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6개월여만에 처음으로 930원이 무너졌다.
이달 들어 장중 다섯 차례나 930원이 무너졌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모두 930원은 유지됐었다.
그러나 이날 기다렸던 개입은 나오지 않았으며 장막판 매물에 치이면서 920원대로 떨어졌다.
딜러들은 떨어지는 환율을 ‘멍’하니 쳐다봐야만 했다.
이제 시장은 ‘연저점 붕괴’보다 ‘900원 붕괴’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국이 환율하락에 대해 잇따른 경고 발언을 내놓고 있고 월말도 지나고 있어 이날 하락은 장막판 잠시 방심에 따른 '실수'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달러약세 조짐 속에서 당국 역시 방어 레벨을 한 단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달러/원 930원 하회, 월말 네고 급증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929.50으로 전날보다 1.00원 하락하며 마감, 지난 5월 10일 929.60원 이래 처음으로 930원을 밑돌았다. 또 5월 8일 이래 927.90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원 선물 12월물도 930원을 하회하며 전날보다 0.50원 떨어진 929.10으로 마쳤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반등 영향으로 전날보다 1.50원 오른 932.00원으로 갭 상승 출발한 뒤, 932.10원까지 올랐다.
미국의 3/4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시장의 전망을 웃돌았고 이에 다우지수가 급등하고 달러/엔이 116선대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반락하고 네고 물량이 점증하면서 점심 무렵 하락 전환한 뒤 930원을 기준으로 횡보 장세를 보였다.
월말 네고 물량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당국의 개입 기대감이 추가하락을 막았지만, 장 막판 끝까지 개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930원이 붕괴, 마감됐다.
딜러들은 결제수요마저 없었으면 장은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의 개입을 기대하고 ‘멍하니’ 있다 다들 당했다”며 “결제수요가 5억달러 이상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없었으면 장은 더 크게 무너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시장 참여자도 “당국의 개입을 기대했지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롱을 잡겠느냐”고 하소연했다.
◆ 외환당국, 개입 안했냐 못했나
이날 당국은 막판 개입을 왜 안했을까.
당국이 연저점 붕괴를 용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더불어 환율 급락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옵션 물량이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920원대가 아닌 910원대에 훨씬 많이 몰려 있다는 소식이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올 중순경 자료이고 최소 추정치이긴 하지만 옵션 물량이 920원대에 약 4억달러, 910원대에 약 25억달러 정도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에는 925원 안팎에 옵션 물량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910원대에 몰려 있을 경우 굳이 930원을 죽기살기로 방어할 필요는 없어진다.
920원이 차기 방어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일각에서는 다소 성급한 극단론이기는 하지만, 환율이 925원 아래로 떨어지면 900원까지는 직행하고 800원대를 터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난 13일 이래 당국이 최소 35억달러 가량을 매수개입에 사용하면서 개입에 따른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개입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월말이 종료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가운데 다소 방심을 하다 힘에 밀렸거나, 아니면 오늘 떨어져도 주말을 앞두고 회복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930원 고정 개입'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지적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특히 내일 발표될 미국의 물가나 일본의 물가 발표로 글로벌 달러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주시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B선물의 이탁구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920원대로 떨어졌지만 당국의 개입경계감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글로벌 달러가 급락할 수도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930원 라인유지 개입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달러/엔의 경우 116선을 하회하는 등 추가 약세 조짐이 심상치 않다"며 "내일 일본의 물가가 높게 나올 경우 일본의 금리인상 기대가 촉발될 수도 있어 글로벌 달러 약세가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