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30일 프랑스 정부부채 비율이 1년 새 3.7%포인트 상승했다
- 한국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년 연속 100조원을 넘었다
- 정부는 162조원 기금을 미래 투자와 재정 충격 대비에 활용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162조 기금 지속성 의문, 미래 자산 남길지가 관건
[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해 가을 출장을 위해 방문한 프랑스 파리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샹송이 들려야 할 거리에선 시위대의 거친 구호가 울려퍼졌고, 크루아상과 커피 향기는 최루탄 냄새에 가려졌다. 프랑스에 재정 적자가 급격하게 불어나자 마크롱 정부에서 복지를 삭감하겠다고 밝힌 게 원인이었다. 마침 한국에서도 재정건전성이 화두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1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의 재정 상황은 더 나빠졌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19.1%로 1년 전보다 3.7%p 상승했다. 절대적인 부채비율은 그리스(140.8%)와 이탈리아(139.9%)가 여전히 높지만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2.2%p 상승하는 데 그쳤고, 그리스는 오히려 11.2%p 하락했다.
한때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섰던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강도 높은 재정건전성을 요구했던 프랑스가 이제는 되레 재정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재정은 많이 쓴다고 능사도, 아낀다고 능사도 아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행정부도 처음부터 허리띠만 졸라맨 것은 아니었다. 공공건물과 댐, 도로 등 공공사업을 확대하고 대공황이 깊어지자 재건금융공사(RFC)를 세워 기업과 금융회사 지원에도 나섰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재정적자가 불어나자 균형재정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고 1932년에는 대규모 증세까지 단행했다.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풀고 조이는 선택 자체가 아니라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는 일이다. 한국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2000억원으로 2년 연속 100조원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정부가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경우 정부부채 비율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설 것으로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꺼내 들었다. 반도체 추가 세수를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투자하고 일부는 향후 세수 충격에 대비해 쌓아두겠다는 구상이다.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취지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금을 모두 당장 써버리지 않고 미래를 위해 남겨두자는 것이다.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의 지속가능성에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7년 162조3000억원에서 2028년 61조7000억원으로 100조6000억원 급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년 만에 재원이 100조원씩 출렁일 수 있는 기금을 두고 안정적인 '미래 투자'를 설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2500년 전 아테네가 했던 선택을 떠올려볼 만하다. 기원전 5세기 라우리온 은광에서 뜻밖의 은맥이 발견되면서 아테네에는 예상하지 못한 돈이 생겼다. 시민들에게 나눠주자는 목소리가 컸지만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눈앞의 몫을 나누는 대신 그 돈으로 배를 만들자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아테네는 200척에 가까운 삼단노선을 갖췄고 이 함대는 훗날 페르시아의 대군을 꺾은 살라미스 해전의 주역이 됐다. 우연히 찾아온 호황의 결실을 당장의 몫으로 나누는 대신 국가의 미래를 지킬 자산으로 바꾼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가 남긴 교훈은 단순히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뜻밖에 생긴 여유를 당장의 소비로 흩어버리지 않고 훗날 국가가 필요로 할 자산으로 바꿨다는 데 있다. 대공황 당시 후버 행정부 역시 공공사업을 늘리고 기업과 금융회사 지원에 나섰지만 위기의 깊이와 속도에 맞는 재정 운용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10년 뒤 오늘을 돌아봤을 때 162조원의 미래대응기금이 어떤 선택으로 기록될지도 여기에 달렸다. 후버의 시행착오로 남을지, 테미스토클레스의 선택처럼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남을지는 이제 정부의 몫이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