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남긴 큰 족적을 따를 수 있을 것인가?워싱턴 D.C.의 연준(Federal Reserve) 건물의 지하층에는 방문객의 금리 결정 기술을 테스트하는 전자게임기가 있다. 이 게임기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이나 주식시장의 폭락 사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물어오며, 만약 이런 질문에 모두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되면 "당신이 차기 연준 의장"이라고 선언해 버린다.하지만 이런 것은 회로로 몇 가지 논리로 짜여진 게임일 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거지지표 결과나 경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막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언제 금리를 변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물론 누가 차기 연준의장 적임자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한 시험장치 같은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英 유력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그동안 그린스펀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지녀온 자신들이라면 누구를 차기 연준의장으로 고를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이코노미스트는 이러저러한 사정을 감안한 결과 그린스펀의 '오른팔'인 도널드 콘 이사가 적격일 것 같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다음은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커버스토리 중 "Who will succeed Mr Greenspan?"을 상세히 정리한 것이다.◆ 그린스펀 공백을 메울 적임자는그린스펀 의장은 내년 1월 31일부로 18년 반 동안의 연준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차기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부시는 최측근을 요직에 임명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단골은행 매니저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 의장은 미국에서, 그리고 사실은 전 세계를 통털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담당자의 직무를 안게 되는 자리기 때문.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조절하며, 또한 달러화 가치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세계금융시장이 그린스펀의 표정변화에 들썩이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연준 의장직이 바뀐 첫 해는 세계 금융시장이 평소보다 변동성이 심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87년 10월, 그린스펀이 새 의장이 된 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미국 증시가 붕괴됐다. 지금 그린스펀이 자리를 내주는 시점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미국 경제는 전례없는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가계저축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했으며, 주택시장에 거품이 발생하는 중인데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이 부담스럽다.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나오는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연간 4%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전망이 맞는다면 1991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 될 것이다.◆ 화폐의 마술사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그린스펀을 사상 최고의 중앙은행가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런 그린스펀의 신비한 힘에 대한 신뢰감이 채권수익률을 하락시키고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미국의 대외적자와 가계부채, 이른바 "그린스펀 적자"는 앞으로 채권금리를 상승시키고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며, 나아가 주택시장 거품을 붕괴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면 차기 연준 의장은 단기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린스펀이 2001년 주식시장 붕괴 이후 그랬던 것처럼 별다른 금리인하의 여지를 가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제정신인 사람이 이런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에 안고 싶어할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이런 점에서는 1987년 상황을 돌이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과연 그린스펀이 폴 볼커 의장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심했다. 연준 의장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에 통달해야 하고, 경제지표와 거대 정책관련 논쟁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금융시장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고,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는 차가운 이성을 가져야 하며, 정치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되 정치적인 의견을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도 못낼 그런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지금 연준 의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면면들은 모두 건전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신뢰되는 매우 존경받는 경제학자들이지만, 각각은 또한 나름대로의 심각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부시대통령은 연준 의장 후임으로 적격인 사람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후보들 다수는 부시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이거나 또는 부시대통령을 위해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다.그린스펀 의장 역시 공화당과 밀접한 연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금융시장은 후임자에게 동일한 관용을 베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시대통령이 공화당에 충성스러운 인물을 지명한다면, 차기 의장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성과 독립성부시대통령의 발언이 다음 번 의장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일 것이라는 말이었다면,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도널드 콘(Donald Kohn) 연준이사가 유력하다. 콘 이사는 그린스펀 의장의 추천으로 2002년 연준이사가 되기 전에 연준 정책결정 회의에 거의 24년 내내 참석한 베테랑이라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콘 이사의 통화정책 결정 및 금융위기에 대한 막대한 경험은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을 때 막대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연준 내에서도 상당히 인정받는 경제전문가일 뿐 아니라 월가에서도 그린스펀의 '오른 팔'로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다. 사실 콘 이사의 금리 및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판단은 그린스펀의 그것과 완전히 같았기 때문에 시장이 그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콘 이사는 그린스펀 이후 가장 정책의 연속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주자다.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가 어떻게 그린스펀의 오른 팔을, 1990년대 말 주식시장 거품의 발생과 이제는 주택시장의 거품을 유발한 장본인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을 좋게 평가하겠는가?이에 대한 대답은 마에스트로가 최근 자신의 의견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수 차례 연설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주택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통상 주택시장 거품은 주식시장 거품보다 붕괴시 훨씬 강한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린스펀의 자산가격 변화와 통화정책 대응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견을 다소 수정하고 있다. 이제 그는 연준이 낮은 인플레 및 금리수준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 오히려 '투기적 과잉(speculative excess)'을 창출했다고 인정한다.사실 중앙은행이 자산가격 거품에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통화정책 이슈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연준은 자산가격 거품을 억제한는데 실패하고 사실상 시장의 붕괴 이후 공세적인 정책을 구사해 온 것이 현재 미국경제의 불균형을 강화시켰다는 비판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다.바로 이런 점에서 콘 이사는 문제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 의장은 자산가격 거품에 억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최근 자신의 주장을 좀 더 강력하게 개진함으로써 콘 이상의 행보를 엄청나게 도울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가가 되려면, 실수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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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법무장관에 민변 출신 이용철 '성남라인'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새 법무부 장관에 이용철(66·순창) 현 방위사업청장, 국세청장에 안덕수(55·부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 새 정무수석으로는 최인호(60·창녕)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 브리핑을 했다. 임 실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지이며 국민 삶 속에 정책 변화와 효능감이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이번 인사 방향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법무장관 후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인권 보호와 민주 가치 증진에 힘써 온 변호사"라며 "참여정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며 반부패와 제도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법조인이면서도 구조개혁 등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춘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안착시키고 누구도 소외되거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 법무 행정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후보가 과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질문에 "그 부분은 검증 때 감안됐고 자세한 건 국회 인사청문회 때 본인이 소명할 걸로 기대한다"며 "적임자를 뽑기 위해 다양한 많은 분에 대한 검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해 임 실장은 "국세청 1조사국장과 징세법무국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세무 행정 전문가"라며 소개했다.
임 실장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이 손해 보지 않도록 악의적 탈세와 숨긴 재산은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최 정무수석 내정자에 대해 임 실장은 "부산 지역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역임하며 소통과 통합의 가치를 실천해 온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성장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여야,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청와대 내부 인사는 검토가 되는 대로 업무의 연속성과 개혁 성과, 국민 체감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적당한 시점에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cjay@newspim.com
2026-11-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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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최대주주 오른 호반건설…항공업 진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0.11%p(포인트) 차로 제치고 한진칼 최대주주(지분율 20.69%)에 오르면서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 투자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건설업 불황 속 한진칼 지분이 그룹의 재무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은 데다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구상에도 다시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분양 반토막·PF 대위변제 덮은 6152억 평가차익… 호반의 '손익 방어막'
[AI그래픽=송현도 기자]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주택·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천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배경에는 재무적 실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 주가 상승에 따른 대규모 평가이익이 건설업 불황으로 악화한 그룹의 실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조2326억원,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매출 2조3706억원, 영업이익 2716억원) 대비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력 사업인 분양수익이 1조1476억원에서 2531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472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의무에 따라 4395억원을 대위변제하면서 2381억원의 기타대손상각비를 인식하는 등 재무 부담도 커졌다. 올해 2월에는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용지를 2750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본업 부진을 상쇄한 것은 한진칼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다. 취득원가가 6966억원인 한진칼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1조5544억원으로 늘었다. 호반건설은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6152억원의 금융자산 평가이익을 인식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4752억원으로 전년(2657억원)보다 78.8% 증가했다.
100% 자회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도 비슷한 구조다. 본업 영업이익은 182억원에 그쳤지만,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장부가액 5902억원)에서 2267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 1872억원을 기록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이를 바탕으로 모회사 호반건설에 10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하며 자금 공급 역할도 했다.
결국 한진칼 지분은 호반그룹의 실적 방어와 현금 확보에 기여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이어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평가이익 확대는 물론 그룹의 순이익과 배당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집중투표제' 무기 쥔 호반… 이사회 진입 시 한진 경영권 영향
호반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경우, 단순 주주를 넘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맞춰 정관 제30조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고 이를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주거나 나누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내년 3월 주총이 한진칼에 집중투표제가 의무 적용되는 첫 무대가 된다. 내년 3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배성례(ESG경영위원회·보상위원회 위원장), 송백훈(분리선출 감사위원 겸 감사위원장), 홍동표(감사위원 겸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장) 위원 등 3명이다.
특히나 분리선출 감사위원 표결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강화된 '3% 룰'이 적용된다. 오는 12월 31일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최대주주가 되는 쪽이 의결권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다. 조원태 회장이 예고대로 12월 중 지분 0.49%를 추가 매수해 최대주주를 탈환하면 조 회장 측 전체 의결권은 3%로 묶이는 반면, 2대 주주가 되는 호반 측은 계열사별로 나눠 총 6.32%를 행사할 수 있다.
호반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표결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연말까지 조 회장의 최대주주 복귀를 용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반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호반이 주총 6주 전(내년 2월 중순)까지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뒤 집중투표제를 신청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호반 측 인사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1석이라도 진입하면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권과 주요 안건 의결권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자금 지원, 자회사 부동산 매각, 배당 정책 등에 관여할 수 있다. 나아가 호반호텔앤리조트(리솜리조트)와 한진칼 산하 호텔·관광 계열사(칼호텔네트워크, 한진트래블) 간의 사업 시너지나 자산 매각 협상을 요구할 기반도 확보하게 된다.
반면 한진칼은 지난해 8월 보유 자사주 44만44주(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전량 출연해 현재 방어에 쓸 수 있는 보통주 자사주가 3주뿐이다. 올해 1월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를 2100억원에 매각해 한진칼 본사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3201억원)은 늘어났지만,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방어에 나설 수는 없어 조 회장 개인과 우호 세력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시도… 산은 지분 매각이 승부처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호반의 목표가 단순 차익 실현을 넘어 한진그룹 경영권 인수에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채권단과의 가격 이견으로 무산됐지만, 이후 리솜리조트와 퍼시픽랜드를 인수해 레저 사업을 확장했고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항공·레저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주택 사업에 편중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바꿀 카드로 한진칼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 한국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이 과반에 육박해 당장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 한진칼 시가총액이 적정 가치(3조3000억원 추산)를 웃도는 12조3000억원대까지 올라, 장내에서 지분 1%를 추가 확보하는 데 1230억원이 드는 점도 부담이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현금 및 단기유동성 금융자산이 1조1916억원 수준이지만, 단기금융부채 역시 1년 새 679억원에서 5172억원으로 늘어 장내 매수를 지속하긴 어렵다.
결국 향후 승부처는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이 끝난 뒤 시장에 나올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10.58%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결의한 데 이어 8월 12일 소규모합병 승인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며 연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저비용항공사(LCC) 3사 통합까지 마무리되면 산은이 지분을 보유할 정책적 명분은 사라지고 공적자금 회수 절차가 진행된다.
산은은 2020년 11월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의무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벌을 부과할 담보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주식 385만8869주(약 5.78%)에 근질권을 설정해 두고 있으며, 유사시 조 회장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동반매각요구권과 동반매도참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이 20%대 지분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에 관여하다가 향후 산은 지분 10.58% 인수전에 참여해 이를 확보할 경우, 지분율을 3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은 지분 인수나 경영권 확보가 여의치 않더라도, 과거 대우건설·금호산업 사례에서 보듯 지분 가치를 높인 뒤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블록딜로 넘기는 출구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
2026-11-06 1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