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의 박스권이 지속적으로 하향하고 있다.2월초 G7 회담 이후 달러 약세 기조가 재삼 확인되고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으며 달러 약세 기조를 지지한다는 의회 증언까지 제시되면서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그러나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외환시장 투기 조짐 발언과 일본 당국의 공개적인 개입에 대한 정당성 주장으로 달러화 하락 압력이 제어되고 있다.이에 따라 이번주 국내 외환시장은 박스권 하향 시도가 조심스럽게 탐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공급우위 국면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의 개입에 대한 의지 또한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주 달러/원 환율이 장중 1,159.9원까지 저점을 낮춘 이래 정부의 1,160원에 대한 지지가 강화되고 있다. 하루 10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개입을 단행하면서 결코 물러날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특히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왔으나 하단을 뚫지 못하면서 하락도 상승도 제한되는 과정이 전개되면서 변동성이 급격히 축소되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달러/원 예상 박스권 1,150원대로 진입 외환․금융시장 분석예측 전문뉴스인 뉴스핌(Newspim)이 국내 및 외국계 은행 딜러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주 컨센서스 달러/원 예측 환율 범위는 1,156~1,166원으로 설정, 박스 하단이 올들어 처음으로 1,150원대에 진입했다.예측 환율의 저점은 지난 1월 1,181원에서 2월들어 1,174원, 1,170원으로 떨어졌고 지난주 1,164원에서 다시 1,156원으로 8원 가량 다시 낮아졌다. 달러/원 예측 환율의 고점은 1월 1,203원에서 1,191원대로, 그리고 2월들어 1,187원, 1,181원으로 낮아진 뒤 지난주 1,176원에서 이번주에는 1,166원으로 10원이나 떨어졌다.이처럼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은 △ 중국 특수 등 수출 서프라이즈 속에 무역흑자가 급증하고 있고 △ 연초 이래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자금 유입이 지속된 데다 △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미국의 지지 속에 지속되고 △ 지난 G7 회담 이후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주의 경우 딜러들은 1,155~1,156원선으로 박스 하단을 설정했으며 1,152원까지 저점을 낮춘 딜러도 있었다. 박스 고점은 1,165원이 주된 예상이었으며 일부 1,168~1,170원을 제시하는 딜러도 있었다.그러나 딜러들은 1,160원선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강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의 하락 변수가 보통수준이라면 바닥심리가 형성되고 시장의 변동성이 죽는 다면 매물 압력이 덜한 상황에서는 위쪽으로 다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시장의 포지션 자체가 과매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장중 새로운 매수요인이 등장하더라도 고점 매물에 막힐 것이라는 예상 또한 여전하다. ◆ 정부의 정책기조 유지 예상, 물가압력이 관건 정책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상 내수 부진 상황에서 정부나 외환당국이 그나마 기대고 있는 수출 위주의 회복 시나리오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 국고채 발행규모가 증가하면서 개입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나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고 국고채수익률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의 개입방식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 정도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가 현재의 정책기조에 대한 운신의 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수요회복에 따른 물가상승(demand-pull)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 압력이 점증할 경우 고환율은 내수부진과 인플레를 동시에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번주 주요 외환시장 변수: NDF 보완으로 선물 저평가 완화 예상 이번주 외환시장의 변수로는 △ 미국 경제지표의 약화 △ 무역수지 흑자의 지속 △ 외국인 주식 매수 둔화 가능성 △ NDF 포지션 규제 보완책 발표 △ 18일 정부의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 1조원 발행 △ 일본당국의 지속적인 개입과 달러/엔 105.30선 지지 △ 유로/달러에 대한 개입 경계감 재등장 △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의 진전 여부 등이 꼽힌다.이 중 미국의 경제지표 약화나 무역수지 흑자 지속,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 등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변수들이다. 반면 여타 변수들은 달러/원의 하향 압력을 완화시켜주거나 시장에 매수플레이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의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무역적자폭도 늘어나고 있어 지난 금요일 주가는 하락하고 달러화에도 매도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그러나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G7 회담 이후 다시 유로/달러가 반등함에 따라 유럽권의 불만이 다시 제기되면서 시장에 개입경계감이 확산되고 있어 달러 약세를 제어할 것으로 전망된다.NDF 규제책 완화는 국내은행이 숏포지션의 90% 이상 유지를 위해 역외 비거주자 뿐만 아니라 외환평형기금에 매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역외의 매수 회피에 따른 손실 우려감이 줄고 역외세력들의 매도압력에 따른 선물 저평가를 다소나마 완화시키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금융시장의 새 변수: 중국 위안화 고정환율제 페기 가능성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에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G7 회담에서 유럽의 불만이 아시아통화 절상론으로 연결되리라는 우려감이 현실화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아시아 통화 절상론의 핵심인 중국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나 정책당국이나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좀더 현실적인 정책논의로는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13일 스노 장관은 상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중국 당국과 위안화 변동환율제 도입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논의에 진척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금융시스템이 초보단계여서 당장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긴 했으나 부분변동환율제(관리변동환율제)나 통화바스켓제도 도입 등의 논의가 증가 고정환율제 폐기 가능성이 좀더 구체화되고 있다는 얘기를 내놓은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경제가 과열 양상에 따라 자체적으로 고정환율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위안화 재평가, 주요 교역통화에 대한 바스켓 제도 도입, 위안화 변동폭 확대 등 세가지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뭔가 긴밀한 움직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중국의 위안화 고정환율제 폐기 가능성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아시아 통화들의 절상 기조 좀더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초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고려되겠지만, 달러/원 환율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이므로 귀를 열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