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열리는 美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성명서에 사용되는 수사(rhetoric)가 관심의 대상이다.그 동안 연준리가 단기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지시하는 용어로 사용해 온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란 표현이 과연 언제쯤 삭제 혹은 변경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금융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美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스티브 리즈먼(Steve Liesman)은 칼럼니스트는 지난 주말 기고문("Beyond 'Measured'")을 통해 이 '신중한' 이란 문구가 긍정적인 효과를 산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들의 '과도한 리스크 수용' 태도가 양산된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억제하게 만든 '신중한 속도'연준리 관계자들은 어디에도 "약속"같은 것은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 표현이 25bp의 점진적 금리인상을 약소하는 문구와 같다고 받아들였다.따라서 이러한 문구는 그 동안 美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문구를 삭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수사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전환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실제로 연준리가 채권시장에 '불확실성'이란 리스크를 강화하여 전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줄일 것인지, 또 이로써 그린스펀 의장의 '수수께끼'(단기금리가 오르는데 장기금리가 하향안정화하는 이유가 모호하다는 것)가 풀릴 것인지는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사실 "불확실성"의 도입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한다면 그 동안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 자금흐름이 중단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런 전망은 헤지펀드들에게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한다.◆ 연준리 저금리 기조와 정책 투명성, 캐리트레이드 양산채권시장 투자고객들은 계속 장단기 스프레드 쪽에 베팅하고 싶어하고, 캐리트레이드 양상 속에서 투자자들은 단기자금을 빌려서 장기물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2년만기로 자금을 3.5%에 빌려서 10년만기 4.50% 수익률을 가진 장기물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 1%의 금리 스프레드가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일단 표면 상으로 이런 캐리트레이드는 연준리의 정책 효과를 무위로 되돌리는 영향을 가진다. 연준리는 단기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느느 10년물 시중금리를 인상하고 싶어하지만, 투자자들의 캐리트레이드를 지속함에 따라 10년물 금리가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연방기금 금리가 1% 대에 머물러 있을 당시에는 이런 캐리트레이트의 수익성이 대단히 좋았다. 사실 연준리는 "상당한 기간(considerable period)" 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이런 캐리트레이드를 후원했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상황이 변해감에 따라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이제는 캐리트레이드가 과거처럼 수익성이 높은 투자방식이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고객들은 "상관없다"며 "레버리지를 5대 1에서10대 1로 올리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현금 100을 들여 나머지 900은 차입한 다음, 1,000을 들여 장기물 국채를 사면 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100을 들여 100의 투자수익을 얻게 된다. 원래 100만 투자하면 10을 얻을 것을 900을 차입함으로써 10배의 수익을 올리는 방식에 익숙해 진 것이다.그런데 이런 위험해보이는 레버리지 확대방식이 고객들에게 "좋아보이는" 이유는 바로 앨런그린스펀 의장과 연준리 사단이 계속해서 "신중한" 속도의 금리인상을 약속한 점이 결정적인 배경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흐름이 "투명하고 확실할 때" 투자자들은 위험한 투자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지게 된다.◆ 어렵겠지만 다시 시장이 '불확실성'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결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투자자들은 경제적이고 금융적인 왜곡, 즉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거할 수 있게 되지만, 이런 양상이 지나치게 되면 투자자들이 연준리 금리인상 방향에 지나치게 과도한 베팅을 함으로써 오히려 정책 및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조건 속에서 투자자들이 지나친 '위험 감수(risk taking)' 양상을 보일 경우, 역으로 유동성이 줄어들 때 나타날 부작용이 대단히 커진 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의 존 론스키는 "자칫 향후 부실채권 확대 및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영향이 채권시장을 넘어 주택시장으로까지 확대되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까지 주택시장의 강세 배경에 이런 요인들이 작용했다는 것이다.연준리는 자신들의 정책기조가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금리를 정상화 시키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장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러한 신중하고 투명한 정책결정이 필요했따고 지적할 수도 있다. 또 그 동안 연준리가 정책결정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다소 과도한 측면도 있지만 "신중한 속도" 전략을 통해 생산한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사실 연준리가 이렇게 중요한 수사를 제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일 수는 없다. 아마도 금융시장은 이러한 변화가 50bp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연준리는 이를 통해 캐리트레이드에 리스크를 높이는 한편 정책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