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3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85로 맹활약
일본과의 두 번째 평가전서 3이닝 노히트 무실점 기록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프로 1년 차 신인이라기엔 믿기 어려운 압도적인 피칭이었다. 19세의 정우주(한화)가 일본 타선을 상대로 노련미를 뽐내며 한국 마운드의 미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정우주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자랑했다. 삼진 4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묶었고, 그의 호투는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꿔놓았다. 초반 리드를 발판으로 한국은 불펜 난조를 이겨내고 경기 후반 극적인 추격을 펼쳐 결국 7-7 무승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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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화의 정우주가 16일에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사진 = KBO SNS] 2025.11.16 wcn05002@newspim.com |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선택을 받은 정우주는 정규시즌에서 주로 불펜 역할을 맡았다. 51경기 출전, 3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85로 데뷔 시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와 최고 RPM(분당 회전수) 2600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슬라이더·커브까지 안정적으로 활용하며, 표정 변화 없는 침착한 성향이 그의 투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우주의 활약은 돋보였다. 한화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믿었던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지자 그는 4차전에 깜짝 선발로 투입돼 3.1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예기치 못한 선발 투수 문동주가 조기 강판 상황에서 긴급 등판해 두 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큰 경기에 강한 투수임을 입증했다.
첫 성인 대표팀 발탁 후 펼쳐진 두 번째 평가전인 체코전에서도 그는 침착했다. 5회 2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해 흔들리지 않고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를 지켜본 류지현 감독은 일본전 2차전 선발을 정우주에게 맡겼다. 손주영(LG) 등 다른 후보들이 있었지만, 일본 타선 구성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의 투구 수 제한 등을 고려할 때 초반을 확실히 잡을 강속구 투수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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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화의 정우주가 지난 9일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불펜 투수로 투입된 후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사진 = KBO SNS] 2025.11.09 wcn05002@newspim.com |
그 선택은 적중했다. 정우주는 1회부터 포심 패스트볼로 일본 타자들의 배트를 묶어냈다. 2회 1사 2, 3루의 실점 위기에서는 낮은 코스 유도구와 결정구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단숨에 위기를 지웠다.
3회에도 올라온 정우주는 선두타자 이소바타 료타를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날 4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어 무라바야시 이츠키를 유격수 뜬공으로, 노무라 이사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3회를 다시 한번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총 53개의 공을 던진 그는 평균 시속 149.7km, 최고 154km의 직구(36개)를 앞세우고 슬라이더 11개, 커브 6개를 섞으며 일본 타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타구가 외야로 나간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일본 타자들은 직구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고,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가도 타이밍이 완전히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정우주가 더 대단한 이유는 불펜 투수들이 무너지면서 나타났다. 류지현 감독은 4회부터 오원석(kt), 조병현(SSG), 김영우(LG), 박영현(kt), 배찬승(삼성), 김서현(한화)을 투입해 기량을 점검했으며, 박영현과 김서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도쿄돔이라는 큰 무대와 ABS(자동투구추적시스템)의 부재 같은 낯선 환경이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히려 막내인 정우주가 가장 침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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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9일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정우주가 불펜 투수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사진 = KBO SNS] 2025.11.09 wcn05002@newspim.com |
일본 현지에서도 정우주의 투구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현지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1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라며 일본 온라인 반응을 소개했다. "WBC에서 만나면 위험한 상대가 될 것 같다", "한국 투수인데 19살이라고? 충격적이다" 등 감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경기 해설을 맡은 오승환과 정민철 해설위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승환 위원은 "힘이 그만큼 좋은 공이다. 포커페이스도 인상적"이라고 했고, 정민철 위원은 "포심 패스트볼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은 구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후 정우주는 일본 타자들을 상대한 소감에 대해 "다 처음 보는 타자들이라서 압박감은 없었고, 잘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좀 있었다"라고 말한 정우주는 "최재훈(한화) 선배와 배터리를 이뤄서 훨씬 편했다. 1년 동안 호흡을 맞춰서 제가 뭘 잘 던지는지 뭘 좋아하는지 잘 아신다. 오늘 잘 던진 건 최재훈 선배 덕분인 것 같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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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주. [사진=한화] |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내년 3월 열릴 WBC 본선 최종 엔트리 합류다. 정우주는 "최종 명단에 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뽑힌 뒤에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보완할 부분을 더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김광현(SSG), 류현진(한화), 윤석민(은퇴) 등 국가대항전에서 강한 투수들이 세대교체 기로에서 사라진 이후, 한국 야구는 오랫동안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기다려왔다. 이번 대표팀 평가전 4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우주가 그 공백을 메울 '다음 주자'가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