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가에서는 1994년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인상에 대한 안 좋은 추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그 만큼 현재 미국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금리인상 재료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1994년과는 다르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금리 변화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미 금융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21일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의 의회 경제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의 금리인상을 시사,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추억을 되살려냈다.결론적으로는 좋지 않은 추억을 남긴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지만, 그 때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 없는 빠른 성장이 가능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의 해외 자본유입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는 점, 파생상품 시장의 확대로 인해 자산시장의 민감도가 대단히 커졌다는 사실, 실질적인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1994년보다 오히려 나빠진 점이다.◆ 1994년의 '안 좋은 추억'연준리가 가장 최근에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를 중단한 시점은 바로 1994년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90년대 후반에 인상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하지만 연준리의 금리인상은 채권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이는 월스트리트 금융업체 키더 피바디(Kidder Peabody & Co.), 캘리포니아 오린지 카운티, 그리고 멕시코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그렇다면 이번에도 1994년의 역사가 재연되는 것인가?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이번 주 수요일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현재 46년래 최저수준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리인상 결정이 임박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는 것은 막기 위해서 어느 시점에선가는 금리가 올라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런 점에서 보자면 역사적인 경험이 적절하게 맞아 들어간다.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초반 다소 침체를 경험,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린스펀은 시속 50마일짜리 역풍으로 비교했다. 은행은 기업대출을 꺼렸고, 기업 역시 은행에서 돈 빌리기를 주저했다. 그래서 연준리는 기준금리를 3%로 낮춘 후 17개월 동안 유지했다.그런데 연준리가 1994년 2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당시, 관계자들은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그 해 2월말 연준리 이사들에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1994년 5월 연준리는 단기금리를 1.25% 인상했는데, 채권시장은 급격하게 반응했다. 연준리 금리인상과 함께 재무증권 10년물 수익률은 5.7%에서 단숨에 7.5%까지 폭등했다. 이후 11월까지 수익률은 8% 수준까지 육박했다. 시장은 연준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급격한 인플레 및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했던 것이다.혼란의 와중에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기업, 정부 그리고 개별투자자들이 나가떨어진 것이 바로 키더, 오렌지 카운티와 멕시코로 현실화된 것이다. 연준리의 금리인상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간의 교역 긴장관계가 고조됐고, 독일 분데스방크는 시장의 파탄 상황을 보면서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연준리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고, 전문가들도 혼란에 빠지면서 인플레에 대한 불안은 더 커졌다. 연준리는 1995년2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6%로 끌어 올렸다.◆ 현재와 1994년의 차이점: 생산성 향상현재 연준리는 1% 금리를 10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부터 회복되고 있고, 최근에는 고용사정도 나아지고 있다.비록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시장은 8월부터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리로서는 대선이 있는 해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현재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대선이 끝나고 나서 금리를 올린다면 그린스펀이 부시를 밀어주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여러 가지 면에서 연준리는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는 관망하는 것이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1994년 당시에는 연준리 관계자들 중에서 인플레를 용인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연준리 이사들은 3% 수준이었던 물가상승률이 반드시 하락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그러나 현재 연준리 이사들 중에서 인플레가 더 낮아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일부는 디플레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현재 인플레 수준이 좀 더 상승하기를 바라고 있는 정도다.또 과거에는 인플레 압력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빠른 경제성장률 및 급여증가세를 담보하는 생산성 향상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든지 생산성이 급격하게 향상된 사실을 목도하고 있으며 문제는 다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놓여있다.그러나 금리를 1% 수준에서 계속 묶어 둘 가능성은 줄어들었고, 시장이나 기업들 그리고 소비자들은 연준리가 금리를 올릴 경우 그 인상 속도가 얼마나 빠를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1994년에는 연준리의 의도에 대해 잘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혼란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연준리가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그린스펀은 수요일 증언 과정에서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더라도 1994년과 같은 급격한 속도의 인상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으로 바로 생산성 향상의 차이를 들었다. 시장이 과거 경험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동요나 채권시장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사태는 없었다. 그린스펀 의장의 말대로 시장은 과거보다 섬세하고 좀 더 헤지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좋지 않은 추억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주변 상황하지만 다른 점에서 보자면 1994년 유형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재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해외자본의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해외 투자자들의 태도변화가 미국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주택저당부증권(MBS) 시장 규모는 10년 만에 세 배나 증가, 4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시장의 투자자들은 주로 채권시장에서 헤지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보다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연준리가 금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커다란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한편 재정적자도 문제다. 1994년에는 전 부시 및 클린턴 행정부가 신뢰할만한 적자감축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오늘날의 정책은 또다른 의문의 대상이다.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만약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즉 만약 연준리가 외국인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또 시장이 쌍둥이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채권시장이나 월가가 1994년과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앞으로 1~2년 내에 시장이 얼마나 평온함을 유지할 것인지는 결코 장담하기 힘들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최근 월가에서는 1994년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인상에 대한 안 좋은 추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그 만큼 현재 미국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금리인상 재료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1994년과는 다르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금리 변화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미 금융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21일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의 의회 경제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의 금리인상을 시사,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추억을 되살려냈다.결론적으로는 좋지 않은 추억을 남긴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지만, 그 때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 없는 빠른 성장이 가능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의 해외 자본유입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는 점, 파생상품 시장의 확대로 인해 자산시장의 민감도가 대단히 커졌다는 사실, 실질적인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1994년보다 오히려 나빠진 점이다.◆ 1994년의 '안 좋은 추억'연준리가 가장 최근에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를 중단한 시점은 바로 1994년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90년대 후반에 인상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하지만 연준리의 금리인상은 채권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이는 월스트리트 금융업체 키더 피바디(Kidder Peabody & Co.), 캘리포니아 오린지 카운티, 그리고 멕시코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그렇다면 이번에도 1994년의 역사가 재연되는 것인가?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이번 주 수요일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현재 46년래 최저수준인 기준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리인상 결정이 임박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는 것은 막기 위해서 어느 시점에선가는 금리가 올라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런 점에서 보자면 역사적인 경험이 적절하게 맞아 들어간다.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초반 다소 침체를 경험,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린스펀은 시속 50마일짜리 역풍으로 비교했다. 은행은 기업대출을 꺼렸고, 기업 역시 은행에서 돈 빌리기를 주저했다. 그래서 연준리는 기준금리를 3%로 낮춘 후 17개월 동안 유지했다.그런데 연준리가 1994년 2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을 당시, 관계자들은 시장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그 해 2월말 연준리 이사들에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1994년 5월 연준리는 단기금리를 1.25% 인상했는데, 채권시장은 급격하게 반응했다. 연준리 금리인상과 함께 재무증권 10년물 수익률은 5.7%에서 단숨에 7.5%까지 폭등했다. 이후 11월까지 수익률은 8% 수준까지 육박했다. 시장은 연준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급격한 인플레 및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했던 것이다.혼란의 와중에 충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기업, 정부 그리고 개별투자자들이 나가떨어진 것이 바로 키더, 오렌지 카운티와 멕시코로 현실화된 것이다. 연준리의 금리인상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간의 교역 긴장관계가 고조됐고, 독일 분데스방크는 시장의 파탄 상황을 보면서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연준리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고, 전문가들도 혼란에 빠지면서 인플레에 대한 불안은 더 커졌다. 연준리는 1995년2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6%로 끌어 올렸다.◆ 현재와 1994년의 차이점: 생산성 향상현재 연준리는 1% 금리를 10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부터 회복되고 있고, 최근에는 고용사정도 나아지고 있다.비록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시장은 8월부터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리로서는 대선이 있는 해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현재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대선이 끝나고 나서 금리를 올린다면 그린스펀이 부시를 밀어주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여러 가지 면에서 연준리는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는 관망하는 것이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1994년 당시에는 연준리 관계자들 중에서 인플레를 용인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연준리 이사들은 3% 수준이었던 물가상승률이 반드시 하락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그러나 현재 연준리 이사들 중에서 인플레가 더 낮아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일부는 디플레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현재 인플레 수준이 좀 더 상승하기를 바라고 있는 정도다.또 과거에는 인플레 압력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빠른 경제성장률 및 급여증가세를 담보하는 생산성 향상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든지 생산성이 급격하게 향상된 사실을 목도하고 있으며 문제는 다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놓여있다.그러나 금리를 1% 수준에서 계속 묶어 둘 가능성은 줄어들었고, 시장이나 기업들 그리고 소비자들은 연준리가 금리를 올릴 경우 그 인상 속도가 얼마나 빠를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1994년에는 연준리의 의도에 대해 잘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혼란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연준리가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그린스펀은 수요일 증언 과정에서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더라도 1994년과 같은 급격한 속도의 인상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으로 바로 생산성 향상의 차이를 들었다. 시장이 과거 경험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동요나 채권시장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사태는 없었다. 그린스펀 의장의 말대로 시장은 과거보다 섬세하고 좀 더 헤지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좋지 않은 추억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주변 상황하지만 다른 점에서 보자면 1994년 유형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재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해외자본의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해외 투자자들의 태도변화가 미국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주택저당부증권(MBS) 시장 규모는 10년 만에 세 배나 증가, 4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시장의 투자자들은 주로 채권시장에서 헤지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보다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연준리가 금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커다란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한편 재정적자도 문제다. 1994년에는 전 부시 및 클린턴 행정부가 신뢰할만한 적자감축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오늘날의 정책은 또다른 의문의 대상이다.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만약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즉 만약 연준리가 외국인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또 시장이 쌍둥이 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채권시장이나 월가가 1994년과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앞으로 1~2년 내에 시장이 얼마나 평온함을 유지할 것인지는 결코 장담하기 힘들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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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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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