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아" ...中에 유리한 환경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하고, 유화적인 대중(對中) 언급, 일본을 향한 중국의 압박에 대한 공개적 침묵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문서에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췄고, 그동안 사실상 금기시되었던 고성능 반도체의 대중 판매 통로를 다시 열었다. 또한 대만을 지지하는 일본을 상대로 중국이 외교·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신문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접근 방식 변화는 이념, 기술, 외교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과거보다 약해졌음을 시사한다"며 "중국 내 일부 논평가들은 이를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신호로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술 기업가 저우훙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첨단 반도체의 대중 판매를 허용한 결정을 두고 "중국의 막을 수 없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벽으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새 NSS가 중국보다 서반구에 더 초점을 맞춘 점을 들어 "미국이 상대적 국력 쇠퇴를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NY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일본 압박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은 일본이 대만을 지지한 데 반발해 일본 외교관을 소환하고 항공편을 취소했으며, 관광 제한과 함께 러시아와 공동으로 일본 인근 공역에서 군용기 비행을 늘리고 있다.
중국 분석가들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중심적 외교'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덜 매파적이고 보다 실용적인 이 접근법에서 중국은 반드시 억제해야 할 위협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5일 공개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분명히 반영됐다고 NYT는 짚었다. 해당 전략은 미·중 경쟁을 안보나 정치 체제 간의 충돌이 아닌 주로 경제 경쟁으로 재구성했으며, 명시적 우선순위로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 구축'을 제시했다.
또한 이번 NSS에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 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부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유지해온 기조와 결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리 중심 성향은 인공지능(AI) 핵심 기술 수출 통제 완화에서도 드러난다. 미 정부는 엔비디아의 H200 칩을 포함한 고성능 반도체의 대중 판매를 허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가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단기적 경제 이익이 장기적 안보를 희생시킨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러한 조치들이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유화적 태도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와 대두 구매 중단을 지렛대로 활용했고, 이후 미국은 일부 관세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다시 통화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베이징 방문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미 외교협회(CFR)의 데이비드 색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협상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국가안보전략의 대중 표현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NYT는 이러한 미국의 '봉쇄에서 경쟁으로의 전환'이 중국에는 전략적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역내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행동할 여지를 넓힌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중국 학자들은 미국의 압박 완화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단대의 멍웨이잔 연구원은 "향후 3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지나치게 강경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미국의 본질적 목표는 여전히 중국의 부상을 막고 억제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서 영감을 받아 미국의 경제·기술 경쟁력을 재정비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미국 대중 전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