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시장이 "BBK는 설립자인 김경준씨가 저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설립 운영하던 회사"라며 "김씨와 만나서 별도의 회사 (LK이뱅크)를설립하려 했으나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창립을 중단했고 영업을 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이 전 시장의 주장을 그대로 제목을 그대로 뽑는 '우(愚)'를 범했다. 이것은 언론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써 홍보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잘못된 내용을 홍보해 준 꼴이 되며, 따라서 둘 중 하나, 이 시장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조선일보 기자가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 된다.
이 시장 측은 '김경준 관련설'이 보도된 과거 인터뷰 기사 내용을 줄곧 '오보'라고 주장해왔다. 설마 이번에도 잘못된 보도, 즉 조선일보의 '오보'라고 주장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뉴스핌은 조선일보의 보도보다 하루 전인 7일 오전 11시 47분, 이미 이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시간은 다음 날 초판기사가 마감되기도 훨씬 전인 시간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충분히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한 12시간은 있었다.
뉴스핌은 이보다 앞서 "이명박 前시장, 김경준 LKe뱅크의 대표이사로 등기 확인(1보)" 를 7일 오전 11시 49분 15초에 '스쿱(SCOOP)' 기사로 출고했다. '스쿱' 기사란 '어떤 신문사나 방송국이 다른 신문사나 방송국에 앞서 독점 입수하여 먼저 보도한 중요한 뉴스'를 뜻하는 용어다.
주황색인 뉴스핌의 홈페이지에서도 스쿱(SCOOP) 기사는 분홍색으로 떠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 올라있게 된다. 기자도 1999년에 수습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했지만, 몇 번 써 보지 못한, 기자로서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영예인 셈이다.
지난 주 한나라당 경선 상황은 기자의 눈에도 상당히 과열되어 있었다. 박근혜 캠프는 연일 이 전 시장의 과거 의혹들을 제기했다. 그리고 언론은 상당히 심도있게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 주된 내용은 '8000억원 차명재산 보유설'과 'BBK 김경준과의 연루의혹설'이었다.
따라서 뉴스핌에서는 이 시장 측이 이 날도 거의 같은 주장을 할 것이라는 점에 감을 잡고 미리 관련 내용을 취재에 착수했던 것이다.
결국 조선일보를 비롯한 모든 언론사와 KBS, MBC, SBS 주요방송 등은 이 전 시장의 주장그대로를 보도했다.
그 내용은 사실 정치 문외한이 보기에도 '얼버무리기' 수준임을 직감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였거나, 최소한 그대로 충실히 전달하는 데 그쳤다.
사실 조선일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언론과 방송이 그곳에 있었지만 속시원히 물을 수 있는 기자는 그곳에 없었다.
그럴거면 기자회견장에는 왜 가는 것일까?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농락당하는 기자회견이라면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 자리에서 뉴스핌의 보도내용이 취재되어 있었다면 그 기자는 바로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시장님은 LKe뱅크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었고 1년 2개월동안 김경준 전 옵셔널벤처스 대표와 함께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왜 거짓말을 하십니까?" 하고 질문할 수 있었어야 했다. 기자는 질문을 하는 것이 일이다.
또 거기다가 기회가 된다면 "LKe뱅크 외에도 최소한 1개 이상의 회사를 김경준씨와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함께 경영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역시 부인하시겠습니까?"하고 맞받아 쳤어야 한다.
이 전 시장이 주장한 내용, 즉 "나는 BBK 주식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부여할 수 없는 말이다.
이 말은 "나는 삼성전자를 단1주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말과 똑같다.
지금 갖고 있지 않든, 예전부터 갖고 있지 않든, 중요한 것은 의혹의 핵심인 김경준과 얼마나 깊은 관계였고, '한 통 속'이었냐는 점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과 방송들은 "이명박 차명토지, BBK주식 하나도 없다" 라고 이 전 시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이 전 시장이 한 말이지만 주식이 '1주도 없다'는 내용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편집 기자들은 또 어떻게 머릿기사로 뽑을 수 있는 지 아쉬움이 든다.
기자의 눈 뿐 아니라 단순한 정치면 독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이시장의 주장은 그저 정치 고단수의 뻔뻔스러운 '얼버무리기'일 뿐이었는데도 그 자리에서 의혹을 심도있게 제기하는 기자는 하나도 없었다는 점은 정말로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기자들이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 검색만 심도있게 하고 갔더라도 최소한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뉴스핌은 LKe뱅크 뿐 아니라 또 최소한 1곳 이상 이명박 전 시장과 김경준 전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가 함께 경영진으로 참여해 경영했던 회사가 있다는 증거와 이와 관련한 정황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주장대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창립을 중단했다면 그런 행동을 나중에 다시, 두 번 이상, 같은 행동을 왜 계속 반복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창립을 중단했다면 또다른 회사는 왜 다시 창립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문제가 있었으니 다시 한 번 잘 해보자고 또다른 회사를 창립한 것일까?
그리고 또 왜 같은 회사에 1년 2개월씩이나 함께, 대표이사와 경영진 임원으로 동시에 재직하고 있었는 지도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이 날, 뉴스핌의 주장을 사실대로 보도한 곳은 일간지로는 유일하게 '파이낸셜뉴스'였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시장의 말이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조선일보의 기사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분석해 낸 것이다. 또 밤 늦게 불교방송에서도 전화를 통해 뉴스핌의 보도내용을 다음 날 분석기사에서 활용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기자는 수백명의 기자를 보유한, 우리나라 언론에서 정치라면 일가견이 있는 조선일보가 국민의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주지 못하고 단순히 이 전 시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제목도 "이명박, 차명토지, BBK주식 하나도 없다" 라는 식의 기사를 실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독자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고 말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스쿱'기사의 내용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것이 아쉽지만, 뉴스핌은 이명박 전 시장에게 "공당의 대통령 후보로 경선에 출마했다면 최소한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고, 항상 두렵게 생각하고, 대충 거짓말로 얼버무리려는 태도를 버리고 좀 더 신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이 선거 캠프의 똑똑한 보좌관과 측근들에게도 "앞으로 경선 전략을 제대로 세워 더 수준높은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분발하고 선전하기"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