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현 연준의장이 나서서 경제전망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조정 폭을 만회하지 못하자, 월가가 벌써 퇴임한 지 1년이나 지난 그린스펀의 말에 혹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린스펀 의장은 이틀 후에 자신이 연말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 적은 없고 다만 그 가능성이 있다고만 말했다는 해명성 발언을 해야했다. 그가 공개되지 않은 일부 기관 혹은 단체에서 주선하는 컨퍼런스나 모임에서만 얘기를 하다보니 언론에 전달되는 그의 발언도 왜곡되기 쉬운 모양이다.
어찌되었던 20년간 연준의장직을 지낸 연륜의 '마에스트로'가 실제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여전히 궁금한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점에서 지난 초 그린스펀의 발언에 대한 발췌록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을 보자면 그린스펀은 현재 경기침체 가능성 예측이 1/2보다는 1/3 쪽에 가깝고, 전세계 장기금리는 향후 5년간 약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주택시장이 안정되려면 신규주택 재고가 약 20만호 정도 줄어들어야 할 것이며, 영국 언론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기사는 5일 14시 53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그린스펀은 세계경제의 리스크는 어떤 것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세계경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는 높은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을 지니게 되었지만, 이는 이 같은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란 말은 아니다. 사실 그 결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간 프리미엄이 매우 낮다는 것은 더이사 리스크가 최소한 과거에 비해서는 주요 쟁점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며,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았고 또한 앞으로 변하지도 않을 것임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리스크에 대해 인지하지 않은 상황은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다음 그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말한 것처럼 미국은 2007년 경착륙하여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그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보는지 대답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먼저 그는 "2001년부터 시작된 경기주기를 보자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회복세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이처럼 경기침체에서 크게 멀어지게 되면 다음 번 경기침체를 위한 힘들이 쌓여가게 된다. 실제로 우리도 그런 조짐을 발견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기업의 수익마진이 이례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뒤에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어떤 경기주기의 후반에 있다는 이른 조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경기침체를 예측 가능성은 1/2보다는 1/3 쪽에 가깝다. 그리고 물론 2007년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관측자들은 그렇게 예상하지 않고 있으며 2008년까지 경제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여전히 상당히 좋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예상이 맞을까?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한 상당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일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6개월 내지 8개월 정도의 미래도 매우 긴 장기예측에 속한다. 따라서 나는 그가 얼마나 분명하게 예측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으며, 다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다음 그린스펀은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이 말한 것처럼 경제가 혼란조짐을 보익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전환점에 서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경제란 항상 혼란스럽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기억하질 못하겠다. 그런데 지금 세계경제에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진 심각한 나라가 없는데, 이런 경우도 과거에는 보질 못했다. 즉 지금 세계경제는 전례없는 상황인 것이다. 겉으로는 양호하고 안정적이로 보이지만,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조짐은 종종 속임수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금이라고 과거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가 어려울만큼 정말 새로우냐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다음 주택거품 붕괴의 영향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고, 그린스펀은 "항상 거품의 정의에 대해 건드려야 하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내가 연준에 있을 때 거품이란 용어는 커다란 대형거품이 발생한 경우보다는 분명히 큰 거품이기는 하지만 좀 더 작은 거품들이 많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했다. 지금 우리가 주택경기 하락기에 있기는 하지만 또한 미국경제 전반으로 큰 파급효과가 발생하지도 않고 있다. 단독주택 착공규모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과도한 재고가 줄어들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있다. 15개 내지 20개 지역에서 재고감소 규모는 월 2만5000호 정도가 된다. 이렇게 재고가 약 20만호 정도 삭감되면 정상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최근에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주택경기의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으며,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대답하자면 주택시장의 거품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나아가 그는 "이는 주택착공 규모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거나 그런 영향으로 일반 가격수준이 제로 혹은 심지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주택 붐과 그 조정양상이 경제의 기초성장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4/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는 큰 폭으로 하향수정되겠지만, 그것은 주로 재고가 원래 가정했던 것보다 약했음을 반영할 것이며, 주택재고의 조정은 그 일부로 작용했을 뿐일 것이다."
그린스펀은 향후 2년 내지 5년간 금리수준이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개별국 전망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처음인데,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개별국의 인플레율 벡터를 놓고 본다면 모두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으며 연율로 약 1%에서 7% 사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명목 장기금리가 모두 한 자리 수에 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등으로 고용시장의 공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세계경제의 통합이 진전된 결과다. 전세계 단위노동비용의 하락은 인플레율과 금리를 떨어뜨렸고, 세부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투자 대비 과도한 저축과 같은 양상도 실질금리를 하향안정화하는 요인이다. 물론 이는 글로벌 현상이며 실제 그 영향을 거의 모둔 곳에서 반영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세계화는 실제로 투자자와 저축자들이 점점 자신이 투자하는 지역이 어딘지 상관없어지는 과정이며, 오로지 투자수익률이 중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그와 같은 디스인플레 효과가 끝날 것이며, 이는 다시 명목금리가 전세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며 또한 임박한 시점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다만 3~5년 정도라고 한다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명목 장기금리가 약 100bp~200bp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린스펀은 예상했다.
한편 그린스펀은 지구 온난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경제의 펀더멘털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 논지에 대해 그는 자세한 방식으로 설명했지만, 그 본의를 제대로 해석하기 힘들어 여기서는 정리하지 않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