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총 500조원 중 '생산적 금융'에 최대 441조 배치
AI·반도체·바이오 중심 산업자금 재편...기업금융 확대 숙제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 설립...'유망기업 선별·리스크관리' 관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이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 분야에 총 508조원을 투입할 예정인 가운데 혁신·유망기업 선별을 위한 전략 구축에 돌입했다. 각 금융그룹별로 전담 조직을 꾸려 유망기업을 선별하고 산업별 전략금융 생태계 마련에 나선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생산적 금융 중심의 기업발굴·성장지원 등을 수행하는 은행 전담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9월 그룹 차원 조직인 '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설치한 데 이어 은행 내 별도 조직을 새로 마련하는 것이다.
'그룹 생산적 금융협의회'는 KB금융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한 경영진 21명이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다. 은행 전담조직을 신설한 후에는 계열사별 전담조직을 마련, 생산적금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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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지난 9월 설립한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중심으로 그룹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짠다. 생산적 금융 PMO는 그룹 내 은행·카드·증권·라이프·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 등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체계다. 격월 단위로 회의를 개최해 유망산업 및 혁신기업 발굴 위한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를 구축했다. ▲관세피해기업 지원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금융소비자보호 ▲디지털금융 주도 ▲전국민 자산관리 지원 등 6개 분야에서 전사적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우리금융은 그룹 회장이 주재하고 자회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중심으로 생산적·포용금융 프로젝트의 성과 관리와 리스크 현황을 점검한다. 구체적으로 은행에는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해 생산적 금융 관련 콘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했으며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특화채널(BIZ프라임센터)에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업종별 전담팀을 신설했다.
NH농협금융은 지난달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가동해 ▲모험자본/에쿼티 분과 ▲투·융자 분과 ▲국민성장펀드 분과 등 3개 분과로 나눠 실행 구조를 운영 중이다.
5대 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에 힘을 쏟는 이유는 유망·혁신기업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취지다.
이들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2030년까지 총 508조원 공급을 목표로 세웠다. 가장 먼저 우리금융이 80조원 투입 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하나금융(100조원), NH농협금융(108조원), KB금융(110조원), 신한금융(110조원)이 차례로 계획을 내놨다. 이 중 생산적 금융 공급액을 따져보면 KB금융은 93조원을, 신한금융은 93~98조원을 배치했으며 하나금융 84조원, 우리금융 73조원, NH농협금융은 93조원 규모다.
금융그룹이 주목하는 핵심 산업은 AI·반도체·바이오·신재생에너지·지역균형 인프라다. 특히 정부의 'K-브랜드 산업 육성' 기조에 맞춰 본격적인 성장·확대 단계에 있는 스케일업(Scale-up) 단계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될 전망이다. 단순히 건전성이 높은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혁신기업 중심으로 자금 배분이 옮겨간다는 의미다.
다만 리스크 관리가 당면 과제로 꼽힌다. 스케일업 기업 대출이나 모험자본 투자는 일반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자산(RWA)이 크기 때문이다. RWA가 커질수록 자본비율(CET1)이 낮아지고, 자본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투자 실패나 부실이 발생하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해 순이익이 줄고 수익성에도 부담이 된다. 산업금융의 경우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실제 최근 은행권에서는 자체 기술평가·연구기능을 확대하고 관련 기업 담당자들에 기술 자문을 요청하는 등 유망기업 선별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건전성과 기술력·성장성이 모두 우수한 기업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업신용평가에 사업환경이나 재무 등 정량적 요소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술, 성장성 등 정성적 요소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해졌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