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서 쫓겨난 소상공인 "우리 좀 내버려둬"
"전자기기는 협업 통한 시너지...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김민석 "국민적 공론화" vs 오세훈 "국민 감정 자극"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 한복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앞 재개발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대립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세계유산의 보존'을 강조하고, 반대편에서는 낙후된 서울 도심 재정비를 위해선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것.
11일 이른 오전 서울 종묘와 세운상가 일대 시민과 상인들로부터 최근 종묘 앞 재개발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수도 서울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가려면 낙후된 도심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부터 문화재와 주변 경관의 조화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소상공인들은 생업에 영향을 받을까 경계하는 태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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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전망대에서 바라본 종묘 전경. 오른쪽으로 세운4구역 부지가 눈에 들어온다. 2025.11.11 calebcao@newspim.com |
종묘 광장 공원 앞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던 이대훈 씨(75)는 "서울시민 입장에서 보면 잘 해놓고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대신 돈이 많이 들어갈 테니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잘 했으면 좋겠다. 반대는 안 한다"고 짧게 답했다.
종묘의 단풍을 찍던 30대 여성 최모씨는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종묘 일대가 어수선하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많이 했다"면서 "우리나라 수도답게 깔끔하게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책 중이던 시민 김모씨(60대 남성)는 '막무가내식 개발'은 안 된다며 종묘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종묘 앞 세운4구역에 145m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문화재의 경관을 해치고 유네스코 지정 당시의 고층 건물을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씨는 "벚꽃이 아무리 예뻐도 벚꽃의 근원은 나무"라며 "빌딩을 높게 세우고 개발을 한다고 해도 이 곳의 랜드마크이자 심장인 종묘와 조화를 찾지 못하면 그게 맞는 개발로 볼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어 "주변 상인이나 땅 주인 입장에선 이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종묘가 가진 역사성은 전체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라며 "일부에게 이익을 줄 것인지 전 국민이 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서울 구도심이 강남처럼 큰 건물 쉽게 세울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은 강대국이지만 역사도 짧아서 이런 문화재도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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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1일 오전 촬영한 종묘 외대문 모습. 2025.11.11 calebcao@newspim.com |
종묘를 바라보는 세운상가 좌측에 있는 소상공인도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랜턴 등의 물품을 판매하는 박모씨(60대 남성)는 '구역 재개발에 대한 입장을 물으러 왔다'는 기자의 질문에 "여기를?" 하면서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인터뷰에 응한 박 씨는 장사를 하던 세운4구역에서 약 2년전 쫓겨나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고 한다. 1992년부터 장사를 했지만 보상비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일반적인 건설사라면 상관없는데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라서 법원에 열 몇 번을 가서 재판을 받았어"라며 "거의 반(半) 협박식으로 해서 쫓겨났어. 법원도 뭐 공무원이니까 비슷하더라고"라고 말했다.
박 씨는 "언론은 유네스코니 여야 정치인이니 개발 찬반을 묻지만 우리 같이 힘 없는 사람들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라며 "개발을 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걸리는데 요새 경기도 안 좋고 우리와 그렇게 상관은 없어. 가만히 (우릴) 놔뒀으면..."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반대하고 싶어도 데모하고 저항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약해서 그럴 힘도 안돼"라며 "이익 보는 사람들은 땅 주인들인데 이익 구조가 안 나오니까 여기도 안 팔고 있는 거겠지. 세운4구역도 수익률이 안 나오니까 공사 못 하고 있는거 아니야?"라고 반문했다.
세운상가 내에서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이한훈(74) 씨는 과도히 높은 건물이 종묘 앞에 들어서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낙후된 환경의 재정비에는 동의했다. 또 세운상가 철거에 대해서도 전자기기 판매 상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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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1일 오전 세운상가에서 종묘를 바라본 방향의 좌측에는 판자촌과 같은 지붕들이 펼쳐져 있다. 2025.11.11 calebcao@newspim.com |
이 씨는 "종묘 주위에 고층 건물 하나 세우고 나면 다른 데도 또 세울 것이고, 문화재가 빌딩숲으로 둘러 싸이지 않겠나"라면서도 "(세운상가) 옆에 보면 판자촌처럼 지붕들이 보이는데, 개발을 해야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철거에 대해 "전자기기 판매는 여러 업종들이 한데 뭉쳐 있어야 서로 돕고 효율이 나오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기계를 고치고 깎고, 누군가는 합체하고 이렇게 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일본에도 아키하바라 같은 전자상가 단지가 있고 외국에서도 세운상가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 용산으로 보내놨더니 용산도 잘 안 되지 않았나?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 논쟁이 이어지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 시장도 대립하는 모습이다.
김 총리는 전일 종묘 경관 훼손 논란에 대해 국민적 공론화를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묘를 직접 찾은 자리에서 "종묘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훼손할 수 없는 국가적 자산으로, 정치적 논쟁을 넘어 모든 세대가 참여하는 국민적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보존 관리의 국가적 책임을 언급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종묘 경계로부터 100m 이내가 법으로 보호되는 구역이다. 이번에 높이를 올려주는 곳은 179~190m 바깥, 더 안쪽 종묘정전에서는 500m 이상 떨어져 있다"며 "500m 떨어진 곳에 100층 150층 건물을 짓는데 김 총리께서 '숨이 턱 막힌다', '기가 눌린다'는 감성적 표현으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한다"고 받아쳤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