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트럼프 방중 전 한반도 문제 조율 필요
중국은 미·중 경쟁, 중·일 갈등에 '우군' 필요
대만 문제, 핵잠수함, 북핵 등 갈등 요소 잠복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한·중 관계 해빙'에 대한 양측의 인식이 일치한 결과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의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한·미·일 결속 강화로 긴장과 냉각의 흐름이 이어졌던 한·중 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점에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두 달만에 양측이 다시 정상회담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면서 한·중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실용적 관점의 외교 기조를 추구하고 있다. 첫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 복원의 기초를 마련한 정부는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본 궤도에 올리고 경제·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켜 한·중 우호적 흐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4월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에 중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방중을 통해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관여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반대하고 다자주의를 지향한다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또 한·미·일이 안보·경제적으로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는 흐름을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 이후 양측이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유리한 국면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 중 상하이 방문이 포함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한국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독립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상하이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던 한·중 양국의 유산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중 간에는 여전히 긴장과 갈등의 요소가 잠복해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특히 중·일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대만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중·일 갈등과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2021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후 지금까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면 한국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도 한·중 관계에 난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 도입을 경계하면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한·미 양국은 핵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에는 "한국이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보다 분명한 반대 입장을 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보일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중국은 지난 8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문제를 회색지대에 감추어 놓음으로써 한·중 관계에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