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버냉키 신임 연준의장은 그린스펀이 개시한 긴축 사이클을 잘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지금은 다시 한번 모호한 입장에 빠져들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금리인하 기대에서 금리인상 기대로 좌충우돌하면서 대립각을 세울 조짐마저 있어 보인다.
여기서 버냉키가 이끌고 있는 연준과 과거 그린스펀 사단의 차이를 평가하면서, 금리의 수준과 또 금리의 추세에 대한 판단이 각각 서로 다른 정책운영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한 페드와처(Fed Watcher)의 설명이 도움이 된다.
그레그 이프(Greg Ip)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지난 12일 한 강연을 통해 버냉키 사단과 그린스펀이 지휘하던 시절의 연준의 태도 차이를 분석할 때는 먼저 연준이 주목하는 인플레이션을 그 '추세(trend)'와 '수준(level)'에 따라 두 가지 차별적인 조건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와 그린스펀의 차이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지금처럼 통화정책 전망을 내오기가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다.
실제로 미국 지표 금리가 5년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연준의 정책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방향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이 외부에서 활발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금융시장은 그와 버냉키 신임연준 의장 사이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주제는 더 흥미롭다.
(이 기사는 14일 18시 37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인플레 완만 추세에도 계속 레벨 문제 삼는 이유
최근 인플레의 '추세'를 보자면 지난 해 9월 이래 美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9%에서 2.3%까지 둔화되고 근원PCE물가지수는 2.4%에서 2.0%까지 완만해진 상태인데도 연준 관계자들은 계속 인플레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일차적이 우려하고 말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인플레의 '레벨'이 여전히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02년까지만 해도 미국 근원 인플레율은 1% 수준에 접근해 있어 1960년대 이래 처음으로 '물가안정' 상태에 있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런 안정상태를 잃어버린 연준이 되찾고자 한다는 것이 그레그 이프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반드시 하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기대하는 것처럼 완만해지지 않을 위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프는 지금 연준이 바라보는 인플레 수준은 그린스펀 시대의 연준과는 대조적이며, 사실 과거에는 실제 인플레율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조차 드문 일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이런 차이는 두 가지 사실을 반영하는 것인데, 그 하나는 과거에 인플레율이 어떤 합리적인 물가안정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준 관계자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좀 더 낮은 금리를 원할 것이라는데 동의할 수가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린스펀이 정책의 목표로 특정 수치에 주목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 버냉키 의장을 포함헤 연준 관계자들은 모두들 특정 수준을 선호하며, 하나의 안정수치에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물가안정 범위의 상단이 약 2% 정도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서 차이가 있다.
◆ 인플레 추세와 관련된 쟁점 다수
한편 물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까 하는 '추세'도 중요하다. 지금 연준은 인플레율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그 이프에 따르면 이 같은 기대는 중요한 두 가지 근거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 한 가지는 주거비의 상승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이 증가하면서 또한 임대공급도 늘어날 것이고 주택소유비용의 하락이 일부 임차인으로 하여금 주택을 구입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이 주택소유자들의 OER(Owners Equilvalent Rent)의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또 연준은 일부 경제의 간극(slack)이 확대되면서 초과수요에 따른 물가압력이 제한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후자의 경우 연준이 기대한 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4/4분기부터 올해 1/4분기 사이 성장률이 2% 수준에 그쳐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는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이런 설명하기 힘든 양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그 중 다수는 주로 측정과 관련된 것으로, 국내총생산(GDP)가 과소평가되었거나 고용성장세가 과대평가되었든지 아니면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한 것 때문이라든가 하는 것이다.
연준은 임금 상승압력이 완만하고 경기가 과열되려는 조짐이 없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지만, 또한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져 실제로 경제에 충분한 간극이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근원인플레이션이 현재보다 좀 더 떨어지더라도 계속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또 실업률과 인플레 사이의 상관관계가 80년대나 90년대 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인식하고있다. 이른바 '좀 더 평평해진 필립스곡선(flatter Phillips Curve)'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변화는 곧 단기적으로는 실업률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말이며, 또한 인플레 상승을 위해서는 좀 더 오랜 기간 실업률이 낮아져야 하고 반대로 인플레 완화를 위해서는 높은 실업률이 장기간 지속되는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 정체되어 있을 경우 그 수준을 낮추려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연준, 당분간 긴축은 쉽지 않을 듯
한편 그레그 이프는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자신은 연준이 실제로 긴축을 실시하려면 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먼저 연준은 실제로 주택투자 둔화가 좀 더 오랜 기간, 아마도 올해 내내 경제성장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으며, 따라서 과열 우려는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채권 금리의 급등으로 인해 금융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굳이 단기금리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