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중국발(發) 재료로 상승하려던 시도가 좌절돼 다시 930원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5거래일간 시가보다 종가가 높았던 때는 중국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0일 단 하루뿐이다. 나머지 4일은 모두 시가보다 종가가 낮았다. 이른바 ‘전강후약’장세.
이는 시장 수급 상황이 여전히 공급 우위임을 보여준다.
전날 현대중공업이 하루 1척 꼴로 5월 한달 동안 31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조선중공업계가 초호황을 누림에 따라 네고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증시는 불과 20여일만에 100포인트가 오르며 1700 고지에 올라섰다.
930원대가 편치 않고 부담스러운 구간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925원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심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 중반에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엔/원 환율이 763원대까지 떨어졌다. 만약 925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화는 엔화에 대해 외환위기 전보다 더 강세를 보이게 된다.
이에 당국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환율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기사는 1일 오전 8시 21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송고된 바 있습니다.)
전날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원화의 과도한 절상은 환 투기꾼 때문"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적극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삼성이 맛이 갔으니 삼성 주식을 팔아야겠다"는 냉소적인 얘기도 들린다.
최근 주가상승 흐름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후원자 역할을 맡고, 이 기회에 반도체 2~3위 업체들을 떨쳐내겠다는 의도는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에 역행해 무리해서 환율을 방어하라는 것은 일부 수출업체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우선 최근 환율하락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히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니켈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완충시키는 효과도 있어 내수 경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전날 김석동 재경부 차관은 유류세 인하 주장에 대해 "환율이 하락해 유가상승 압력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OECD 국가 중에서도 그리 가격상승률이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 동안의 수출편중 산업구조가 많이 완화돼 과거보다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내수 회복 기대감,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무역증대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사상최고 경신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에 현 시점에서 수출기업들의 요구만을 반영해 당국이 무리한 시장개입을 단행할 경우 이제 겨우 회복의 불씨를 피우고 있는 내수에 찬물을 끼얹고 혈세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생명줄만 연장해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하루 외환거래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시점에서 당국의 역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들로서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상승세를 보이던 다우지수가 막판 하락 반전한 반면 나스닥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1분기 GDP가 4년래 최저 수준인 0.6% 증가에 그치며 시장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와코비아-모건스탠리의 M&A 재료 등에 힘입어 증시는 강세를 이어갔다.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예상치를 하회했고 시카고 구매자협회(PMI) 지수는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에 달러/엔 환율도 121.60엔대로 추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오늘 달러/원 환율은 925~930원 박스권 내에서 당국과 증시 눈치를 살피며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시장의 관심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지난 28일 이란 국경지대에서 무력충돌이 있었고 상대편이 미국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외신 보도도 유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교전에서 이란 국경수비대는 7명이 숨졌고 무장대원은 10명이 숨졌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