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영업이익 232% ↑
현대ENG·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 일제히 후퇴
전통 건설 중심 기업은 위기 심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건설업 전반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올 3분기 비상장 대형 건설사들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도체·AI 등 비전통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기업들은 선전했지만, 안전사고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하며 사업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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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3분기 비상장 대형 건설사 매출 및 영업이익 [그래픽=AI 활용] |
◆ SK에코 홀로 성장… 현대ENG·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 '하락세'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조7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늘었다. 영업이익은 232.2% 증가한 3663억원을 기록했다. 10대 비상장 건설사 중 영업이익 상승 흐름이 관찰된 유일한 회사다.
실적 성장은 그룹사 도움이 컸다. SK하이닉스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그룹 핵심 팹(Fab) 프로젝트를 대표로 하는 반도체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지난해 편입 반도체 모듈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사 SK에어플러스도 호실적을 거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다음달 SK머티리얼즈 CIC(사내독립기업) 산하 4개사 편입을 완료하고, 반도체 소재 생산부터 제조시설 EPC(설계·조달·시공)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초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포천 구간에서 시공하던 청룡천교가 붕괴하며 10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대재해를 직면한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 영업이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3조3141억원, 영업이익은 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5%와 35.7% 감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5.3%로 전년 동기(4.1%) 대비 소폭 개선됐으나, 판매비와 관리비가 1038억원에서 1433억원으로 약 38% 증가하며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 등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관리비용이 발생한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실적도 부진했다. 롯데건설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88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76억원)보다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 줄어든 511억원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은 371억원에서 2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대손상각비가 지난해 3분기 환입 수준에서 올해는 584억2165만원으로 전환되며 자산건전성 부담이 확대됐다. 특히 분양미수금의 경우 611억원으로 전년 동기(340억원) 대비 약 80% 증가했다.
원가율은 92%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관리 강화로 원가율이 직전분기 대비 개선되며 전반적인 실적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사고 여파 충격이 컸던 포스코이앤씨의 연결 기준 매출도 1조4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947억원으로 전 분기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올 4월 신안산선 5-2공구 공사현장 붕괴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함양~울산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등 다수 현장에서 연달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일부 매출에 공백이 발생했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예상 손실이 반영됐다. 포스코홀딩스는 관계자는 "신안산선 사고에 따른 비용 반영과 폴란드 해외 프로젝트 관련 원가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분기 실적에 포함된 일회성 비용은 약 2881억원이다.
◆ "전통 건설로는 생존 못해"…포트폴리오 전환·체질 개선 시급
업계에선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여부가 실적을 가르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기성(불변)은 전년보다 12.0% 줄었다. 1분기(–21.2%)와 2분기(–17.4%)에 비해 낙폭은 작아졌지만 침체 흐름은 여전하다. 건축허가면적과 착공면적도 각각 5.6%, 4.2% 감소해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업 취업자 수도 지난달 기준 18개월 연속 감소하며 고용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 역시 18개월째 하락해 건설 경기 위축이 노동시장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위험이 지적된다.
전통적인 건설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경기 변동성을 이겨내기 어려워짐에 따라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을 토대로 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원자재 가격 변동, 각종 사고 등 외부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와 지속가능경영 투자가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며 "비용 절감 중심의 운영 방식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생산구조 혁신과 디지털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체된 환경을 뚫고 성장하려면 신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