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 핑계에 주가는 '곤두박질'

산일전기의 최대주주 배우자가 약 4490억원 규모의 지분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처분하며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사측은 유동성 증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대주주 일가의 현금화가 성장의 결실을 나누기보다 사익 추구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일전기 박동석 대표의 배우자 강은숙 씨는 지난달 27일 보유 지분 9.98%인 305만4520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처분가는 주당 14만7000원으로 강 씨는 단숨에 449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는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한 시점을 노린 전형적인 '고점 매도'로 해석할 수 있다. 3일 기준 산일전기의 52주 최고가는 18만5500원, 최저가는 4만3350원이기에 52주 최고가 수준은 아니지만 근접한 수준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이에 산일전기 측은 "주식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거래(블록딜)가 회사의 유동주식수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유동성 공급이 목적이었다면 단계적인 매각을 실행하는 등 질서 있는 방식이 가능했음에도 기습적인 블록딜로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 블록딜 공시 직전 거래일인 26일 16만8600원(한국거래소 종가 기준)이었던 산일전기의 주가는 이후 5거래일 중 4거래일 하락세를 경험하며 2일 기준 13만2500원까지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은 4조원 붕괴 위기까지 갔으나 3일 오전 장중 전일 대비 1% 이상 반등세를 보이며 시총 4조원 선은 간신히 지켜냈다.
이에 한 소액주주는 "블록딜 낙인이 찍힌 종목은 주가 상승이 쉽지 않다"며 회의론을 내놨고, 또 다른 소액주주 역시도 "외국인 수급 주도로 주가 상승 랠리가 있었는데 그때 블록딜 거래해버리는 바람에 실망 매물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성장성을 담보로 주주 기대를 모았던 산일전기 신뢰도에 일부 오점을 남겼다. 이번 블록딜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55.04%에서 45.07%로 급감했다. 물론 경영권 방어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지만 상장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10%에 가까운 지분을 한꺼번에 털어낸 것은 책임 경영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산일전기는 앞서 2024년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산일전기는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을 통한 매출 성장을 강조하며 주주들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가 먼저 배를 불리는 상황에서 회사의 비전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실적 성장의 과실이 주주들에게 돌아가기보다 대주주의 현금 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주가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현금화 규모인 4490억1444만원은 산일전기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1786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회사가 땀 흘려 벌어들인 이익보다 대주주가 주식 시장에서 챙긴 차익이 크다는 사실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최대주주와 관련된 특수관계인의 블록딜의 경우 이것이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된 것인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사익 추구라면 주가에 주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톱은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박 대표 측에도 직접 실행 배경을 물었지만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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