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회사채 물량 900억달러
오라클 CDS 상승 주가도 압박
코어위브 수익률 11% 달해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뛰어든 빅테크가 연일 쏟아내는 회사채 물량이 뉴욕증시에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9월 초 이후 이른바 AI 하이퍼스케일러로 분류되는 아마존(AMZN)과 알파벳(GOOGL), 메타 플랫폼스(META), 오라클(ORCL)이 발행한 투자등급 회사채 물량이 총 9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전 40개월 발행한 총액보다 많은 규모다.
여기에 테라울프(WULF)와 사이퍼 마이닝(CIFR)을 포함한 AI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들도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모두 비트코인 채굴 업체로 출범한 뒤 데이터센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뒤 70억달러 이상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AI 업체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일부는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지불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채 가격도 하락중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규모 회사채 물량에 커다란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신용 지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라클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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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진=블룸버그] |
가뜩이나 AI 섹터의 주가 밸류에이션이 투자자들의 긴장시키는 상황에 채권시장의 적신호가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멀티섹터 신용 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존 로이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회사채와 주식시장이 강하게 연결돼 있다"며 "투자자들이 AI 주식을 팔아치우면 신용시장 역시 한파를 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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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클 5년 만기 CDS [자료=ICE 데이터 서비스, 블룸버그] |
실제로 나스닥 지수는 11월 들어 6.1% 하락하며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약세 흐름과 강한 동조 현상을 나타냈다.
AI에 공격 베팅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수익을 창출하면 해당 채권에 호재에 해당하지만 투자자들이 얻는 최대치는 정기적인 쿠폰 이자와 원금이 전부다.
채권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자들보다 과도한 AI 섹터의 '과대 광고'에 상대적으로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디폴트 위험이 아니더라도 작은 악재가 회사채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회사채 가격은 각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따라 엇갈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령,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매 분기마다 대규모 현금흐름을 창출해 AI 관련 지출을 감당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메타 플랫폼스는 현금 보유량이 비교적 제한적이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커다란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10월 말 발행한 3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수익률이 높게 책정됐다.
오라클은 더욱 어려운 처지다. 소프트웨어에서 AI 하드웨어 업체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사이 이미 현금 자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앞으로 수 년간 수 백억 달러의 지출이 필요한 상황.
투기등급보다 두 단계 위인 오라클의 회사채는 거의 모든 투자등급 IT 회사채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리서치 업체 크레딧사이츠의 조던 찰핀 선임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이 향후 3년간 650억달러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기등급으로 평가 받는 코어위브가 지난 7월 발행한 2031년 만기 회사채는 최근 액면가 1달러 당 92센트에 거래됐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11%로 계산된다. 이는 등급 스펙트럼의 최하위인 트리플 C 등급의 채권과 같은 수준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회사채 시장의 '팔자'가 지속돼도 AI 인프라 구축을 가로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 사이에 이른바 '피드백 루프'가 지속되면서 채권 수익률 상승이 주가를 압박하는 패턴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라클의 회사채 CDS 프리미엄 상승에 주식시장이 긴장감을 내비치는 상황이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한편에서는 부채 비용 상승이 결국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를 중심으로 투기등급 IT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상승하면 2026년 해당 회사채 발행이 월가의 예상치 200억~600억달러의 하단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리안츠 번스타인의 윌 스미스 신용 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이 광범위하게 더 많은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직선적인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결국 월가는 합리적인 프로젝트만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