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전국 부산·울산·경남

속보

더보기

[기고]"거제 고현천 유역, 도시침수 다중 홍수방어체계 구축해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7일 거제 고현천댐 등 5곳 추진을 밝혔다.
  • 고현천댐은 문동저수지 증고로 홍수조절용량 62만t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 전문가는 저류·통수·배수까지 묶은 다중 방어체계를 촉구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지난 달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거제 고현천댐을 비롯한 전국 5곳의 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거제 고현천댐은 1956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된 문동저수지를 증고하고 수문을 설치해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당초 40만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번 거제에서 발생한 극한호우를 반영해 댐 운영을 개선하고 최대 62만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현천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해안하천이라는 점 때문에 상류에서 가능한 한 많은 홍수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8월 거제가 경험한 비를 생각하면 홍수방어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현천이 범람하고 고현동과 장평동 일대가 물에 잠겼다. 기후가 달라졌고 과거의 강우빈도와 방재기준만으로 도시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재난이 여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문동저수지의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은 필요하다.

박환기 전 거제시부시장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고현천의 물은 문동저수지에서만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사봉 일원의 문동저수지 유역뿐 아니라 계룡산과 독봉산을 비롯한 주변 산지, 용산소하천 등 도시지역에서 물이 고현천으로 들어온다. 상문동과 고현동 일대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논과 밭, 임야는 아파트와 도로,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땅속으로 스며들던 빗물이 이제는 불투수층인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타고 훨씬 빠르게 하천으로 유입되어 몰린다. 그래서 홍수는 저수량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댐(Dam)의 성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첨두홍수량(Peak Flood Discharge)을 얼마나 낮추고 홍수 도달시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이다.

문동저수지가 상류에서 내려오는 홍수파를 일정 시간 붙잡아 준다면 고현천 하류의 최고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동저수지를 거치지 않는 다른 유역에서 발생하는 유출량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 15년 동안의 고현천 방재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거제시는 고현동 독봉산 일원에 5만t 규모의 지하터널식 우수저류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총사업비 480억 원 규모로 국비 268억8000만 원, 도비 67억2000만 원, 시비 140억4000만 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2011년 5월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고 소방방재청의 사업대상지 심의까지 거쳤다.
이 시설의 목적은 분명했다.

폭우 때 고현천과 도심 배수체계가 한꺼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우수를 지하에 일시적으로 저장해 첨두유출량을 낮추고 도심 침수를 줄이는 한편 저장한 물을 갈수기나 가뭄 때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다시 활용하는 선진형 도시방재시설이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고 국토의 상당 부분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거제와 유사한 일본은 이러한 지하 저류시설과 방수로, 배수펌프장을 연계한 선진 다중 방재체계를 오래전부터 구축해 왔다.

그러나 사업은 실행되지 않았다. 거제시는 2012년 재정 부담과 중복투자 등을 이유로 독봉산 저류시설을 변경하고, 고현항 재개발사업지에 대체 방재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결국 확보했던 국비사업도 원래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도시와 재난·방재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서 이번과 같은 극한호우를 경험하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

여기서 우수저류시설과 배수펌프장의 기능은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수저류시설은 비가 가장 많이 내릴 때 한꺼번에 몰려오는 물을 저장해 첨두유출량을 낮추는 시설이다. 반면 배수펌프장은 저지대의 물이 자연배수되지 않을 때 배수관로를 통해 차집된 물을 유수지에 모아 바다나 하천으로 강제로 퍼내는 시설이다.

저류시설은 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조절하고, 배수펌프장은 차집된 물을 밖으로 배제한다. 두 시설 모두 도시침수를 막기 위한 시설이지만 수문학적 기능과 작동시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고현지역과 같이 상류 산지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내려오고, 하류에서는 만조의 영향을 받는 해안도시에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2020년의 저류시설 계획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수립한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는 문동저수지 제방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독봉산 웰빙공원 맞은편에 약 40만t 규모의 저류조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상류의 집중호우와 만조가 겹칠 때 고현동과 중곡동 등 저지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11년에도 고현지역에 우수저류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약 10년 뒤인 2020년에도 다시 대규모 저류시설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온 것이다. 더구나 2021년 경남도가 수립한 '고현천 하천기본계획(변경)'​은 2020년 환경부의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 제시한 홍수방어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변경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2020년 특정하천유역 고현천 치수계획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독봉산 웰빙공원 일원의 40만t 저류시설은 그 뒤 어떻게 되었는가. 2021년 고현천 하천기본계획(변경)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어떤 수리·수문분석을 근거로 제외했고, 그 40만t의 저류기능을 어떤 시설이 대신하도록 계획했는지 답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과거 행정을 탓하기 위해 묻는 것이 아니다. 현재 추진하는 문동저수지 기후대응댐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고현천 유역 전체의 홍수방어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현천의 홍수방어는 시설 하나로 완성될 수 없다. 수리·수문학적으로 필요한 체계는 명확하다. 상류에서는 문동저수지가 홍수량을 조절해야 한다. 중간지역에서는 저류시설이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유출량을 한 번 더 줄여야 한다.

고현천은 충분한 통수단면을 확보해야 하고 도심 우수관로는 빗물을 하천과 배수시설까지 원활하게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류에서는 높은 조위로 자연배수가 어려울 때 배수펌프장이 물을 강제로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

상류 댐-중간저류-하천통수-강제배수. 이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고현천은 바다와 연결된 해안하천이다. 만조 때는 바닷물 수위 때문에 하천의 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수리학에서 말하는 배수위, 즉 백워터(Backwater)의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이번 고현천댐 재검토에서도 해안하천으로서 만조의 영향을 고려해 상류에서 최대한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 판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상류 저류능력을 높이는 것과 중간 저류시설, 하천 통수능력, 도시 배수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서로 대체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는 여러 방어시설을 겹겹이 배치하는 다중 홍수방어체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댐 재검토 과정에서 김천 감천댐과 의령 가례천댐에 대해 댐 건설만을 고집하지 않고 하천정비, 천변저류지, 기존 저수지 연계운영 등 대안을 검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수를 막는 목적을 먼저 세우고 지역 여건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다.

거제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동저수지 증고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면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와 경상남도, 거제시는 이번 기회에 올해 실제 강우를 적용해 고현천 전체 유역의 수문·수리모형을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문동저수지를 증고했을 때 첨두홍수량이 초당 몇 ㎥ 줄어드는지, 고현동·중곡동 등 저지대의 최고 홍수위가 얼마나 낮아지는지, 홍수 도달시간이 얼마나 늦어지는지를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문동저수지를 통과하지 않는 다른 소유역에서 발생하는 홍수량을 어디에서 어떻게 감당할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한다. 2011년 5만t 독봉산 우수저류시설과 2020년 40만t 저류시설이 두 차례나 필요시설로 검토됐다면 현재 고현천 유역에 그 기능에 상응하는 저류능력이 실제로 얼마나 확보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확보돼 있다면 위치와 용량, 기능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부족하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민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문동저수지를 높이면 수몰 범위가 달라지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주민이 생길 수 있다. 국가가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주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그 사업이 다른 대안보다 얼마나 효과적인지, 홍수피해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먼저 입증해야 한다.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검토는 늦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때다. 기후위기 시대의 치수는 댐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에 떨어진 빗물이 계곡을 지나 하천으로 들어오고 도시의 우수관로와 저류시설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관리하는 것이 유역치수다.

지난 15년 동안 고현천에는 여러 치수·방재계획이 만들어지고 변경됐다. 이제 그 계획들을 한 장의 지도 위에 다시 펼쳐놓고, 문동저수지 기후대응댐을 포함한 고현천 유역 전체의 홍수방어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댐 하나에 홍수를 맡길 것이 아니라 상류저류, 중간저류, 하천통수, 강제배수가 함께 작동하는 다중 홍수방어체계를 갖추는 것.

그 대책이 이번 물난리를 겪은 시민들에게 다시는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치와 계획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거제가 시민에게 내놓아야 할 답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