거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어디나 비슷했다. 일단 해외에 현지법인을 만들고 국내 주식과 채권에 관심있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브로커리지 영업을 펼쳤다. 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 중개 역할도 했다.
한마디로 주식 브로커리지가 주류. 여기에 국내기업의 해외 DR발행 주선, 해외채권 발행 주간사 업무에 따른 수수료 수익 등 부수적인 업무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대부분의 지점이 폐쇄됐고 증권사들의 해외영업은 쇠퇴기를 맞았다.
그러던 해외부문이 지난 2005년을 즈음 모습을 달리한다. 일부 증권사들이 동남아지역을 무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다만 전략은 과거와 달랐다. IB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우증권 유상철 PF부장은 "과거 주식 채권 위주에서 최근 실물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부동산, 선박, 자원 등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여기서 발생되는 캐시플로어를 유동화하는 방식의 투자가 늘고 있다"라고 현 트렌드를 전했다.
즉 과거 국내에 들어온 선진 금융기관들처럼 국내 자금을 모아 해외 부동산을 사거나 실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동남아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 또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카자흐스탄 등 CIS지역 등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증권 조강호 해외투자팀장은 "최근 해외투자는 과거와는 달리 국내 투자자 자본을 모아 해외로 나가는 컨셉으로 바뀌었다"며 "특히 글로벌IB가 아직 정착하지 않은 신흥시장이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차이는 다소 있다. 에너지와 자원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는 가운데 동남아쪽은 천연자원을 중심으로, CIS나 중동쪽은 오일이나 광물 등 지하자원에 초점을 둔다.
증권사별 전략도 제각각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고성장 경제를 감안해 급등이 예상되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밀림 등 오지를 찾아다니며 투자가치가 있는 실물을 찾는 이들도 있다.
또 그룹내 운용사가 먼저 진출한 뒤 증권사는 펀드판매를 통해 향후 진출을 모색하는 곳도 있고, 해외주식 중개역할에 주력하는 증권사도 보인다.
결국 과거 한국시장에 투자해달라고 뛰어다니던 해외영업 방식에서 우리가 신시장 개척에 직접 뛰어드는 쪽으로 대세가 바뀐 것이다.
◆ 증권사 해외진출 왜?
증권사들이 이렇듯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에 대한 정부당국의 마인드 변화, 증권사 자체의 안정적인 수익구조 비중조절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크게 늘었다. 2006년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액은 18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최근 2년새 5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무려 35% 급증이다.
글로벌 IB와의 경쟁을 위해선 자본의 증가가 필수다. 다만 자본이 늘면 이익을 더 내야한다. 결국 자본이 35%가 늘어나면 이익도 35%가 늘어야 기존 ROE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자기자본 1조원 때와 2조원 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자기자본이 늘면 ROE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물론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아 이익이 계속 늘면 좋겠지만 시황이란 '神'도 모르는 시장. 큰 변동성 속에 어느 순간 바닥을 칠 수도 있다.
결국 꾸준한 수익이 생기는 구조를 만들어 놓지 못하면 안정적인 경영을 해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이다. 여기서 증권사 CEO들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대형 증권사 한 임원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IB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브로커리지영업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고 자산관리와 IB부문의 이익규모를 균형있게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자기자본 확충이 절실한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이익의 동반 상승"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시 말해 자기자본 증가만큼 이익이 내기 위해선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PI(자기자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증권사들은 수익원 다변화의 일환으로 해외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더욱이 전일 증권, 운용, 선물시장간 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 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시행이 이제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지 못하면 꿈꿔왔던 한국형 골드만삭스 탄생에 앞서 국내 경쟁에서도 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 초우량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대형화 및 수익원 다변화 전략을 위해서라도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해외로 나가는 것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최근까지 자통법이 이슈였다면 앞으로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이 금융계 화두로 부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