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전세를 사라질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다.
- 전세는 사금융 성격과 보증금 위험을 세입자에 떠넘긴다.
- 당국은 전세의 연착륙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연착륙' 공론화와 중장기 로드맵 필요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전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주택 시장을 떠받쳐 온 한국 특유의 사적 금융(사금융) 시스템이다. 법적으로는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 형태를 띠지만, 본질은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만기에 돌려주는 무이자 신용거래다. 과거 제도권 주택담보대출이 열악하던 시절, 세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강제 저축 사다리'로, 임대인에게는 '주택 구입 자금원'으로 작동하며 고도성장기 주거 시장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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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정책적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인지, 시장 구조 변화로 자연스럽게 '사라질' 현상인지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계기로 다시 화두로 부각됐다.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님께서는 아직도 전세는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사라질 것'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며 "사라질 때 사라질 것이라고 한 것이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전세를 "일종의 사금융"이라 칭하며 "조금씩 사라져 가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던 연장선에서, 정부의 인위적 폐지 정책이 아닌 사금융 체계로서 전세가 지닌 구조적 한계와 시장의 자연스러운 퇴장 흐름을 동시에 짚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세가 공공 주거 안전망의 빈자리를 메우며 서민의 주거비를 덜어주는 '민간 주거 복지'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전세대출이나 공공 보증을 성급히 옥죄면 무주택 청년과 서민이 고액 월세로 밀려나 주택 사다리가 무너진다는 우려다.
그러나 개인 간 신용거래에 불과한 전세를 공적 복지와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진정한 주거 복지는 정부 재정으로 취약계층의 주거비를 직접 보조하거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투명한 행정 영역이다.
반면 전세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세입자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세입자가 원금을 보장받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집값이 하락하거나 임대인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그 손실은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형태로 세입자에게 직격탄이 된다. 자산 시세의 상승과 하락에서 오는 이익과 위험 모두 임대인의 몫이어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하방 위험은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더 심각한 대목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민간의 보증금 위험이 공적 보증으로 전이되면서, 결국 손실 보전의 재원이 국민의 세금이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2년 말 기준으로 추산한 전체 전세보증금은 1058조 원에 달한다. 보증 사고가 잇따르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누적 대위변제액은 올해 7월 기준 12조 원까지 불어났고, 회수하지 못한 채권 잔액도 6월 말 기준 6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이 구멍을 메우고자 2021~2025년 HUG에 들어간 정부 출자금만 6조 4000억 원에 달해, 사금융의 부실을 혈세로 때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 다수가 수억 원의 대출을 끼고 들어가는 현 상황에서 전세는 이미 '임대인에게 내는 월세'가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로 바뀐 지 오래다. 국책연구기관과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하게 확대된 전세대출 유동성이 전셋값과 매매가를 동반 자극하는 금융 기반으로 작동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시된다.
그렇다고 1000조 원대 민간 신용시장을 일시에 조이는 정책 수술은 위험하다. 대안 없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공공 보증을 급격히 끊어내면 임대인의 연쇄 채무불이행과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이 몰려오는 경착륙을 피하기 어렵다.
당국에 필요한 처방은 인위적인 압박이나 방치가 아니라, 전세 제도 자체의 퇴로를 설계하고 시장 충격을 줄이며 정교하게 연착륙을 유도하는 일이다. 수십 년간 고착화된 사금융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다각도의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ssup8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