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전문성 확실해도 尹 탄핵 반대 활동 이력 발목
내정자의 순간…헌법 질서 등 최소한 규범 선행되어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혜훈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내정됐다. 현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예산 편성·재정 기획 등 나라의 살림꾼 역할을 맡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제1야당 인사를 선택한 일은 깜짝 발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는 종횡무진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유임했다. 장관 내정자 지명 발표 시점에도 열차를 몰았던 철도기관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최초의 장관이다.

이번에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다.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및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활동 경력을 보유한 경제통이지만, 올해 초까지도 이어진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활동이 발목을 잡는다.
이 내정자가 실용 인사와 통합의 상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범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도 쓴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의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을 공유한다는 확인으로 완결되는 작업이 필요하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비상계엄을 정당한 조치로 옹호하고 체포를 불법으로 규정한 과거 언행을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기획처 장관은 단순 예산을 다루는 자리이기 이전에 국가 운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리다. 기획처가 한국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기획 컨트롤타워로 자리잡으려면 첫 수장의 메시지는 예산 항목만큼이나 명료해야 한다. 논란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헌정 질서에 대한 분명한 인식 위에서 진영을 뛰어넘은 실력을 증명한다면 이번 인사는 낡은 이분법보다 성과가 우선시되는 새로운 시대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어떤 가치가 부각되는 이유는 그것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두가 좋아할 듯한 구호 '실용'과 '통합'도 그렇다. 이 내정자가 실용과 통합의 상징으로 거듭날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면 타개용 패에 그칠지는 내정자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