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갑작스럽게 부활했다. 최근에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이런 부활은 상당한 "근거"를 동반하기까지 했다.에너지 가격 및 기타 상품시장의 강세와 수입물가의 강세 등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는 중이다. 美 온라인 경제분석 및 컨설팅 전문업체 이코노미닷컴(Economy.com)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Mark Zandi)는 29일자로 제출한 논평("Inflation fears")에서 최근 상품시장 강세 외에도 미국 고용시장이 계속 회복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조건이 확립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생산성 향상률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그 동안 억압되었던 단위노동비용 상승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그는 美 경제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2%에서 3%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며, 당연히 이런 추세의 귀결은 연준리의 추가 금리인상과 시중금리의 상승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물가상승 압력을 강화시키는 요인들에너지 및 식품물가를 제외한 근원 혹은 코어 인플레이션율은 거의 연 2% 선에 도달했는데, 코어 CPI인플레이션은 이미 2% 선을 돌파한 지 오래고 다만 코어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 price index)가 아직 2%를 밑돌고 있을 따름이다. 이들 두 가지 인플레이션 측정지표는 대상과 방법에 있어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 두 지표의 평균 정도를 인플레율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03년 말 1% 부근에서 바닥을 친 후 일년 이상 계속 상승해왔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판을 쳤음을 감안한다면, 지금 수준의 인플레율이 공포감을 주는 것은 베이스 이펙트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 강한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 추세는 에너지와 상품가격의 강세로부터 '이전(pass-through)'되고 있는 것이다. 물류를 담당한 운송, 철도 그리고 화물업체들이 부분적으로 이런 물가압력의 이전에 기여했다고 보인다. 게다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소매업체들로서도 소비자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달러약세와 이에 따른 수입물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에너지를 제외한 식품 소비제품의 물가는 1% 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거의 5년동안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여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결국 앞으로 몇 달동안 계속해서 코어 CPI 상승 속도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에너지 및 상품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소비자로의 물가압력 이전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에너지 및 기타 원자재 상품 가격 그리고 소비자물가의 상승추세는 약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이러한 시간 격차는 세계화 추세와 이전까지 지속되던 달러화 강세로 인해 다소 연장되어 왔다고 판단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달러 가치의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는 급락했고 美 제조업체들은 세계시장 내 점유율을 잃지 않으려다보니 강력한 제품가격 하락압력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수입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나 소매업체들은 비용압력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가 수월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이미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이상에서 살펴 본 인플레이션 동학에는 중국이 조만간 위앤화 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결단할 경우 이러한 요인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위앤화 재평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이 상당할 뿐더러 페그제 혹은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하고 있던 아시아 각국들 역시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전체 수입제품 중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비중은 1/5을 넘어서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아마도 현재 월마트와 같은 대형 美 할인소매업체들이 실시하는 일일 최저가 행사 같은 것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 폭은 상당히 클 수 있다. 이미 이들 점포의 물건 중 상당부분이 중국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한편 이제까지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던 고용시장의 여건이 점차 빡빡해질 경우 내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더욱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기업들도 점차 여유자금을 설비투자와 고용 쪽으로 돌리고 있는 중이다. 주주들은 이 자금으로 배당을 실시하라고 압력을 넣겠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영업확장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까지 美 고용시장의 신규일자리 증가규모는 지난 해 기록한 200만명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다시 임금교섭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며, 임금 및 급여상승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게 된다고 가정할 때 단위당 노동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제품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증가 부담을 극복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근원물가 2%→3% 상승, 연방금리 4%~5%, 10년물 국채수익률 5%~6% 상승 필요이러한 영향은 궁극적으로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에너지 소비자서비스 물가는 전체 CPI 구성부분 중 절반에 해당하며 현재 연 3%에 근접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에 아직 여유자원이 남아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놀라 수준은 아니며, 아마도 올해 내내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과 그 후년에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고용시장의 회복과 노동비용의 상승에 따라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상의 모든 요인들과 전망을 감안할 때, 현재 2% 대를 유지하고 있는 美 경제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결국 3%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과거 역사와 비교하자면 이 정도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비교적 완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이런 인플레이션 전망은 연준리의 금리인상 및 시중 금리 상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완만해지기 위해서는 연방금리가 4%~5% 정도, 10년물 국채금리가 5%~6% 정도까지는 상승해야 할 것이다.성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잘 억제하기 위해서는 특정시점에 금리가 좀 더 높아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가장 낙관적인 입장의 근저에는 내년 및 내후년까지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에도불구하고 그 수준이 계속해서 잘 억제될 것(well contained)이라는 기대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