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끝난 러시아·시리아 동반 급락
중고차 업계 "대체 시장 찾기 시급"
"정부 전략·물류 인프라 정비 절실"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한국 중고차 수출시장을 지탱해온 러시아 특수가 12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꺼질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가 다음 달부터 엔진 출력 160마력 이상 수입 자동차에 대해 재활용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확정하면서 사실상 중형차 이상의 한국산 중고차 대부분이 수입 차단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리아 금수 조치로 이미 한 차례 충격을 경험한 업계는 "12월 이후는 절벽 수준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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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중고차 [사진=인천항만공사] |
25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재활용세 인상은 이미 시행이 확정됐으며 더 미뤄질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재활용세 인상은 확정됐고 12월부터 적용된다. 더 미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0월까지 버텨온 호실적 역시 실제 수요라기보다는 인상 직전 '막판 밀어내기' 선적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월 전체 중고차 수출대수는 7만1270대로 전월 대비 14.2% 감소했지만, 대당 수출단가는 오히려 1만4000달러까지 상승했다. 러시아향 고배기량·고출력 물량이 마지막으로 대량 선적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호실적은 착시에 가깝고, 12월부터 실적 급락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러시아 시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다.
신 소장은 "러시아나 시리아 수요는 일반적인 중고차 수요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특별 수요였다"며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수요가 아니기 때문에 환경이 변하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2022년 이후 서방 제조사들이 대거 철수한 이후 중국 기업에 제조 기반을 넘겨 자국 생산을 확대해 왔고, 이는 수입 규제로 이어졌다.
그는 "러시아도 자국 산업을 살려야 하니 수입을 규제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거기에 항의하거나 조치를 요구할 수도 없다"며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현재 러시아향 수출의 상당수는 '우회 수출' 구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00cc 이상 중고차를 상황관리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러시아·벨라루스로의 직접 수출 면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키르기스·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을 경유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신 소장은 "바이어들이 키르기스나 카자흐스탄으로 먼저 들여간 뒤 러시아로 재수출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의 급락은 이미 시리아 수요가 상반기부터 끊기며 충격을 받은 시장에는 또 한 번의 악재가 된다.
시리아의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월평균 5000~6000대 수준이던 알레포 경유 루트까지 사실상 중단되면서 10월 수출대수는 2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두 핵심 수요처가 연이어 막히며 중고차 수출시장은 2026년 큰 폭의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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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인 스마트 오토밸리 조감도 [사진=인천항만공사] |
일부에서는 아프리카·중동 지역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가나·가봉·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시장은 점진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현도 소장은 "아프리카는 54개국 중 약 40개국이 우리와 같은 좌핸들 국가라 기본 여건이 좋다"며 "신차 수입보다 중고차 수요가 꾸준히 늘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공백을 단숨에 메울 규모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신 소장은 "정부가 중고차 수출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려 한다면 물류·금융지원, 테스트베드 형태의 수출단지 조성 같은 기본 인프라부터 정비해야 한다"며 "이런 기반이 마련되면 남미나 아프리카 같은 시장으로 수출이 확장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러시아 특수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최근 3년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 재편과 다변화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수출시장 재편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이후를 대비하지 못하면 더 큰 구조적 위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