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밋밋했던 3월 금통위 : 3월 금통위 결과는 향후 통화정책상 뚜렷한 변화를 거의 감지하기 어려울 만큼 밋밋했다. 성명서와 총재의 발언 모두 중립적인 발언들로 채워졌다. 경기쪽은 여전히 양호하고 부동산과 유동성 문제는 해결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2월에도 각 부문들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우리 통화당국은 적어도 현재의 경제/금융시장 환경이 통화정책상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통화정책이 처한 어려움 : 하지만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경기 확장에 대한 자신감은 다소 의도적인 면이 있다. 큰 흐름으로 볼 때 하반기 성장이나 올해 전체 성장 전망을 바꿀 만한 정보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은 조금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은 왜 그랬을까?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치어리더로서의 통화당국 : 사실 월말에 나온 국내 경제지표들은 경기 부진을 시사했다. 산업활동과 서비스업활동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이었고, 경기지표들 역시 수축 국면을 시사했다. 설비투자가 양호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재고를 감안할 때 낙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린스펀의 경기 침체 경고와 버냉키의 낙관론 사이에서 미국 채권시장은 상반기 중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한국은행이 생각한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전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상당 부분 치어리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 같은 점은 미묘하지만, 다음과 같은 어색한 표현들로 이어졌다.“(소비부문은) 아주 완만한 증가세가 … (설비투자나 건설투자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 유동성과 자산가격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임 : 그렇지만, 치어리딩 자체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이외에, 유동성과 자산가격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는 판단도 금통위 결과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 가격과 통화증가율이 안정되고 있다고는 발언했지만, 과거의 채권전략팀 예로 볼 때 확신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2007년 들어 주택가격 상승률은 월평균 1% 미만으로 낮아졌다. 2개월 연속해서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기간으로 안정을 속단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2006년도 전국 주택가격은 5월에 월간 1%대 상승률을 기록한 후 다시 급등한 시점까지 4개월 간 조정기간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2월중 은행가계대출이 다시 1.9조원 증가했고 (전월 0.2조원 감소),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0.4조원 증가했다(전월 0.7조원 증가). 하지만 계절적으로 매해 1~3월은 가계부문의 자금수요가 작다는 점을 보면 향후 자금수요 둔화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통화지표 상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2월까지의 통계로 보면 본원통화 증가율은 3개월 연속 높아졌고, M1이나 M2, Lf는 각각 8% 내외, 11%대, 9%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표면적으로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울 한국은행 :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한국은행의 정책기조는 표면적으로 볼 때 지금과 같은 모습을 상당 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경기측면의 완화 압력이 더욱 커진 것을 한국은행도 시장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동성과 부동산 가격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완화 기조로 변경할 수 없는 입장에 우리 통화당국이 빠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반기 성장률 하락만을 보고 완화적 기조로 전환하기에는 과거보다 경기사이클 길이가 극히 짧아졌다는 부담도 있다. 즉, 하반기에 성장률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에 쉽사리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한국은행의 행태 - 경기 수축기에 인내하고 경기 확장기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 – 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조금 더 내려갈 것 :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금리 역전에 대한 한국은행 총재의 입장에서도 높은 단기금리 수준은 부자연스럽다. 중장기금리의 하락을 단기금리가 받치고 있는 형국이란 표현은, 경기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정당하다는 점을 인정했을 때 가능하다. 물론 한국은행 총재는 장단기금리 역전을 설명하는데 수급쪽 요인에 초점을 맞췄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짧게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더 긴축적인 모습을 보일 때, 그것이 경기순응적이지 않다는 점은 이번 금통위를 통해 한결 분명해진 셈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면,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자산가격 안정과 함께 긴축의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긴축을 강화할 가능성보다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긴 어렵다. 수준의 문제때문에 하락 폭이 크지 않더라도, 금리는 ‘하락’과 조정 과정을 반복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