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KDI·산업연 1.8~1.9% 예상
금융연·OECD, 2%대 낙관적 관측
한은 1.6% '최저'…금리 보수 전망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 모색해야"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주요 기관 대부분에서 1%대 후반으로 모이고 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1.8%를 제시했고, 산업연구원과 국회예산정책처는 1.9%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행은 1.6%로 가장 낮은 전망치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각각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망치가 좁은 구간에 집중되는 흐름은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유사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수 중심의 완만한 회복은 가능하지만,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한 반등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공통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주요 기관 1.8~1.9% 예상…"민간소비 증가·건설투자 반등"
이달까지 발표된 주요 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먼저 KDI는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미국 관세 인상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이 올해 4.1%에서 내년 1.3%로 둔화되는 반면, 시장금리 하락과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배경으로 민간소비가 1.6% 증가하고 건설투자가 -9.1%에서 2.2%로 반등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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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의 전망은 특히 건설투자 급락 이후 반등에 무게를 둔다. 올해의 건설경기 급락을 인정하면서도, 내년에는 금리 인하·인허가 정상화에 따른 회복 여력이 크다고 본 점에서 내수의 반등 가능성을 강조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도 모두 1.8%를 제시하며 중립적 전망을 유지했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내수 회복과 확장적 재정 기조, 그리고 대외 불확실성의 완화 가능성을 전망치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했다. 확장적 중기재정 운용이 소비와 투자를 일정 부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도 반영됐다.
먼저 올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확장적 재정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란 분석이다. 아직 대외여건이 불확실하지만, 민간소비·건설투자 등 내수가 성장률 반등의 중심이 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고금리·고환율 등도 다소 줄거나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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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도 1.9%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실질소득 개선과 정책적 지원에 따른 소비 회복을 중심으로 내년 내수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반도체 중심 제조업 업황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생산·수출 흐름도 비교적 견조하게 평가했다.
산업연이 KDI보다 소폭 더 낙관적인 이유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보다 강하게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IT·전기전자 수요 개선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주요 변수로 제시된 것이다.
예정처는 9월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1.9%로 제시하며 상반기 2.1%, 하반기 1.7%의 흐름을 예상했다. 재정 지출이 8.1% 늘고 금융 완화가 이어지면서 민간소비가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수출은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해 성장 기여도는 내수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예정처의 '상반기 강·하반기 약' 경로는 올해 상반기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숫자는 상승해 보이지만 실제 체감경기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한은 1.6% '최저' vs OECD 2.2% '최고'…"대외 불확실성 여전"
한국은행은 1.6%로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회복세가 제한적이고,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며 제조업 회복세도 불확실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주요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은 전망이 다른 기관보다 낮은 것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보수적 가정이 작용한 결과로, 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 조정이 주택시장 등 금융안정과 연동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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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와 민간 연구기관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OECD는 2.2%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내놓으며 반도체·전기전자 중심 글로벌 제조업의 회복을 강하게 반영했다. 민간소비 개선 속도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한국의 대응력도 높게 평가했다.
금융연도 2.1%를 제시하며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신산업 중심 투자 확대와 내수 회복을 근거로 들었다. 내년에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이 소비와 투자를 뒷받침하고, 신산업 설비투자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민간소비도 정부의 각종 소비진작 정책과 금융 여건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OECD와 금융연은 공통적으로 AI·반도체 산업의 성장 모멘텀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경제의 회복 강도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련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투자·수출 파급효과 등이 경제 성장률을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전망치는 1.6~2.2% 범위에서 형성돼 있으며, 이 중 1.8~1.9% 구간에 수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주요 기관들은 대체로 내수를 중심으로 한 완만한 회복을 예상하면서도 미국 관세 정책과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성장 경로는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내년 한국 경제는 '회복은 가능하지만, 반등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이다. AI와 반도체 등 신산업 사이클이 실제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국의 관세 충격이 국내에 어떤 강도로 작용할지 등이 내년 성장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예정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중 패권 경쟁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질서 재편과 기술 패러다임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