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최근의 920~930원대 환율은 수출업체 입장에서 매도하기 좋은 가격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900원 근처까지 하락할 경우 기업들의 피해도 막대해진다는 측면에서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세도 슬슬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일 기록 중인 달러/원 환율 920원은 이미 이들의 전망치 내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6일 수출업계에 따르면 S전자의 경우 내년도 사업계획서 상 달러/원 환율을 925원으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LCD업체의 경우는 내년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 1분기 920원, 2분기 910원, 4분기 900원 등 단계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H자동차는 내년 사업계획서 상 환율을 910원으로 적용했고, D조선사의 경우에는 2008~2009년 수주한 선박들의 자재구매 환율을 920원으로 적용 중이다.
종합하면 국내 전자, 자동차, 선박 등 주요 수출업체들은 내년도 환율을 낮게는 900원, 높게는 925원 정도로 잡고 있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930원대 환율에서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선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6일 외환시장에서 장중 920원이 붕괴된 지금, 수출업체들의 매도 욕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실제 환율이 내년 전망치 범위 내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으로 사업계획서 상 내년 환율을 낮게 적용한 기업이 많은 걸로 안다”며 “만약 환율이 800원대로 진입한다면 중소기업들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최근 환율하락의 주요 원인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외생변수로 손쓸 도리가 없지만 후자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환율급락이 공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수출업체들도 잘 아는 이상 910원~920원대 환율에서 공격적인 선물환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기 때문.
다만 ‘다른 사람이 먼저 팔기 전에 판다’는 ‘죄수의 딜레마’가 수출업체들을 계속 옭아맬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수출업체들의 매물이 계속 나오는 것은 내년 사업계획서에 의거, 현재의 환율이 내년 1년치 달러를 다 팔아도 후회없는 레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올 연말에 내년도 환 리스크를 많이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당국 입장에서도 과거에는 10억달러 정도를 투입하면 10원 가까이 올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우 2~3원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며 “이 또한 수출 호황에 따른 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