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공으로 돌리려다 韓의 역공 받아
소송 비난했던 여 인사들 과거발언 곤혹
"여론 악화할라"...김·정, 서둘러 물타기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 분쟁에서 승소한 것은 국가적인 쾌거다. 1.5%의 승소 가능성을 뚫은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론스타에 배상할 뻔했던 4000억 원을 지켰고, 소송 비용(법률·중재 비용) 약 73억 원도 환수한다.
202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일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이 나왔을 당시 취소 신청을 주도한 것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전 국민의힘 대표)이었다. 대통령실조차 소송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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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경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새벽 1시 22분경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 했다.2025.11.18 gdlee@newspim.com |
당시 야권(현 여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요약하면 "법무부가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으로 400억 원이 넘는 돈을 로펌에 썼다. 로펌만 배불린 행위다"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0)다"라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한 장관의 설명은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힐난까지 나왔다.
이번 쾌거는 현 여권의 강한 반대 속에서 한 전 장관이 소송이라는 결단을 내려 이뤄낸 것이다. 현 여권이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고 본 소송을 이긴 것이다. 승소의 공이 한 전 장관 등 소송 참여자들에게 돌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최소한 이들에 대한 정부의 감사 표시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유튜브 '정치를 부탁해'에 출연해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한동훈 전 대표에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8일 승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 소송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히 반대했다"며 "민주당의 트집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법무부 등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이런 국가적 쾌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누가 봐도 승소의 공이 한 전 대표 등에 있어 현 정부의 공으로 돌리기 어렵다. 사실상 현 정부가 한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소송에 반대했던 여권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소환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 총리와 정 장관은 승소 결과가 나오자 한 전 장관 등 소송을 주도한 전 정권 사람들의 노력을 쏙 뺀 채 "새 정부의 쾌거"라고 현 정부에 공을 돌리려 했다가 "전 정부에서 한 일에 숟가락 얹지 말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을 가로채려 한다(한 전 대표)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소환되면서 여론도 싸늘하게 식었다.
김 총리와 정 장관이 뒤늦게 한동훈 전 장관을 치켜세운 것은 이런 비판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업적 공방을 벌여 봤자 얻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총리는 이날 페북에서 "론스타 승소에 핵심적 역할을 한 분들께 감사 전화를 드렸다"며 "언제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을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왜 많은 비용을 들여 취소 신청을 하느냐는 주장도 있었지만 한동훈 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을 결정했다"며 "잘하신 일이다. 소신 있는 결정으로 평가받을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쾌거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수천억 원의 환수 가능성이 사라진 대장동 사건과 대비되는 것에 여권은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론스타 사건은 1.5%의 낮은 가능성을 뚫어 4000억 원의 국고를 지킨 반면 대장동 사건은 수천억 원의 환수를 놓고 다퉈볼 여지 자체를 포기했다는 점에서다.
대장동 사건은 이미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권은 국정 조사와 특검 추진을 공언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상 여론 달래기를 위한 립 서비스에 가깝다. 논란이 커질수록 여권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쾌거는 국가적으로는 큰 경사지만 정치적으로는 여권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대장동 항소 포기 여파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다. 김 총리와 정 장관이 서둘러 론스타 승소에 대해 한 전 대표 등에 공을 돌리고 나선 것은 이번 승소가 악재로 바뀌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래저래 여권의 고민이 쌓여간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