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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존립 기반을 허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규모로 신용을 공급해 온 BDC의 자산건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JP모간의 카비르 카프리한 신용담당 애널리스트의 분석(2월3일)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JP모간이 추적하는 30개 BDC의 소프트웨어 업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700억달러로 1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범주를 기술 업종으로 확대하면 800억달러에 달한다.

집중도는 일부 기관의 경우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체투자 운용사인 블루아울캐피털(OWL)의 BDC인 블루아울테크놀로지파이낸스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약 40%, 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TSLX)의 BDC인 식스스트리트스페셜티렌딩은 32%가량으로 각각 조사됐다.
*BDC(Business Development Comapny)는 대체투자 운용사가 사모신용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설립하는 투자 비히클(기구)이다. 주로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한다. 대체투자 모회사 브랜드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용사의 일반 사모신용 펀드보다 비교적 엄밀한 규제를 받는 대신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거래소에 상장된 BDC는 일반 주식처럼 주가가 실시간 형성된다.
실제 노출도는 파악된 수치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레이먼드제임스의 로버트 도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이 최종 시장별로 분류되는 관행(헬스케어용 소프트웨어 기업은 헬스케어 업종으로 분류되는 식) 탓에 공개 정보에 따른 분류만으로 진정한 익스포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UBS는 BDC의 소프트웨어 익스포저 규모가 2014년 유가 붕괴 직전 하이일드 시장의 에너지 집중도와 비슷하다고 했다. 당시 에너지 비중은 15~17%였고, 차입 과다 에너지 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BDC의 소프트웨어 비중은 16%(JP모간 추산 기준)로 이에 맞먹는데 AI에 취약한 업종까지 포함하면 오늘날의 집중도는 당시를 넘어선다는 것이 UBS의 설명이다.
BDC의 소프트웨어 익스포저가 사모신용 시장의 취약 고리로 부상한 것은 AI 확산으로 이들의 대출을 정당화해온 전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신용 업계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이른바 'ARR(연간반복매출)'이 채권 이자처럼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현금흐름의 성격을 띤다고 봤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수요만 있다면 당장 적자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대출을 집행했다.
하지만 AI 기술 자체가 소프트웨어의 존재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면서 전제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기존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중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AI를 채택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면 소프트웨어 기업의 현금흐름은 줄고 원리금 상환 능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이유다.
담보 논리도 함께 뒤틀렸다. 종전에는 차입 기업이 부도를 내더라도 지식재산권인 코드베이스(소프트웨어 제품을 구성하는 소스코드 전체)를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었지만 AI가 그 코드 자체를 복제·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담보로서의 의미도 퇴색됐다는 설명이 따른다.
JP모간은 BDC의 보유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실제 손실로 확대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른바 '33% 룰(소프트웨어 기업의 3분의 1이 부도, 3분의 1이 좀비 기업화, 3분의 1이 생존)'을 적용했다.
33% 룰의 시나리오에서 30개 BDC의 예상 손실액은 약 220억달러, 순자산 감소율은 11%, 레버리지 배율(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 0.86배에서 1배로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년 간 순손실이 5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장부가치는 2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관련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시스템적 리스크'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극단적인 시나리에서조차 대부분이 레버리지 배율 2배 이하를 유지하고 일부는 손실 완충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테스트의 숫자가 아니라 장부에 적힌 가격(장부가)과 시장이 매기는 가격 사이의 간극이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장부가가 시장 현실을 뒤늦게 반영하는 구조인 만큼 감액(write-down)이 본격화하는 순간이 충격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JP모간에 따르면 현재 유통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대출 다수가 장부가와 큰 괴리를 보인 채 할인 거래되고 있다. 예로 6개 BDC가 공동 보유한 '코너스톤온디맨드'의 선순위 담보대출은 작년 11월 이후 액면 1달러당 약 10센트 하락해 83센트 수준에서 거래되지만 BDC들이 3분기에 기록한 평균 평가가격은 97센트였다.
또 소프트웨어 업체 개별로 보면 피나스트의 대출 가격은 시장가 액면 1달러당 88센트지만 특정 BDC가 보유한 장부가는 1.01달러다. 메달리아는 시장가 80센트, 장부가는 90센트대다. JP모간의 카프리한 애널리스트는 "[BDC들이] 코로나19 사태 당시 항공기 리스 회사가 겪었던 것과 유사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