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차기 회장, 금융당국 상대로 적극적인 업계 목소리 내야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지난 18일 치러진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당선됐다. 황성엽 차기 회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금융투자협회를 이끌게 된다. 업계에서는 새 수장을 맞이하며 금융투자협회가 '자율규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이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투자 과열을 문제 삼으며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를 주문하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관련 채널 운영을 잠정 중단하거나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는 등 몸을 낮췄다. 공식적인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도 전에 업계 전반이 자발적으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사들이 지켜야 할 내부통제 기준과 영업 표준안을 마련하고, 영업 행위 준칙을 통해 자율규제를 수행하는 기구다. 하지만 이번 해외주식 마케팅 논란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모으거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선거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본시장은 엄연히 '시장'인데 당국의 메시지에 증권사들이 일제히 엎드리는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업계에서는 이슈가 불거질 때일수록 협회가 먼저 나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통으로 따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고, 업계의 집단적 목소리를 정리하는 기능이야말로 협회의 존재 이유라는 지적이다.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 데이터 일원화와 효율적인 플랫폼 구축'을 시급한 현안으로 언급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분석 기법의 차별성은 줄어들고, 데이터 자체에서 경쟁력이 나온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나 한국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현업 운용역이 바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처럼 데이터 벤더가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는 영역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러 기관과 조직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찾아다니고 이를 정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현실에서 협회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업계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로 꼽힌다.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협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황 차기 회장은 당선 직후 열린 임시총회에서 향후 협회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그는 "부족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대표님들의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빌려주시면 함께 일하는 금융투자협회로 만들겠다"며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소통하고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메시지는 규제 환경 속에서 업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향후 3년 동안 황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난한 운영이 아니라, 업계의 집단적 의견을 정리해 당국에 전달하고 자율규제 기구로서 금융투자협회의 존재감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소통하겠다'는 약속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협회의 역할 회복이 필요하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