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추가 인하 검토…금융·수출시장 대응책 병행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번 주 시행을 지시하면서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가격 통제 정책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가격 상한을 2주 단위로 운영하고, 유류세 추가 인하와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 유력…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유가와 국내 석유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언급하며 석유 가격 안정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번 주 중 도입해 시장 불안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출고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의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가격 상한을 설정한 뒤 일정 기간 유지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실은 가격 상한을 2주 단위로 유지한 뒤 국제 유가와 국내 시장 상황을 점검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를 최대한 신속히 도입할 것"이라며 "가격 상한을 2주 간격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함께 추진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근거한 제도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거나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실제 시행 사례는 없어 제도가 현실에서 적용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격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내 석유 유통 구조를 고려한 조치다. 전국 주유소는 직영·자영·알뜰주유소 등 운영 방식이 다양하고 임대료와 물류비 등 비용 구조도 지역별로 달라 일괄적인 판매 가격 통제가 쉽지 않다. 정유사 출고 단계에서 가격 상승을 제한하면 유통망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이 같은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전날 기준 휘발유 리터당 1904원, 경유 1928원 수준이다. 정부는 유가 상승이 연료비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 금융·산업·수출까지 대응…정부 비상경제체계 '가동'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중심으로 종합 대응 체계도 가동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경제 영향과 대응 계획'을 보고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동 상황 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차관급 체제로 격상하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로 전환해 매주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 수급 안정 조치도 병행한다. 정부는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수입 확대와 국제 공동 비축유 구매권 활용, 한국석유공사 해외 생산분 도입 등을 통해 석유 수급을 관리할 방침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 대체 에너지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시장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100조원+α 채권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산업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 피해 접수와 지원을 위해 전국 수출지원센터를 통해 밀착 대응에 나선다. 총 20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긴급 물류 바우처도 신설할 예정이다.
유류세 추가 인하도 추진한다. 이미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에 더해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부담을 일정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유 공급 위험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수입 확대, 국제 공동 비축유 구매권 행사, 석유공사 해외 생산분 도입 등을 통해 공급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