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 흡수되겠지만 축소까지는 가지 않을 것”
“다음 정권에서 사업 진행...경기부양 목적 아니다”
“장기투자상품 공급으로 장기금리 상승 효과 기대”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이 가장 큰 리스크”
정부가 2017년까지 총 260만호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안에는 연 7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50만호의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선진국의 인구 1천명당 주택수 수준으로 주택을 확보해 서민의 주거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시장불안 발생시 즉각적으로 공급을 확대해 일부 투기세력과 심리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가격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파급 효과는 부동산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간 7조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되면 그만큼 시중의 유동성이 흡수되는 효과가 있다. 2019년까지 해마다 7조원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13년 동안 91조원의 자금이 모이게 된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16년만에 지급준비율을 5.0%에서 7.0%로 인상한 뒤 유동성 흡수효과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 은행들이 한은에 추가 적립해야 하는 현금은 5조원 정도지만 장기적인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2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도 91조원의 자금을 한 곳에 끌어 모으니 지준율 인상과 버금가는 유동성 흡수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은에 예치되지 않고 건설 등 실물경제 쪽으로 흘러간다는 것. 당연히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은 “IMF 이후 저축률보다 투자율이 낮은 상황이 지속돼 문제가 많았다”며 “이번 대책으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 금융과 실물경제간 선순환 고리에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루루 몰려다니며 ‘쏠림현상’을 유발시켰던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건설부문에 집중되면서 경기상승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권오규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시중의 단기유동성 규모가 530조원으로 추정되고 간접투자상품 시장이 약 200조원, 연기금과 보험 등 장기투자자금이 약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규모에서 연간 7조원 정도 조달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임대주택펀드 조성으로 ‘유동성 확대 완화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유동성 ‘축소효과’까지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박병원 차관은 “현재 국민연금에서만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약 15조원)가 적립되는 등 시중 유동성은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유동성이 축소돼 경기위축으로 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이번 대책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준비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임영록 차관보는 “이번 대책의 경우 경기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았다”며 “비전 2030 계획의 주거복지 분야를 좀 더 구체화시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 경기부양의 불쏘시개로 건설투자를 확대한 것과는 질적으로 틀리다는 얘기.
오히려 임대주택펀드의 경우 ‘장기투자상품’ 공급 차원에서 바라봐 달라는 주문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장기상품 공급이 안되고 있어 연금, 투신권, 보험사 등의 자금운용 구조가 단기상품 비중이 대폭 늘어나 있는 상태”라며 “국고채수익률 플러스 알파로 프리미엄을 붙여주면 충분히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투자 수요에 대해 적절한 투자상품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의해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것.
또한 “13년 정도의 장기투자상품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중도 자금회수가 필요할 경우 유동화 과정을 통해 언제든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원 차관도 “국민연금과 투신권 등 기관들의 투자의향을 미리 타진해 봤다”며 “인기가 좋아 입찰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임대주택펀드의 경우 국고채 10년물과 국고채 20년물의 중간인 국고채 13년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실제로 국채를 발행하지는 않지만 국민연금 등 장기 재정투자자들의 국고채 매입 여력을 줄여 장기금리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임영록 차관보는 “평평한 장기 수익률 곡선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본다”며 “왜곡된 금리구조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1석 4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대책이지만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체 틀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전체 공급물량이 모두 소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실제 결과는 다를 수도 있는 것.
박병원 차관은 “수요가 없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연간 5만호 공급이 적정하다고 추정했지만 분양이 안될 경우 등에 대비해 지역별, 유형별로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 경기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늦어도 2010년 정도면 주택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추가 공급이 없이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민간 기관들이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더라도 임대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건교부 이춘희 차관은 “주택시장 가격이 오를 때는 분양주택 수요가 많지만 집값이 안정되면 임대주택 수요가 많아진다”며 “1인세대 증가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임대주택 수요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