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클러스터' 구축 통한 인프라 승부수도
독파모 '프롬 스크래치' 기준 놓고 공방
정부, 오는 15일 전후 '독파모 1차 평가' 발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네이버가 올해 커머스를 중심으로 '에이전트 AI' 도입을 확대하고,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연초부터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를 둘러싼 독자성 논란이 불거지며 과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12일 네이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보안과 안전 등 '신뢰' 기반 서비스를 핵심 키워드로 전면에 내세웠다. 최 대표는 별도 CEO 레터를 통해 보안 위협과 해킹 시도가 잇따르는 환경 속에서 네이버가 사용자로부터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데이터 보호와 서비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유지해 온 점을 강조했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통신 업계 전반에서 보안 이슈가 불거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온 서비스 AI'를 내세워 검색·커머스·콘텐츠 전반에 AI를 적용했고, 별도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와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 등을 통해 AI를 서비스 구조에 결합해 왔다. 네이버는 올해 이를 하나의 통합된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이용자의 검색과 탐색을 실제 행동과 실행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 '에이전트 N' 도입 본격화…통합검색으로 실행형 AI 전환
네이버가 올해를 기점으로 제시한 '에이전트 N(Agent N)' 전략의 핵심은 검색 서비스의 역할 변화다. 기존 검색이 정보 탐색과 트래픽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에이전트 AI 도입 이후에는 검색 결과가 실제 행동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
우선 적용 분야는 커머스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에이전트를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쇼핑 에이전트는 단순 상품 추천을 넘어 이용자의 검색 맥락과 이전 행동을 종합해 비교·선택·구매 과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용자가 검색 결과를 다시 클릭하고 이동하는 과정을 줄이고, 검색 단계에서 바로 구매 결정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올 2분기에는 통합검색에 'AI 탭'을 도입한다. 기존 텍스트·링크 중심의 검색 결과 화면에 AI 기반 요약·추천·행동 제안을 결합해 예약·구매·신청 등 실행 단계로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검색 결과 노출 수나 클릭률보다 전환율, 체류 시간, 실행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지표가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는 네이버의 광고·커머스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커머스 부문이 네이버 실적의 핵심 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를 통해 검색·탐색 흐름을 구매 전환으로 더 촘촘히 연결하고, 추천·광고·결제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커머스 수익성 개선과 맞물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캐시카우인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성장으로 탄탄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AI 브리핑, AD Boost 등 AI를 접목한 서비스가 이용자 트래픽 향상과 실적 성장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쇼핑 AI 에이전트 출시가 기대되며, 네이버가 보유한 다양한 커머스 및 로컬 데이터와 접목해 AI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반사이익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신규 설치와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등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지난해 11월 1,625만명에서 작년 말 1,479만명으로 약 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지난해 12월 2~4주(8~28일) 쇼핑 부문 신규 설치 1위를 기록했고, 주간 이용자 수는 지난달 3주차 375만명으로 전월 4주차 325만명 대비 15.2% 증가했다.
나아가 쿠팡 주간 결제 추정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첫 주(2025년 11월 24~30일) 약 1조2,096억4,000만원에서 한 달 뒤(2025년 12월 22~28일) 약 9,561억7,800만원으로 7.13% 감소했고, 월간 결제 추정액도 지난해 11월 약 4조4,735억2,000만원에서 지난달 4조3,373억1,000만원으로 3.04% 줄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네이버 커머스 사업이 AI 기반 추천 고도화와 멤버십 강화 전략을 축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콘텐츠·커머스를 연결하는 구조적 강점을 보유한 데다, 에이전트 AI 도입을 통해 이용자 체류 시간과 전환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중심으로 한 락인 전략이 커머스 광고와 판매 매출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네이버 커머스 부문이 거래액 성장뿐 아니라 커머스 광고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추천과 쇼핑 에이전트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검색 광고 중심 구조에서 커머스 연계 광고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스포티파이 제휴를 통해 12월부터 멤버십 가입자 수가 유의미하게 순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포인트 적립 중심 커머스 전략에서 멤버십 혜택 강화를 통한 유저 락인 증대로 커머스 전략이 변모할 것이 기대된다. 올해 멤버십 매출은 27% 성장, 판매 매출은 21%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B200 기반 '4K 클러스터' 구축…독자 AI 모델 논란은 변수
AI 인프라 투자도 올해 네이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각된다. 네이버는 최근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GPU인 B200 4,000장을 바탕으로 'B200 4K 클러스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B200 4K 클러스터는 냉각·전력·네트워크 최적화 기술을 집약해 대규모 병렬 연산과 고속 통신을 전제로 설계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B200 4K 클러스터는 720억개(72B) 파라미터 규모 모델을 학습할 때 기존 A100 기반 인프라(2,048장)로 약 18개월이 걸리던 것을 약 1.5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9년 엔비디아의 초고성능 AI 슈퍼컴퓨터인 '슈퍼팟' 상용화 이후 초고성능 GPU 클러스터 설계 및 운영 측면에서 대규모 GPU 자원을 하나로 연결해 성능을 끌어내는 '클러스터링' 분야의 실증 경험을 쌓아 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번 인프라 구축을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기반과 AI 자립·주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네이버는 빠른 학습과 반복 실험이 가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클러스터 인프라를 독자 AI 모델 성능 개선뿐 아니라 에이전트 AI와 커머스·검색 서비스에 적용되는 실시간 추론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해당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부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공공·기업 대상 AI 전환(AX) 사업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성장 전략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일례로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네이버의 모델 개발 방식이 '프롬 스크래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모델 비전 인코더 레이어가 알리바바 큐웬(Qwen) 2.5 모델과 코사인 유사도 99.5%를 기록했고, 오디오 인코더는 사실상 원본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외부 오픈소스 인코더와 가중치 활용을 두고 업계 내 이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핵심 모델은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해당 요소들은 교체 가능한 구성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멀티모달 모델 구성 과정에서 성능이 검증된 외부 오픈소스 인코더를 활용했지만 이는 교체 가능한 구성 요소이며 모델의 핵심 경쟁력과는 구분된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나아가 네이버는 추론 코드 활용이나 오픈소스 적용 여부를 독자성 훼손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전반에서도 인퍼런스 코드 활용은 일반적인 개발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독자성 판단의 핵심은 학습 단계에서의 모델 설계와 데이터, 가중치 관리에 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본체인 LLM은 프롬 스크래치로 개발했고, 인코더는 전략적으로 외부 기술을 채택했으며 해당 내용은 테크니컬 리포트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며 "생성형 AI처럼 편향이나 최신성 이슈로 지속적인 재학습과 통제권 확보가 필요한 영역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코더 영역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 전후로 1차 평가를 진행해 5개 팀 중 1개 팀을 탈락시키겠다는 방침으로, 글로벌 벤치마크 정량평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현장 실사 등을 진행 중이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