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부터 영업정지까지 거론…정치권 압박 수위↑
"지금이 기회"…쿠팡 제재 국면에 경쟁사 재정비
제재와 함께 구조적 규제 손봐야 경쟁 살아난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연석 청문회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넘어 노동 환경, 불공정 거래, 조세 이슈까지 논란이 확산되면서 쿠팡을 향한 규제·제재 카드가 전방위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과징금부터 영업정지까지 단계적 제재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사안을 두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이 자료 보전 명령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며, 개인정보 유출 이후 5개월 분량의 홈페이지 접속 로그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인정보 도용 여부와 소비자 피해 규모, 복잡한 탈퇴 절차가 전자상거래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범위는 행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와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 동일인 지정 문제까지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쿠팡과 김범석 의장과 관련한 탈세 가능성과 내부 거래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산재 은폐 의혹과 야간 노동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물류 자회사를 포함한 근로 여건과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고, 법무부는 해외로 유출된 개인정보와 관련한 국제 형사사법 공조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도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필요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고, 집단소송제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 확대 논의도 본격화됐다. 현재 한국의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 쿠팡이 국내 전자상거래와 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영업정지와 같은 강도 높은 제재는 소비자 불편과 고용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실제 제재는 과징금, 시정명령, 제도 개선 요구 등 단계적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재 국면이 쿠팡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굳어졌던 시장 구조를 점검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산업은 그간 소수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돼 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나 노동 환경 문제뿐 아니라, 자본력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소수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온 제도와 규제가 경쟁을 제약해 왔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물류센터·배송망 구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규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수반되는 풀필먼트 시설 기준, 복잡한 전자상거래·플랫폼 사업자 신고 및 관리 규제 등이 중소·중견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확장을 가로막아 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개인정보 처리 책임과 보안 의무가 대형 플랫폼과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외 사업자들에게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그동안 쿠팡의 시장 지배력에 밀려 사업 축소나 철수를 고민하던 기업들이 많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체 사업을 재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나 롯데 등 대형 유통사들도 오프라인에 주력해왔지만 온라인 사업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라며 "쿠팡이 제재 국면에 들어간 지금이야말로 다시 온라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쿠팡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면 이번 사건은 시간이 지나며 잊히고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며 "다른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쿠팡을 제재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제재가 이뤄지는 동안 시장에 새로운 경쟁이 유입될 수 있느냐에 있다"며 "플랫폼 진입과 사업 확장을 가로막아 온 각종 구조적 규제를 그대로 둔다면, 쿠팡 제재 이후에도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와 함께 경쟁 환경을 정비하는 접근이 병행돼야 이번 사태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