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IG·현대로템, 전략통·작전통 영입 러시…총 46명 활동 중
해외사업 명목 취업심사 통과 늘어…전직 장관급까지 '한화 라인' 합류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 방위산업이 내수 중심 구조에서 수출 주도 산업으로 급전환하면서, 민간 방산기업 내 예비역 장성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5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퇴역 장성들의 민간 진출은 단순한 일자리 이동이 아니라, 수출·외교 현장에 직접 관여하는 '전력 자산'으로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1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HD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11개 주요 방산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통과한 군 출신 인사는 총 30명에 달한다. 이는 2020년 7명, 2022년 23명, 2023년 26명으로 이어진 증가 추세의 정점이자,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다. 중령 이상 장교와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위원까지 포함한 숫자로, 사실상 민간 방산기업 내 예비역 유입이 정례화된 것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장성(준장 이상) 출신 인원은 올해 기준 10명으로, 2020년 2명에서 정확히 다섯 배로 늘었다. 자문·고문 형태로 활동 중인 인사까지 포함하면 11개 기업에 소속된 예비역 장성은 총 46명에 이른다. 기업별로는 LIG넥스원이 13명으로 최다, 그룹 단위로는 한화그룹이 16명으로 압도적이다. 현대로템을 포함한 현대자동차그룹은 10명의 장성 출신을 두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군납 로비를 위한 상징적 자리였다면, 지금은 해외 군 수뇌부와 직접 협상·마케팅할 수 있는 현역 경험자 중심 체제로 재편됐다"며 "예비역 장성 고문이 한두 명이던 시절에서 이제는 사업부별 전담 체계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K-방산이 단순한 '수출 산업'을 넘어 '국가 간 군수 외교'로 확장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올해 한국 방산 수출액은 약 200억달러로, 내수(13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군비 조달 주기가 빨라지고, 개발 주도권이 민간기업으로 옮겨가는 변곡점에서, 군 경력 인사가 '기술-운용-외교'를 잇는 연결축으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재군은 이른바 '전략통 라인'이다. 각 군 병과학교장, 교육사령관, 기획관리참모부장, 합참 전력기획부장, 국방부 자원관리실장, 방위사업청 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인사들이 '영입 1순위'다. 현역 시절 진급에서 밀렸더라도 국제사업, 전력기획 경험이 풍부하면 기업에서는 오히려 '귀하신 몸'으로 평가된다.
대표적 사례로 해군 중장 출신 정승균 한화오션 부사장(전 합참 전력기획부장·잠수함사령관)이 있다. 그는 현재 캐나다 잠수함 수출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육군 포병학교장 출신 양태봉 예비역 소장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합류해 K-9 자주포 수출을 맡고 있다.
LIG넥스원은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출신 최종태 소장과 방공학교장 출신 김규연 준장을 각각 영입해 천궁-2 미사일 수출 라인을 강화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출신 천정수 소장에게 페루 해군 대상 함정·잠수함 사업을 전담시켰다.
현대로템은 '작전통' 영입이 두드러진다. 육군 중장 출신 김성진 고문(전 6군단장)은 전력·획득 관련 경험 없이 여단장→사단장→군단장을 연이어 지낸 야전통으로, 실전 전장 감각을 살려 전차 수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신원 소장(기계화학교장 출신)은 전투지휘 경험을 토대로 차륜형 장갑차·전차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 육군 소장 출신 방종관 현대로템 상근 고문(전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중동 시장을 겨냥한 유·무인 복합체계 현지화 전략을 조언하는 대표적 '전략형 브레인'으로 평가된다.
한 예비역 준장은 "야전 경험을 통해 무기의 전술적 가치를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작전통 장성은 기술 스펙보다 더 큰 신뢰를 얻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 재취업 심사에서도 '해외사업 전문성'을 근거로 차관급 예우 대상인 3성 장군의 취업이 승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제도상 '군-방산 연결의 합법적 통로'가 넓어진 셈이다.

정승균 부사장과 함께 2022년 폴란드 K-2 전차·K-9 자주포 수출을 총괄했던 성일 전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동·아프리카 법인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영수 전 해병대 소장(해병 2사단장 역임)은 지난해 전역 후 같은 회사 전무로 이동,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사업의 군 협력업무를 맡고 있다.
한화는 고위 장성뿐 아니라 참모총장·장관급 인사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부터 사장급 고문으로 합류했으며, 업계에서는 정경두 전 장관과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도 향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 대형 방산기업 관계자는 "수출 상대국이 장관이나 합참의장급 인사와 직접 교섭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성급 자문단은 실질적인 외교 채널이자 기업 신뢰도 제고의 무형 자산"이라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