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평균 자산 76%가 부동산에 묶여
집값 안정 시 청년·중년층 소비 여력 반등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주택시장 안정화가 고착화된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얼어붙은 내수 경제를 되살릴 핵심 열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유동성이 부족했던 가계 자산에 숨통이 트이면서 청년층의 소비가 살아나고, 나아가 세대별 금융 상품 수요 구조 전반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9일 신한미래전략연구소는 '집값이 안정되면 달라질 것들'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의 불평등은 더 이상 소득의 문제가 아닌 자산의 문제다. 지난 수년간 복지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 격차는 꾸준히 축소됐으나, 순자산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정도를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는 2025년 0.625로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인 나라에서 자산 불평등은 곧 부동산 격차를 의미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현재 순자산 상위 20%가 전체 순자산의 65%를 점유하고 하위 40%는 4.8% 점유에 그치는 구조다. 젊은 세대의 불평등 기여 요인 중에서도 자산이 약 44%를 차지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부모의 부동산 보유 여부가 자녀의 자산 출발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강화된 셈"이라며 "소득 격차는 정책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좁힐 수 있지만, 부동산을 통해 벌어진 자산 격차는 고착되면 정책으로도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택가격 부담은 국제적으로도 극단적인 수준이다. 한국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24.1배로 주요 선진국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 전액을 저축해도 내 집 마련까지 24년 이상 걸린다는 뜻이다. 가계 자산의 약 76%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에서, 주택가격이 올라 장부상 자산은 늘어나도 가용현금은 부족한 부유한 유동성제약 가계가 빠르게 증가 중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10.8%다. 통상 PIR과 평균소비성향은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주택가격 부담의 완화가 소비 여력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주택가격 5% 상승 시 50세 미만 가계의 후생(삶의 질)은 0.23% 감소하고, 50세 이상은 0.2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집값이 떨어지면 청년 및 중년층에서 쓰는 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주거 부담 완화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결혼 실행 장벽도 낮아질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9∼49세 1만43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미혼 청년 중 '결혼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62.2%로 직전 조사 대비 11.4%포인트(p) 늘었다.
국토연구원은 주거비 안정이 출산 여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주택가격의 첫째 자녀 출산율 기여도는 30.4%다. 주택가격 1% 상승 시 다음 해 출산율이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행복주택 입주 청년 477명 대상 연구에서는 주거만족도 개선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결혼 의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집값이 안정되면 경제적 행위 전반이 방어적 생존에서 공격적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주거비를 위해 포기했던 교육, 자기계발, 전직을 위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자본의 4분의 3이 부동산에 묶인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 현금 흐름이 원활한 포트폴리오로 재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 비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금융 수요의 구조 변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젊은 층은 집부터 마련하자는 유인이 약해지면서 주택 마련 이전 단계의 금융자산 축적 수요가 커질 수 있다. 고령층에서는 주택 유동화 움직임 가속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령 가구의 자가점유율이 68.0%로 가장 높고 주택보유의식도 강하기에 다운사이징이나 주택연금 활용이 빨라질 수 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