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오피니언 외부칼럼

속보

더보기

[기고] AI 대화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AI 대화는 학습·기억돼 유출 위험이 커졌다
  • 민감정보는 사소해도 입력 전 신중해야 한다
  • 설정 확인과 제도 보완이 함께 필요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스트레스로 잠이 오지 않아. 팀장님은 정말 사람 속 태우는 재주가 탁월하셔.' 챗GPT에게 불면증의 원인인 상사와의 갈등을 털어 놓는다. 연봉 협상을 앞두고 클로드에게 자기 급여 명세서를 첨부해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요즘 부쩍 해결되지 않는 만성피로 증상을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 넣으며 의심되는 진단명을 물어보기도 한다. 몇 해 전까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던 습관이 이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 습관으로 바뀐 셈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단순한 'AI와의 대화' 내용이 어디에 어떻게 남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정보를 기억해서 개인 맞춤형 답을 주는 AI를 신기하고 기특하게 여길 뿐이다.

검색엔진에 입력한 검색어는 검색기록에 남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데 쓰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AI챗봇은 다르다. 사용자가 대화창을 통해 입력한 문장은 서비스 품질 개선이나 모델 학습에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 학습 데이터로 들어가면 사실상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AI와의 대화내용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실제로 2023년 3월 삼성전자가 반도체(DS) 부분에 챗GPT 사용을 허용한지 20일도 안 돼 세 건의 사고가 연달아 터졌다. 한 직원은 설비 계측 프로그램의 소스코드 오류를 봐 달라며 챗GPT에 코드를 입력했고 다른 직원은 불량 설비를 잡아내는 프로그램의 코드를 통째로 올려 최적화를 요청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내 회의 녹음을 텍스트로 옮긴 뒤 챗GPT에 회의록 요약을 맡겼다. 세 사람 모두 별도 의도 없이 회사 업무를 편하게 처리하려던 것으로 보였지만 오픈 AI는 이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검토해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정보들이 외부를 흘러 나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그 해 5월 1일부로 사내 전 부분에서 생성형 AI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흥미로운 건 3년 뒤 2026년 6월, 삼성전자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3종을 전사에 공식 도입했다. 위험이 사라져 서가 아니라 보안 체계를 갖추어서였다.

그렇다면 AI와의 대화에 있어 특히 무엇에 유념해야 할까?

첫째, '민감정보'의 기준을 낮게 잡아야 한다.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같은 명백한 개인정보만 위험한 게 아니다. 건강 상태, 감정 상태, 인간관계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정보도 결합되면 충분히 개인을 특정하고 프로파일링 하는데 쓰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생리주기 추적 앱 '플로(Flo)'가 이용자의 생리, 임신 관련 정보를 메타 등의 광고 플랫폼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2025년 8월 연방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메타가 이용자 대화를 의도적으로 수집, 기록했다고 판단했고 모든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앱에 입력한 생리 주기라는 일상 정보가 결국 타겟팅 데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오픈AI 로고 이미지 [사진=블룸버그통신]

둘째, '설정을 끈다'는 것이 곧 '지워졌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요 AI 챗봇 3사 모두 공통적으로 기본값은 '학습에 활용됨'이고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꺼야 보호되는 구조다. 그리고 그 설정조차 완전한 소급 삭제를 보장하지 않는다. 눈 여겨 볼 사례는 클로드다. 앤트로픽은 2025년 8월까지만 해도 '소비자 대화는 학습에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그해 정책을 바꿔 이용자가 직접 '학습지원'에 동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동의 여부에 따라 보관기간도 극단적으로 갈린다. 동의하지 않으면 대화는 삭제 후 30일 내에 백 엔드에서 완전히 제거되지만, 동의했을 경우엔 비식별 형태로 최대 5년간 학습 파이프라인에 보관될 수 있다. 토글 버튼 하나의 차이가 '한 달'과 '5년'을 나누는 셈이다.

최근에는 AI가 대화 내용을 스스로 기억하는 '메모리'기능이 보편화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AI에이전트는 세션이 끝났 뒤에도 사용자에 대한 관찰을 비정형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 기록에는 '누구의 기록'인지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용자가 삭제를 요청해도 시스템이 어떤 기록이 그 사람 것인지 특정하지 못해, 삭제 요청 자체가 기술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삭제하겠다는 약속과 실제로 지울 수 있는 능력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올1월 한국에서는 AI기본법이 시행됐다.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 사람의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 영향 AI'에 대한 책무를 규정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은 개인정보를 어떤 근거로 수집 처리할 수 있는지를 새로 정리하지 않고 있어 이에 관해서는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를 의존해야 하는데 여기에 공백이 있다. 개인정보 처리의 근거로 흔히 쓰이는 '정당한 이익' 조항은 유럽연합과 달리 한국에서는 실무적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테슬라 사이버캡 [사진=블룸버그]

어떤 경우에 이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가 불명확해서, 사용자도 이용자도 '지금 내 정보가 어떤 법적 근거로 어떤 목적에 쓰이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AI기본법이 시행과 동시에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두고 있어 인명피해처럼 중대한 사고가 아니면 조사나 제재를 원칙적으로 유보하고 있다. 법은 만들어졌으나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챗봇에게 털어놓은 비밀이 내일 지구 반대편 낯선 사용자의 화면에 답변으로 튀어나올 가능성을 손 놓고 볼 수밖에 없을까?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각 서비스의 데이터 활용 설정의 확인이다.

챗GPT는 '프로필> 설정> 데이터 제어'에서 '모두를 위한 모델 개선 (Improve the model for everyone)'옵션을 끌 수 있다. 물론 이 설정을 꺼도 오픈 AI는 새 대화를 최대 30일간 보관한 후 삭제한다.

클로드는 '설정>개인정보 보호'에서 '클로드 개선 지원 (Help improve Claude)'옵션을 끄면 된다. 대화는 삭제 후 30일 내에 백엔드에서 제거된다. 켜둔 상태면 비식별 형태로 최대 5년까지 보관될 수 있다. 

제미나이는 gemini.google.com 에서 '설정 및 도움말> 활동'으로 들어가거나 myactivity.google.com/product/gemini에직접 접속해 '활동 보관' 항목을 끄면 된다. 기본값은 18개월 후 자동삭제이고 3개월, 36개월로 조정하거나 자동삭제를 끌 수도 있다. 다만 이 설정을 꺼도 최대 72시간은 대화가 저장된다.

세 서비스 모두 설정을 끄는 시점 이후의 데이터에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저장된 기존 대화까지 소급해서 삭제해주지는 않는다. 이 설정들은 '사후대응'보다는 '사전예방'에 가깝다. 만일 불가피하게 민감한 정보를 입력할 일이 있다면 미리 켜두는 것이 좋다.

물론 더 근본적인 습관은 '입력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이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전화번호 같은 확실한 개인정보는 물론 건강 상태, 인간 관계, 감정 상태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정보도 굳이 실명이나 특정이 가능한 맥락과 함께 입력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사실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이용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보안쳬계를 갖춘 후에 다시 AI를 오픈 한 것처럼 설정 하나 바꾸는 것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 예컨대 메모리 기록의 출처를 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 장치나 개인정보 처리 근거를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법적 정비 등은 결국 기업과 정부의 몫이다.

여태 살아보지 못한 미래는 결국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이용자의 경각심과 제도의 정비는 절대 하나로는 충분치 않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형 모델이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되고 있다. 2026.03.03 khwphoto@newspim.com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