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이후 미국 경기가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기관 장기투자자들은 아직 채권보다는 주식시장에서 더 먹을게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원래 경기가 둔화된다고 보면 채권시장으로 갈아타는 것이 정석인데도 말이다. 왜그럴까?
상황을 보자. 미국 다우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만2,000포인트를 터치하면서 연초대비 11%나 올랐다. 하지만 지난 여름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장기채권 투자는 상반기 부진 때문에 아직도 연초대비 -1% 정도의 저조한 투자수익률이 나고 있다.
경기둔화 전망이나 연준의 정책전망이 불확실하다고는 하지만, 경기둔화 추세 속에서 이렇게 투자선호도가 주식에 기울어져 있는 이유는 상식적으로는 선듯 납득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美 다우존스 통신(Dow Jones Newswires)는 몇몇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견해를 빌어 美 경기 및 연준의 정책전망이 이 같은 직관과는 반대되는 견해가 형성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b>◆ 경기는 생각보다 견조, 연준 정책전망은 매우 불확실</b>
투자자들은 지금 연준의 2년간에 걸친 지속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생각보다 강력하여 주식시장을 부양할 정도는 되는 반면,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향후 정책경로가 매우 불확실하고 게다가 수익률곡선이 몇 달간 장단기모양이 뒤집어져 있는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채권시장의 부담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일례로 케빈 크로닌(Kevin Cronin) 푸트남 인베스트먼트(Putnam Investments) 수석투자전략가는 에너지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연준이 두 차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경제 성장세가 상당히 왕성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위한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라고는 하지만 글렌미드 트러스트(Glenmede Trust Co.)의 컴퓨터분석 모델에 따르면 아직 미국증시는 대부분 채권시장의 가치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이들은 채권시장, 특히 고수익채권 및 공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고 평가한다. 채권투자에서는 아직도 현금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부문으로 잡히고 있다.
하지만 이 모델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내년 중반 정도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신뢰지수 등 일부 경제적 지표가 고점을 통과하고 나면 주식시장의 하락조정이 뒤따르는 것이 과거 역사에서는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글렌미드의 전문가는 "이런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상황은 주식시장 투자가 고점을 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따라서 채권시장에 비해서는 주식시장의 하락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b>◆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 주의, 연준 정책전망 따라 채권매수는 단기 쪽 선호</b>
채권시장을 좋게 보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제프 타일러(Jeff Tyler)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 매니지먼트(ACIM)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0년물 재무증권이 현재 수준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라며, 또 자신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여 총수익률을 높여줄 것이란 관측 하에서 독일이나 일본 등 여타 선진국시장의 단기국채에도 상당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기둔화로 인해 기업수익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아직도 특정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에는 투자매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메가급 대형주 바로 밑 단계의 일부 종목들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고 경기둔화 여건에서도 아직 성장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투자전문가들의 견해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로버드 밀리칸(Robert Milikan) BB&T애셋 매니지먼트 채권투자담당의 경우 연준이 내년 1/4분기 말까지 단기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채권시장에 상승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변화에 민감한 단기물에 랠리가 국한될 것이라고 본다.
BB&T는 만기를 5년물 이상 쪽에 놓다가 최근에는 2년물 및 5년물 쪽으로 짧게 이동시켰다. 대부분의 채권투자 전문가들 역시 단기물 쪽이 좋아보인다고 한다. 수익률곡선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역전되어 있어 단기물이 내리면서 정상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이상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는 중이다.
앞서 밀리칸은 이 같은 수익률곡선의 역전 양상이 더 장기화될 수록 경기에 더욱 제약요인이 되며, 따라서 경기연착륙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완전한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려면 연준이 내년 초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T는 여전히 포트폴리오 배분 상으로는 주식비중을 늘려잡고 있는 중이다. 밀리칸은 "우리는 주식과 채권이 내년까지 모두 좋을 것으로 보지만, 주식이 채권보다는 확실히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푸트남의 크로닌 이사는 연준이나 수익률곡선에 대해 밀리칸과는 판이한 생각을 나타냈다. 그는 연준이 내년 3/4분기까지는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으로 보고, 단기물 금리가 하락하는 것보다는 장기물 금리가 상승하여 채권수익률곡선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중이다. 따라서 그는 장기채권 쪽에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크로닌에 따르면 푸트남 측은 방어적인 포지션으로 재무증권을 투자할 경우 3년 혹은 그 이하 만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그는 "채권은 항상 포트폴리오 분산역할을 해주지만, 연준이 계속 금리를 5.25%에서 동결한다면 5년물 국채를 4.70%에 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